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야 산다
양은 성질이 아주 온순해요. 양해인 을미년엔 양처럼 살아야지요. 비록 양처럼 살기엔
착하지 않은 세상일이라도...
너무 착하면 탈이고, 너무
착하면 당합니다. 양가죽을 쓴 늑대들이 욱실대는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양처럼 살기란 쉽지는 않지요. 양처럼 살다가는 어느 날, 자칫 늑대에게
잡혀먹힐 지 모르겠지요. 잠깐 눈 감으면 코
베이고, 펀히 눈 떠도 눈 빼이는 요즘이랍니다. 도처에 늑대가 웅크리고 시시각각 양을 노려요. 방심하는 찰나에 늑대는 냉큼 양의 코를
베여갑니다. 양은 제 마음처럼 늑대를
믿기에 늘쌍 손해만 봅니다.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교활한 늑대의 본심을 꿰뚫어 보지 못해요. 늑대가 달콤한 말로 꼬시면 귀가
솔깃해져 팥을 콩이라 해도 곧이 듣고, 함정이든 나락이든 빠지라면 서슴없이 뛰어들지요. 한두 번 당해 봤으면 진작 그 함정이 위험한 줄
알아야 하건만 추호도 의심없이 또 다시 빠져들어요. 음흉한 늑대는 양의 이런 약점을 노리고, 그 허점을 이용하며 벼라별 짓을 다한답니다.
그래도 양은 뼈저린 교훈을 망각하고 자꾸만 당하기만 해서 참 불쌍해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은
본분에 맞게 살라고 후대들을 엄히 훈계했어요. 허나 지금은 되레 자식들에게 줄을 잘 서라고 강압한답니다. 이제 더는 착해지지 말라고, 착해지면
죽는 길이다며, 치열한 경쟁만을 극구 사촉(私囑)해요. 착한 마음으로 남을 도왔다간 필경 큰 낭패를 볼가봐서랍니다. 낭패란 난감한
사태(事態)를 이르는 말이예요.
그러나 약게 살면 그만큼
근심 걱정이 덜해진다나요. 셈이 빠른 사람들은 벌써 이것을 처세술로 삼고 안락하게 살아간대요.
약게 살면 정말 안녕할까요? 착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려면 또 간특한 늑대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 더는 참지 말고 고함을 질러서라도 단호한 제지해야 합니다.
또 만단의 방어태세를 갖추고 자신을 철저히 지켜야 해요. 심지어 법적 하자가 없다면 강력히 반격을 해야 합니다. 맨날 당할 순 없어요. 그러나
고함이든 방어든 반격이든 지혜롭게 대처해야지요. 만일 늑대가 나를 해치지 않으면 나도 늑대를 해치지
않고, 만일 늑대가 나를 해치면 나도 늑대를 해친다는 자기보호 의식이 강해야 합니다. 착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혜마저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해요. 늑대는 언제든지 불쑥
나타나 양을 해칠 수 있어요.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지혜마저 없다면 최저한도의 자위(自衛)능력도 없는 거예요. 때문에 늑대를 한 눈에 알아보는
예리한 혜안을 갖춰야 합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활보하는 한, 착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 가려면 생존에 필요한 힘을 길러야 해요. 그 힘은
완력(腕力)이 아니라 바로 앎입니다. 아울러 힘은 아는 데서 와요. 이것이 세상을 재치있게 살아가는 이치요, 삶을 투철히 터득하는
슬기입니다.
일부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착하면 안 된다. 너무
착하게 살면 나만 손해를 본다. 착한 사람은 바보다”고 꺼림없이 내뱉어요. 현실적으로 이 견해를 당장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지금도 더 많고 앞으로도 더 많을 겁니다. 아무렴 희망 가지고 사노라면 착하지
않은 세상에도 반드시 햇볕이 쨍쨍 들 날이
오겠지요.
岳岩 執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