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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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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왕벚나무 원조 논쟁 110년만에 결론, 그 이후...

 

서울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도심에 흔한 화려한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다. 여의도 벚꽃들도 마찬가지다. 왕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꽃이 크고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이 식별포인트다.

 

이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놓고 한일간에 100년 이상 논쟁을 벌였다. 일본은 왕벚나무의 원조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1901년 마츠무라 교수가 왕벚나무에 학명(Prunus yedoensis Matsumura)을 붙일 때 종소명에 에도(江戶·도쿄)를 넣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에밀 타케 신부(프랑스 출신으로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선교사이자 식물학자)가 1908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했다. 그후 한국 학자들은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했고, 일본 학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두 나무는 외관상으로는 겨울눈에 털이 많고적고 차이가 있을 뿐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2018년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母系)로 하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부계(父系)인 자연교잡종인 반면, 일본 왕벚나무는 모계가 올벚나무로 같지만 부계가 오오시마벚나무로 다른 것이 밝혀진 것이다. 한일간 11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은 이렇게 끝났다.

제주지역에 자생하는 제주왕벚나무. /제주도

◇어느 것을 ‘왕벚나무’로 불러야하나?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더 큰 문제들이 그 앞에 놓여 있었다. 먼저 어느 것을 그냥 ‘왕벚나무’로 부를 것이냐 문제다. 서울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벚나무가 156만 그루로 압도적으로 1위(16.6%, 2020년 현재)이고 대부분 왕벚나무다. 지방마다 벚꽃축제를 유치하려고 벚나무를 대거 심었기 때문이다. 이 나무를 왕벚나무로 부르느냐, 제주도에 자생하고 이제 막 제주도에서 가로수로도 심기 시작한 나무를 왕벚나무로 부를 것이냐 문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일본 왕벚나무 학명과 국명을 그대로 두고, 제주도 왕벚나무는 학명을 ‘Prunus × nudiflora (Koehne) Koidz.’, 국명을 ‘제주왕벚나무’로 정리했다. 왕벚나무라는 이름을 일본 왕벚나무에 준 것이다. 이에대해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일본 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벚나무’로 고쳐 부르고, 제주도 왕벚나무를 왕벚나무로 부르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전국 150만 그루가 넘는 가로수 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벚나무 또는 일본왕벚나무로 불러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국립수목원 장계선 연구관은 “보편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우리 왕벚나무를 제주왕벚나무로 부르기로 했다”며 “다만 제주왕벚나무 증가 속도와 국민 정서 등을 보면서 시간을 갖고 판단해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외양상 가로수 왕벚나무와 큰 차이가 없다. /이재능

◇”가로수를 제주 왕벚나무로 교체하자”

다음으로 기존 150여만 그루 왕벚나무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다. 적어도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도는 가로수로 자생 왕벚나무를 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왕벚나무는 제주시 가로수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다. 제주시 가로수 4만347그루(2019년 현재) 중에서 왕벚나무가 30% 가까운 1만1638그루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시가 시내 일부 왕벚나무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모두 유전자가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 달랐다. 일본산과 우리 벚나무를 접목하거나, 일본 교포가 보내준 왕벚나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점진적으로 기존 왕벚나무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2020년 처음으로 삼도1동 전농로와 병문천 도시숲에 자생 왕벚나무 52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자생 왕벚나무를 증식해 가로수로 심을만큼 키우는데만 적어도 7~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자생 왕벚나무 가로수길을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왕벚나무. 지난 10일 서울 난지한강공원.

다른 왕벚나무 가로수들도, 국회나 현충원 같은 상징적인 곳부터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하자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왕벚프로젝트 2050′는 2050년까지 전국의 공원과 공공시설은 물론 가로수용으로 일본 원산 벚나무 대신 제주 왕벚나무를 심자는 운동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여의도 벚나무 636그루를 전수조사한 결과, 94.3%가 일본 왕벚나무였고, 제주 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다. 프로젝트 초대 회장을 맡은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은 “국회·현충원, 현충사 등과 같이 일본 왕벚나무가 자라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는 곳부터 우리 왕벚나무로 바꾸어나겠으면 좋겠다”며 “왕벚나무 자연수명이 50년 안팎이므로 교체할 때 서서히 각자의 나무에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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