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단락(段落) 나누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봅시다. 우리가 문단(文段)을 나누는 이유는 독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글의 메시지나 맥락(脈絡)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내용상의 전환(轉換)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문단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새로운 주장(主張)을 제시한다거나 접속사(接續詞)가 등장한다거나 소설 같은 경우라면 상황(狀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거나 문단을 나누는 것 역시 작자의 개성(個性)에 따라 다양합니다.
흔히 글을 읽다보면 문장(文章)이 몇 개 이어지다가 행(行)이 바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행을 바꾸어 쓰는 것은 거기서부터 새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시각적(視覺的)으로 알려 독자에게 마음의 준비(準備)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이 새 행이 시작되어 다음 새 행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덩어리를 단락 또는 문단이라고 합니다.
즉 여러 개의 문장이 모여서 하나의 일관된 생각을 표현(表現)하는 글의 단위를 우리는 문단이라고 합니다. 즉 사고(思考)의 전개를 위한 최소 단위가 문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문단은 한 덩어리의 생각이기 때문에 하나의 중심 생각을 하나의 화제문(話題文)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의미가 분산(分散)되지 않는 응집력(凝集力) 있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문단 구분 역시 생각이 바뀜에 따라 즉 화제가 전환(轉換)될 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의 단락을 이루는 원리는 한 편의 글을 이루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한 편의 글은 그 글 전체를 꿰뚫는 핵심내용(核心內容)인 주제와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단락도 핵심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집니다. 단락의 핵심내용은 보통 소주제(小主題)라 합니다.
단락을 지나치게 많이 나누면 읽는 사람에게 산만(散漫)한 인상을 줍니다. 논제(論題)의 요구사항을 검토(檢討)하여 그 요구사항별로 큰 단락을 구성(構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글쓰기에서는 어떻게 단락구성을 해야 할까요? 느낌으로 문단을 나누는 초보자(初步者)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문단 나누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합니다.
단락의 의미:글의 설계도(設計圖)인 개요가 작성되면 집필의 단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집필(執筆)은 문장 하나하나를 써 나가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최소한 개요(槪要)에 제시된 어구 또는 문장을 중심으로 엮어 나가게 됩니다.
개요의 각 항목은 주제를 명세화(明細化) 또는 구체화한 요목(要目)입니다. 따라서 개요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주제의 하위 단위의 관념(觀念)을 구체적으로 펼쳐 나간다는 뜻입니다.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관념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관념은 소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때 소주제를 중심으로 글이 완결(完結)되면 그것은 글 전체를 이루는 작은 단위의 글이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반적으로 단락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단락이 시작될 때 첫 글자를 들여 써 전체 글 가운데 작은 단위(單位)임을 나타냅니다.
단락 가운데에는 중심관념(中心觀念)이 소주제문으로 나타나 있을 수도 있고 단락 전체에 암시적으로 함축(含蓄)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명시적이든 암시적(暗示的)이든 단락은 하나의 중심관념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락을 사고의 한 단위라고 합니다.
글 전체가 하나의 주제 아래 이루어진 큰 덩어리의 생각이라면 단락은 이를 이루는 작은 단위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단락은 글 전체의 뜻과 긴밀성(緊密性)을 유지해야 하는 종속적인 단위입니다. 그러나 작은 단위의 생각이 하나의 소주제문으로 내세워져 이를 중심으로 완결된 글의 모습을 갖춘다면 그 나름으로 독자적(獨自的)인 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할 경우 단락은 한 편의 글이 이루어질 때처럼 중심(中心) 내용이 충분히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단락의 요건: 독자적인 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전형적(典型的)인 일반 단락이 되려면 어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첫째, 통일성(統一性)이 있어야 합니다. 한 편의 글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듯이 단락도 하나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전개(展開)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소주제는 단일 개념 또는 관념을 지닌 것을 말합니다. 이를 중심으로 서술의 초점(焦點)이 집중될 때 핵심이 뚜렷한 단락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일관성(一貫性)이 있어야 합니다. 단락은 하나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이때 단락 내부의 여러 문장들은 아무 연관성(聯關性) 없이 아무렇게나 접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들이 일정한 질서(秩序)에 따라 논리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것입니다.
문장들 사이의 일관성은 접속어(接續語), 지시어(指示語), 동일어(同一語) 또는 유사어(類似語) 등을 통해 유지되기도 하고 이들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고 단지 의미론적 일관성을 유지한 문장들이 유기적으로 배열(排列)됨으로써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셋째, 완결성(完結性)을 갖추어야 합니다. 단락의 구조는 소주제문과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문장들로 이루어집니다. 소주제문이 지니고 있는 개념이나 관념은 그것이 상세화(詳細化) 또는 구체화되기 전에는 독자성 있는 글이 되기 이전의 미완(未完)의 상태입니다. 따라서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단락은 소주제와 그것을 풀이, 입증(立證), 예시(例示)하는 문장들로 뒷받침되어야만 하나의 글로서 완결됩니다. 이러한 경우 단락은 한 편의 글 속에 종속(從屬)되는 부분으로 그치지 않고 한 편의 완결된 글로서 독자성(獨自性)을 지닐 수 있게 됩니다.
특수 단락의 양상과 기능:완결성(完結性)의 정도는 예상되는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決定)될 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주제가 지니고 있는 내용의 난이도(難易度)와도 관계됩니다. 따라서 완결성의 달성도 즉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특수진술(特殊陳述)의 내용, 수준, 분량 등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결정될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반적으로 단락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단락의 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단락이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요건(要件)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의 글 속에서 특수한 역할(役割)을 하는 단락 가운데 뒷받침 문장들이 없이 중심 문장만으로 이루어진 단락도 있습니다. 이른바 특수단락입니다. 실제로 한편의 글을 통해 특수단락의 양상(樣相)과 그 기능을 알아봅니다.
(1) 삼계탕 등 닭요리를 먹고 두통이나 열이 난다면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여름을 맞아 삼계탕 섭취가 증가하면서 캠필로박터 제주니(이하 캠필로박터)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23일 밝혔다.
(2)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캠필로박터균'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캠필로박터균은 각종 야생동물이나 가축 장관 내에 분포하는데,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 닭, 칠면조, 돼지, 소, 고양이 등에 캠필로박터균이 많은데, 특히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가금류에서 장내 증식이 활발해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균은 37℃에서 잘 자라지만 캠필로박터균은 42℃에서 잘 증식하고, 열에 약해 70℃에서 1분 만에 사멸한다.
(3)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다음 수칙을 지켜야 한다.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밀폐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생닭에서 나온 핏물로 다른 식품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한다. 생닭을 조리할 때는 채소류, 육류, 어류, 생닭 순으로 생닭을 가장 마지막에 세척한다. 생닭 세척 전에는 씻어놓은 채소류, 조리기구 등이 오염될 수 있어 주변을 치워놓고 세척한다. 생닭을 다뤘던 손은 반드시 비누 등으로 씻은 다음 다른 식재료를 다뤄야 한다. 생닭 조리에 사용한 칼‧도마 등은 다른 식재료와 구분해서 사용하고, 조리기구를 구분해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식재료 종류를 바꿀 때마다 칼·도마를 깨끗하게 씻거나 소독한다. 생닭을 조리할 때에는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충분히 가열 조리(중심온도 75℃ 1분 이상)하는 것이 필수다. --이해나 “'캠필로박터 식중독' 의심” 중에서
(4)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극찬하고, 복용하기도 했지만 실제 효능과 안전성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하며 감염 예방 차원에서 복용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은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 ‘헬스조선’ 이해나 기사 중
(1)부분은 이 글 전체에서 서론적(序論的) 구실을 하는 단락이다. 이른바 특수 단락 가운데 하나로서 도입 단락이다. 도입 단락은 글의 서두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푸는 구실을 한다. 어떤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가볍게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논의는 오히려 독자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이 글은 ‘다리’가 어이없게도 무너졌다는 사건 제시와 이에 대한 필자 자신의 가슴 아픔 심정을 나타냄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부분은 전환 단락으로서 도입 단락에서 제시한 내용의 방향을 바꿔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이 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내용의 방향이 결정된다. 이 단락의 내용은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니고 인재이다’라고 요약될 수 있다.
(3)부분은 결말 단락이다. 중심 단락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복 강조하고 새로운 전망을 곁들이면서 결론을 짓고 있다.
위의 4개 단락 가운데 특수 단락에 해당(該當)되는 것이 도입, 전환, 결말의 기능을 보이는 단락들입니다. 이러한 단락들은 뒷받침문장을 구태여 필요(必要)로 하지 않습니다. 골격(骨格)이 되는 내용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글 전체와 종속관계(從屬關係)를 맺고 있으면 됩니다.
특수 단락은 이외에도 구체적인 예 또는 사실을 주(主)내용으로 하여 논지(주요) 단락을 뒷받침하는 예증 단락, 앞뒤의 단락을 이어 주기 위해 설정된 연결단락(連結段落), 결말 부분에 과제의 전망(展望)을 덧붙인 발전 단락을 자세한 설명을 더함으로써 내용을 더욱 분명(分明)히 해 주는 부연 단락 등이 있습니다.
단락 나누기는 중요한 글쓰기 스킬입니다. 통상 첫 단락부터 한 단락씩 보태가며 씁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씁니다. 다 쓴 글을 나눌 수 있는 데까지 나눕니다. 나눈 글 중에 합칠 게 있는지 봅니다. 그리고 한 단락 안에 나눌 수 있는 게 있어서도 안 되며 한 단락에 들어갈 게 떨어져 있어서도 안 됩니다. 단락이 나눠지면 끝으로 어떤 순서로 배열(排列)하는 게 좋을지 생각합니다.
글에 자신이 없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 단락조차 쓰기 힘들어합니다. 몇 개의 문장(文章)을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이들은 글 전체를 쓰는 연습 대신 단락 하나를 완성하는 연습(演習)부터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체 글을 쓸 수 있는 기초체력이 길러집니다.
그러면 단락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는 단락에 관한 연구과제(硏究課題)입니다. 단락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통일성과 연결성이라는 게 핵심적인 결론(結論)입니다. 내부적으로 즉 단락 안에서는 통일성을 유지(維持)하는 게 중요합니다. 외부적으로 즉 단락과 단락 사이에서는 유기적 연관성과 연결성을 확보(確保)하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됩니다.
책을 읽어보면 독해능력(讀解能力)이나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데 단락 나누기가 필수적(必需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이 생각의 꾸러미라면 단락은 한 개의 꾸러미인데 그 꾸러미들의 정돈상태(整頓狀態)가 글의 완성도와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의 최대 미덕(美德)은 글들이 나타내고 있는 풍부한 내용을 문제형식(問題形式)으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체제(體制)로 꾸며져 있어 혼자서도 단락에 관한 고민(苦悶)을 깊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