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나는 낯을 가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앞에 서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한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에 와서 점점 심해진다 아마도 손바닥만한 체면 때문에 오는 소심한 성격인 것 같다 그야말로 낯가림에 숨은 나약성이 두렵고 자비감이 슬프다 만약 이것이 대인공포증이라면 하루빨리 고쳐야 하고 핑계라면 삼가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날 대범하다고 하지만 속속들이 알고 보면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외람된 말인데 인간답게 살려면 남이 싫어하는 말과 가슴 아픈 일 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님자에 점을 더한 남자가 되어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내 삶의 적임자가 되고자 한다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