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알짜 정보 岳岩 2019. 10. 29. 08:20

<구글이 양자우위 달성에 사용한 양자컴퓨터와 시카모어 칩.>

양자산업 무게 중심이 '상용화'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꿈의 기술' 같은 화려한 수식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존 기술 대체 기대감이 커졌다. 가장 상용화가 어렵다는 양자컴퓨터도 10년이면 완제품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자혁명'에 대비할 시간이 10년 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세계 양자산업 흐름과 우리 현실,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3일 '양자우위'를 달성했다는 구글 논문이 네이처 인터넷판에 실렸을 때 많은 사람이 '스푸트니크'나 '애니악'을 떠올렸다.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계산을 200초 만에 끝냈다는 것이다.

스푸트니크가 한 일이라고는 석달가량 지구 궤도에 떠있는 것뿐이었고, 애니악은 미사일 탄도를 계산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너무 제작이 늦어져 그 사이 전쟁이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위대한 두 도전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대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양자우위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직후 블로그를 통해 “오늘의 성공은 '아무 소득 없이 뭣 하러 우주로 나가는가?'란 말을 들어야 했던 최초의 우주로켓 설계 당시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결국 인류가 달과 화성에 도달한 것처럼 양자컴퓨터도 많은 일을 해낼 것이고, 양자우위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는 양자산업을 논하는 데 의미 없는 말이 되었다. 구글과 함께 양자우위 연구에 참여한 미항공우주국(NASA)은 “나사는 언젠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우주 임무를 지원하고 우주선 설계도 지원할 것”이라면서 “양자우위 달성은 그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물론 모두가 구글의 양자우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를 보유했고, 양자컴퓨터 개발에서도 경쟁자인 IBM은 “슈퍼컴퓨터를 최적화하면 2.5일이면 계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1만년은 슈퍼컴퓨터의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1만년이든 2.5일이든 200초에 비하면 너무 길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양자컴퓨터가 놀라운 성능을 보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0과 1을 순차 계산하는 현존 컴퓨터와 달리 '중첩'과 '얽힘' 성질을 이용해 0과 1의 병렬처리가 가능한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큐비트)를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할 수 있다. 쌀과 돌을 골라내기 위해 슈퍼컴퓨터가 빠르게 낱알을 골라낸다면, 양자컴퓨터는 간단하게 채로 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현황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동안 관망하기만 하던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에 5770만달러(일부 UAE 펀드와 공동)를 투자하며 힘을 실었다. 네이처가 보스턴컨설팅그룹을 인용한 자료를 보면 공공부문을 제외한 기업, 펀드 등 민간투자자가 양자기술에 투자한 금액은 2014년 6700만달러, 2015년 1800만달러에 머물렀으나 2016년 8600만달러, 2017년 2억7800만달러로 급증했다. 2018년에는 1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2년 간 4억5100만달러(약 5300억원)가 양자 분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정부 등 공공부문까지 더하면 투자액은 훨씬 커진다.

양자컴퓨터는 알고리즘이 개발된 특정 계산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특성이 있어 수학으로 구성된 암호는 잠재적 위협에 노출됐다. 특히 현재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하는 RSA 암호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단 몇분 만에 해독이 가능해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학을 이용하지 않는 양자암호통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회원국 전역의 인터넷망을 양자암호통신으로 보호하는 '양자인터넷'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10년간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자암호통신은 가격을 제외하고 상용화 준비가 끝난 기술이다.

<SK텔레콤 연구원이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퀀텀 골드 러시'(US 백만달러) 네이처(보스턴 컨설팅그룹 자료 인용), 민간투자액>

/전자신문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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