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理由) 누구나 자기 삶이 헛되게 흘러감을 원치 않는다 한때 내 삶은 목마른 인생이고 고달픈 인간이고 판박이 일상이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모래밭 발자국 같아 형체가 없었다 갈증에 목말라 여윈 몸이 미워났고 나긋한 신세가 싫어져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러다가 자신을 정복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험난한 운명에 머리 숙이고 싶지 않았고 대박 운수에 목매달고 싶지 않았다 만 톤급 호화선이든 자그마한 매생이든 풍랑이나 소용돌이를 거슬러 가면 그만이니 노를 젓는 건 헛수고가 아니라 뭍에 닿을 수 있는 열정적 끈기다
봄녀와 가을남 사랑해서 봄 자락 붙잡고 떠날 수 없는 발길과 집착에 가슴이 아파오지만 봄을 사랑할 수 없었던 건 남다른 애착이 모자라서일까요. 뼈저린 아픔을 몰라서였을까요. 봄에 집착하는 여자가 느껴옵니다. 봄의 순수함이 묻어 있어 여름의 무더위, 가을의 쓸쓸함, 겨울의 엄동설한을 마주하기 싫어 봄에만 집착할 때가 있나 봅니다. 집착이 때로는 아픔을 낳을 수도 있지만 집착하는 사람의 신념에 따라 일종의 성숙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끝까지 봄에서 살 것만 같네요. 그 집착이 슬프지만 또한 아름답네요. 봄을 사랑하는 여자와 가을 사랑하는 남자의 부대낌 가을이란 자체가 사람을 감성에 빠지게 하나봅니다 반성의 계절, 참회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무덥고 찌들었던 한여름의..
비 오는 날 간밤동안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비오는 날은 아이들과 멍멍이가 좋아 한다고... 나처럼 이 나이가 되면 비 오는 날이 반갑지 않고 괜히 기분이 흐려지려고 합니다 밖에 나갈 준비 하려니 비오는 날은 귀찮지만 우산 들고 장화신고 옷도 더 껴입었습니다. 밖에 나오니 빗물이 고여 생긴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보입니다. 물웅덩이를 보는 순간 작난끼 발동합니다. 일부러 물웅덩이에 들어섰습니다. 찰싹 찰싹…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들립니다.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 동년의 소리 그것은 정녕 동년의 소리였습니다. 그 귀맛 좋은 소리에 내 기분도 언제 언짢았던가 싶게 밝아집니다. 기분이란 그렇게 좋았다 궂었다 얄미운 놈이랍니다.
시의 ‘詩’ 자도 모르는 내가 시 아닌 ‘詩’를 끄적거린다. 아직 문단에 등단하지 못했고 아직 명함에 이름 새기지 못한 반백의 문학도에 불과할 뿐 이제 겨우 ‘詩’ 자를 그려본다. 그러나 미쳤다싶을 정도로 오롯이 ‘詩’에 穿鑿하는 나, ‘詩’의 기괴한 표층을 뚫고 날카로운 문제점을 끄집어 四方 세상에 관통시키고자 번뜩이는 진실을 발굴한다. 세상에는 두 부류 사람 사는데 거침없이 진실에 찬사를 보내거나 사정없이 진실에 돌멩이 던지거나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잣대질하면서 세상 부실한 심술과 알량한 심사로 남이 잘되면 배 아파 반목하여 시기하고 남이 못되면 깨 고소 잘코사니를 부르는 살아 있어도 사는 의미가 없는 인간들은 인생살이 상식적 일화에 편견 갖고 반복되는 문제의식에 잔뜩 외면하며 사실여부를 막론하고 모..
사슴도 토끼도 사자도 아닌 나는 거부기다 행동이 느리고 반응이 늦고 감각이 무디고 생각이 짧지만 사슴, 토끼나 사자보다 더 좋아 거부기가 된 나는 천천히 길 뿐이다 조금 느릴 뿐 멈추지 않고 분초를 다투며 천천히 긴다 천천히 기다 보니 간혹 생각이 바뀌고 지루함에 따분해서 뒷걸음칠 때도 있다 정글 속 사자나 하늘 위 독수리처럼 용맹하기를 바랐지만 긴 다리와 큰 날개 없는 나 조금 씩 조금 씩 나만 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움직임을 하고 있을 뿐 그런 나의 움직임에 어느 누구도 눈길 주지 않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조바심에 울어보기도 하고 멍하니 주저앉아 멀뚱멀뚱 다른 맹수들의 전력질주를 바라보기도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난 왜 많은 것들 중에 하필이면 느리고 느린 거부기를 택했을까 하고 현..
사랑이 이런 것인 줄은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못한 나에게, 아빠 엄마의 허락도 없이, 언니 오빠의 허락도 없이 이렇게 불쑥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어떡하면 좋죠?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요즘 들어 폭포처럼 내 가슴에 쏟아져왔네요. 초교 중교 고교 다니면서 한 번도 몰랐던 느낌이랍니다. 글쎄 아무 이상도 없었던 저의 심장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콩닥거리고 그럴 때마다 이유 없이 부끄러워지고 입가에 미소를 담아보기도 합니다. 나를 지켜보던 언니가 넌지시 말 건네 보기도 합니다. 너 혹시 사랑하는 남자랑 생겼나봐? 아닌데…하고 당황하게 둘러대지만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 내 방으로 도망쳐 들어오고 말았어요. 정말 이런 게 ..
세상을 아직 잘 모르던 시절 어머니 허리가 곧은 줄 알았다 크림 한번 바르지 않은 어머니 영원히 멋쟁인 줄로만 알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어머니는 이미 허리가 구부정해졌다. 모든 변화는 한순간이고 나를 구슬프게 만들었다. 이젠 꼬부랑 할머니가 된 그 모습에 눈물만 왈칵~ 늦게나마 내가 터득한 것은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다는 거 아무리 좋은 곳도 내 집만 못하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내 어머니만 못하다는 거 나는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소박한 꿈을 지키는 것이다.
이성간에는 사랑만 있을 뿐 우정 없다고 하지만 나는 동성친구보다 이성친구가 더 좋다 한번뿐인 인생에 즐겁게 사는 비결은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 때로는 동성친구보다 이성친구가 더 편할 때 있다 구구히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잘 알아주는 동성친구든 이성친구든 서로 편하면 좋은 것이다 교제는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한번 주면 변치 않는 친구가 좋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마음을 많이 표현하라 한번 가면 못오는 인생 살아서 정을 주고받으며 소통을 많이 나눠야 한다
냇물 덥석 품고 세월이 흘러간다 파란 언덕위에 꽃다발 걸어놓고 다시 못 올 길 돌아 보며 운다 파도 올 듯 말 듯 오다가는 님인가 갈 듯 말 듯 가다오는 님인가 종내는 못 떠나는 바다 사랑에 몸부림친다 봄 봄은 가고 다시 또 돌아오건만 가고오지 않는 봄은 단 하나 인생 봄이어라 푸른꿈으로 꽃 피우렸더니 봄 그만 떠나네 가을 맑은 물 맑은 하늘 상쾌한 가을바람 붉은 산 붉은 노을 비단결 펼친다 가을도 인생도 예쁜 단풍잎 맑은 물에 붉은 노을 어화둥실 싣는다 그리움은 그리움은 내 가슴 꽁꽁 묶는 어여쁜 아픔이다 그리움은 쓰고 써도 못다 쓰는 하얀 고백이다 그리움은 전화기 들었다 놓는 사무친 유감이다 그리움은 색 안 바랜 불타는 정열로 영혼의 눈물이다 시냇물은 시냇물은 푸른 산 비낀 맑은 힘이다 돌돌돌 시냇물..
울긋불긋 단풍잎은 인간 눈 호강시키려고 겉치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풍나무에서 월동하는 벌레들에게 무서운 존재임을 과시하는 것이다 즉, 홍색과 황색의 경고 메시지이다 배설물 나의 시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 미치는 대로 즉흥적인 정서 사상을 끄적거린 '배설물'이다 코를 풀듯 분뇨(糞尿)을 배설하듯 내키는 대로 쓴다 시는 나 스스로의 진실한 고백이다 때로는 자조하듯 때로는 세상 비꼬고 때로는 편견과 독단 때로는 독설과 비판으로 때로는 유머와 익살로 때로는 심술장이 같은 사견으로 시야비야 기상천외 사고와 공상을 마구 토한다 나의 시는 나라와 국가의 지침 방향과 일치하지 않다 나의 시에 대해 혐염을 느낄 수도 있고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오로지 나의 시는 나의 편견인 만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적으로 만들게 하는 비극..
세상의 동물들은 수컷이 화려하고 인간은 여성의 용모가 아름답다 남자에게 있어서 아리따운 여성은 매력이고 유혹이며 신비의 궁전이다 신비의 미궁 찾아 남자는 영원히 미쳐있다 그 궁전을 침범하고 기나긴 복도를 거쳐 자신이 왔던 흔적 남기려고 낙서한다 잘된 낙서는 작품으로 결실되고 잘못된 낙서는 쭉정이로 사라진다 여성은 남성을 포근히 감싸주는 보자기다 그 보자기 모양은 예쁘다 꽃같이, 이파리같이 은방울같이, 종소리같이 감미로운 미성을 낸다 그러나 여성의 매력은 ‘내숭’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아양’은 아름다운 덩어리기 때문에 남성은 그 아름다운 ‘애교’에 스스로 매혹되는 것이다 그렇다 여성은 태양이고 인류의 고향이다
진실과 거짓 중에 거짓 비중이 더 크면 진실은 가뭇 사라지고 가면이 실체를 드러낸다 살아가는 동안에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쉽게 범하는 입 발린 겉치례는 허위적이다 인간의 허영심은 타인이 잘 되는 이유가 부러움 타서 배 아프고 짙은 질투가 발로된다 서로 다른 삶에서 형성된 욕망의 차이로 말미암아 ‘가난’으로 살아가는 본인이 가련하다는 울상을 짓는다 똑같은 사람인데 시선이 많은 거리에서 휴지조각 줍으라 하면 창피하다고 달아난다 이유를 불문하고 인간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순수한 마음이 고갈되어 허위성이 나타나게 된다 그 허위성의 실질은 손바닥만한 면목과 체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 피하며 신선한 공기를 맛보지 못한다 물론 체면의 허위성을 잘 알면서도 쉽게 고칠 수 없는 것은 바로 당당하게 앞길을 내딛..
남자는 두뇌로 생각을 하고 여자는 감성으로 생각한다 여자는 자연이고 남자는 바람이다 남자는 우월주의로 으스대지만 결국 여자가 남자를 훈육시킨다 그래서 남자끼리 만나는 것보다 여자를 만나는 것이 더 즐겁다 흔히 남자에 대해 여자는 자기 인식의 거울이다 남자는 여성을 통해 자기를 알아가는 경상(鏡像)이 된다 마치 달린 것과 감추어진 것과 불룩 나온 것과 민민한 것 이러한 차이로부터 남자와 여자는 서로 상대의 他者性에 눈뜨며 자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좀 노골적인 표현이긴 하나 남자는 여성의 사랑을 받기 위해 대장부 남아로 출세하는 原動力이 생기기도 한다 여자에 의해 남자가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도 남자에 의해 ‘개발’되고 성숙되고 성장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하게 된다 사랑은 사람에게 기쁨과 평안을 주고 슬픔과 고통을 가셔준다 사람에게는 마음이란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을 통하여 사람 간의 유대를 끈끈히 이어간다 헌데 현실은 사랑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따뜻한 정 우러나온다 사랑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사랑을 통해 삶의 질을 찾으며 나아가 전 인류의 행복이 넘쳐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