창가에 홀로 앉아 하염없이 흘러가는 구름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늘과 구름사이로 차마 꿈결에도 잊지 못할 추억들이 오락가락 서성댄다. 그러다가 어느새 내 가슴 속에 살며시 내려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녕 옛 추억이 세찬 파도처럼 밀려와 너울지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세월 탓일거야. 체념하는 맘으로 나 자신을 간신히 달래어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멈출 줄 모르는 시간에 부대껴 백발 성성한 머리카락 날리는 내가 너무 미워서 더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을 깡그리 잊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잊으려 해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다... 문뜩 남은 생을 저 구름처럼 두둥실 떠돌고 싶어진다. 나이 먹으면 추억에 산다고 아프고 쓰라렸던 지난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내 익숙한 모습이 마음결 따라 가슴에 와닿는다.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티 없이 맑은 그녀가 애틋한 건 아마도 정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게다. 꽉 깨물고 싶을 만큼 깜찍한 그녀, 익숙한 숨결로 또렷이 안겨온다. 그러다가 단발머리 소녀의 백발 된 얼굴에 피어난 주름살이 내 가슴을 마구 난도질한다. 들꽃처럼 싱싱하던 그녀는 영원한 소녀로서 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녀와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행복이다. 아니, 마음으로 품어 주는 것이 지금껏 내가 바라 본, 내가 지금껏 그녀라고 느끼며 살아 온 삶의 여정에 나만의 고정불변이다. 그녀도 지금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번지도 주소도 받을이도 없는 슬픈 편지를, 어수선한 덤불처럼 마구 엉크러진 회한(悔恨)을 토해 쓰고 또 쓴다. 아니, 써도 써도 끝이 없는 억하심정으로 정성껏 또박또박 쓴다. 바닷물에 지워진 백사장의 발자국 같은 아련한 그리움을 적어 본다. 그녀의 야릇한 체취가 너무도 그립다. 애절한 기억마저 창문에 부서지는 갈바람에 사무친 그리움만 더해진다. 그래도 나는 쓰고 또 쓴다. 정녕 그녀의 용서를 영영 받을 수 없는 뒤늦은 참회를 ... [파일: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