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同居)
살다보면
동거는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혼자 하던 일
둘이 같이 하니
즐거움이 배로 늘고
가장 큰 기쁨은
마음 맞는 누군가와
공간을 나눠 쓴다는 것
밖에서 만나
둘이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좋았고
먼저 와 불 밝히고
조용히 기다린다는 게
묘하게도 가슴이 설렌다
한여름조차
창문을 꽁꽁 닫고
문단속 꼼꼼히 살피던 것이
둘이 있으니
창문 활짝 열어두고도
걱정되지 않는 여유도 좋고
한밤 공원의
쉼터에 마주앉아
생맥주 한 잔에
유년으로부터 학창시절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연애에
성과 육아 할 말도 많고 많았는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을 절감하는 어제와 오늘이다
생강을 좋아하는
내 입맛을 기억해
생강을 사다 달여 놓던
친구는 떠나고
날 위해 만들어준
생강차를 홀짝이는 밤
외로운 밤에
친구의 마음이
생강차와 함께 내 가슴 덥힌다
집은 낯설고 텅 빈 느낌
그러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은 이성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