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비행 능력과 질병 저항성을 지닌 박쥐는 지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이로운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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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박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녀석에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젊은 과학자였던 섀런 스와츠는 원래 긴팔원숭이를 연구했으나 박쥐 날개의 정교한 골격 구조와 포유류가 날 수 있게 된 진화적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영장류 연구를 잠시 중단하고 호주로 건너가 대형 박쥐의 일종인 날여우박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사 과정생 브룩 퀸(오른쪽)이 지도 교수인 섀런 스와츠와 함께 브라운대학교 풍동 실험실에서 세바짧은꼬리박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박쥐는 비행할 때 날개에 나 있는 미세한 섬모로 주변을 ‘감지’한다. 스와츠는 골프장을 방문했던 어느 저녁나절의 일이 떠올랐다. 그곳에 있던 나무에는 박쥐가 무리를 이뤄 빽빽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해가 지면서 처음에는 박쥐 한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그 후 몇 마리가 더, 그리고 연이어 수백 마리의 박쥐가 비상하며 “하늘에 박쥐들의 강”이 펼쳐졌다. 다음 날 밤, 현재 미국 브라운대학교 소속 생물학 및 공학과 교수인 스와츠는 동료와 함께 채집망으로 박쥐를 포획했다. 그녀가 난생처음 손에 넣은 박쥐는 날개 길이가 약 2m에 달하는 날여우박쥐였다.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존재는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았거든요.”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은 십중팔구 박쥐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칠 것이다. 서양 문화에서는 박쥐가 오랫동안 어둠과 악의 상징이었다. 또한 박쥐는 민속 분류학적으로도 애매한 동물이다. 조류는 아니지만 하늘을 날고 설치류는 아니지만 작고 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본 협회의 탐험가이자 케냐 마사이마라대학교 소속 야생 생물학자인 폴 웨발라와 엘도레트대학교의 생물학과 학생인 에릭 케터가 케냐 남동부에 있는 스리 시스터스 동굴군에서 박쥐를 포획하고 있다. 박쥐의 발성을 기록하고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박쥐가 소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사태를 일으킨 바이러스와 유사한 병원체를 포함해 전염병을 옮길까 봐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따지고 보면 광견병에 걸린 개가 박쥐보다 훨씬 더 많은 인간을 죽이고 독감 바이러스는 오리와 돼지를 통해 전파되지만 이런 동물들은 박쥐만큼 공포감을 주지 않는다.
박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심지어 전파하는 데 스와츠와 동료 생물학자들을 따라올 자는 없다. 많은 생물학자는 다른 포유류에서 박쥐로 관심을 돌리며 발견한 과학적 신비로움의 세계, 예를 들어 박쥐의 믿기 어려운 곡예비행이나 긴 수명 혹은 대부분의 암에 대한 부러울 정도의 저항성 등에 매료됐다. 세계 각지의 과학자들이 이런 비밀을 풀고 있다. 일부 과학자는 박쥐에게서 얻은 지식을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하기를 원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그저 박쥐의 기막힌 다양성과 진화사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박쥐가 단순히 날아다니는 쥐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