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전기(金笠傳記) 9부
김삿갓 전기(金笠傳記) 9부 81. 창호(窓戶) 범어(梵魚)스님의 지극한 간호(看護)로 김삿갓의 발목은 많이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범어스님은 문종이와 풀을 가지고 와서 뚫어진 창구멍을 말끔히 발라놓고는 창(窓)을 활짝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바람이 몹시 불어 나무 가지가 흔들리는데 때마침 산머리에는 달이 솟아오르고 골짜기에서는 물소리마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범어(梵魚)는 즉흥시(卽興詩)를 한 수 지어 김삿갓에게 내밀며 시평(詩評)을 청했다. 바람이 부니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달이 솟아오르니 물결이 높아지네. 風動樹枝動 月昇水波昇 범어스님은 원래 시에는 능하지 못한 편이었다. 이 시 또한 아무리 보아도 좋은 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시상(詩想)이 너무 단조로운데다가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