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폭격에 숨진 데 이어, 차기 최고 지도자로 유력했던 하심 사피에딘 헤즈볼라 집행위원장도 사망했다고 8일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사피에딘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 이후 일주일째 연락이 끊기며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의 성공적인 작전을 통해 헤즈볼라의 기반이 크게 파괴됐으며, 최근 수 년 간 가장 약해진 상태가 됐다”며 “우리는 나스랄라의 후계자와, 그 후계자의 후계자를 포함한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를 방문해 “헤즈볼라는 지도자가 없는 조직이다. 나스랄라는 제거됐고 그의 후계자도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 모두 ‘나스랄라의 후계자’가 누구를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하레츠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는 사피에딘을 뜻한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사피에딘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북쪽의 화살’ 작전과 26일 본격화한 ‘새로운 질서’ 작전을 통해 헤즈볼라 최고 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최고 지도자 나스랄라를 비롯해 헤즈볼라를 움직이는 ‘지하드(성전) 위원회’와 ‘집행 위원회’ 간부와 헤즈볼라 군 조직의 핵심 고위 지휘관 대부분이 사망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와 관련 “전쟁 1년 만에 하마스는 해체되고 헤즈볼라는 크게 망가졌다”며 “레바논에 포연이 걷히면 이란은 자국의 가장 큰 자산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피에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헤즈볼라의 집행위원장으로 외부 행사에서 종종 나스랄라를 대신해 왔다. 또 이란과의 관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차기 지도자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2020년 미국에 암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사돈 관계다.
헤즈볼라는 아직 사피에딘의 생사 여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매체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헤즈볼라의 공식적 2인자(사무차장)인 나임 카셈은 이날 “전쟁 때문에 새 사무총장 선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출이 완료되면 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