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手)
손(手) 나는 키가 작아 손이 작은 단점 때문에 늘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어릴 적 여자애들이 내 손을 보고 귀엽다고 어루만지며 신대륙 발견한 것처럼 놀렸다 커서는 나의 손을 본 여성들이 닭 잡을 힘없는 손이니 결코 해코지당할 위험 없다고 안심했다 기실 손재주하면 나는 별 신통한 재주가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손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 전통적 관념으로 말하면 내 작은 고운 손은 ‘귀’한 손이다 망치나 괭이나 삽 따위를 쥐지 않고 필을 쥐고 문장을 끄적거리던 손이다 그러니 내 손은 당연히 미수요 귀수이다 스스로 내 작은 손을 위해 옹호하는 예찬을 해야 내 손에 위안을 줄 것이 아닌가 내 손은 내 입보다 말을 더 잘하는데 입도 못하는 말을 내 손이 척척 해준다 내 육신에서 제일 작고 귀여운 손가락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