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여기에다
나무와 풀은 봄 있어 새움 트는 숨소리에 둘러싸인 푸르게 사는 생명이다 하늘은 구름 있어 외롭지 않고 바다는 파도 있어 고요하지 않다 그런데 누가 여기에 하늘 바다 냄새를 두고 갔을까 기다림이 머물다 간 빈자리 스쳐가는 바람결의 이른 봄에 그 바람 사이사이에 찍혀 있는 누가 남기고 간 또렷한 발자국이 조금 더 그리운 봄을 만난 따스한 아침에 꽃 보러오는 초록 잎 마냥 가득 차 넘실대는 반가움 바다가 통째로 앉아도 하늘만큼 남는 자리에다 그 누가 여기 허공에다 아름다움을 감추고 갔을까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