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동부에 기록적 한파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7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4일(현지 시각) <AP> 통신은 북극 한파가 미국 동부 지역에 내려왔다며, 뉴햄프셔주 워싱턴 산 정상의 체감 온도가 섭씨 기준으로 영하 78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지역에 기록적인 돌풍이 불었다며 이러한 기온과 바람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북극 한파가 밀어닥치면서 노숙자들을 상대로 한 긴급 조치가 시행됐다. 통신은 매사추세츠 주 당국이 노숙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차역의 환승 구역을 밤새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 동부 지역의 노숙자 관련 민간단체인 보스턴의 '파인 스트리트 인'은 사람들을 대피소로 이송할 수 있는 차량의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추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로비를 열어뒀다.
이같은 추위에 보스턴 등 일부 지역의 공립학교 수업이 중지됐고 뉴햄프셔주 노스 우드스톡에서 매년 열리던 얼음 성 축제의 경우 방문객의 방문 일정을 단축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보스턴,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 코네티컷의 하트포드, 매사추세츠의 우스터, 뉴욕의 올버니, 뉴욕의 글렌스 폴스 등의 지역에서 4일 기록적인 최저기온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파에 따른 피해도 나타났다. 통신은 3일 매사추세츠주 사우스윅에서 바람에 의해 쓰러진 나뭇가지가 차량을 덮치면서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동승했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실은 저체온증 및 동상 환자 다수를 치료했다.
이번과 같은 한파가 닥친 이유에 대해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국립기상청의 도널드 듀몬트 기상학자는 통신에 "북극의 대기가 돌발적인 저기압이 발생한 (캐나다 동부의) 래브라도와 뉴펀들랜드 상공에 도달하면서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이 지역(북미 동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는 지난해 12월에도 북극에서 차가운 대기가 내려오면서 시카고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 섭씨 영하 50도가 넘는 한파가 덮치기도 했다. 당시 추위로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에도 지난달 중순 영하 20도가 넘어가는 한파가 들이닥쳤고, 지난달 말에는 평소 아열대 기후를 보이며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기록했던 대만도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146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처럼 북극 한파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두고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난 2010년대 이후부터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북위 30°~ 60°, 지표면으로부터 8~10km 떨어진 상공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한 편서풍이 부는데 이것을 제트기류라고 한다. 이 제트기류는 북극 한파를 막아주는데, 북극이 따뜻해질 경우 이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게 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