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을 "위조"라며 강하게 표현한 데 대해 주요 외신이 이례적으로 주목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유출 문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과 관련된 기사를 일제히 홈페이지 상단에 배치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이날 한국 대통령실은 유출 문건 관련 한미 국방장관 통화에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방미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나 도·감청 의혹 관련 미국 쪽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전달)할 게 없다. 왜냐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 1차장은 문건에 언급된 한국 관련 내용이 사실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유출 당사국인 미국조차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해당 문건이 "위조"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우방국을 염탐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으로부터의 악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유출 문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동맹국 중 가장 강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이스라엘 등 유출 문건에 언급된 우방국 정부들은 문건의 자국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을 뿐 진위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관련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11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용산 청사 내부 회의나 통화가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도·감청됐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연합뉴스> 보도를 소개하며 "(한국) 당국자들이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미 국방부 유출 문건의 중요성을 축소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11일자 온라인판 첫페이지 상단에 유출 문건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야당의 반응을 다룬 기사를 배치하며 "야당에서 보안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미 국방부 문건 유출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선정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관리들이 이번 사건이 한국 정부와의 관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 국방부 등이 유출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어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2월28일과 3월1일에 온라인에 게시된 유출 문건에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그 전에도 온라인상에 다른 문건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출 경로와 누가 문건에 접속했는지 등도 현 시점에서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