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 '대기 중 수분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열대 나무 고사율 증가'에 따르면, 1971년 이후 지금까지 호주 퀸즐랜드 북부에 있는 열대우림 나무 2305그루가 고사했다. 문제는 고사하는 나무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5년 1%이던 고사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2%에 도달했다. 35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은 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평균 200년이 넘는 나무의 수명을 고려할 때 나무의 고사율이 증가하는 경향은 이례적이다.
연구진들은 열대우림 나무들이 더 빠르게 죽어가는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지목했다. 특히 공기 중 수분의 양과 공기가 보유할 수 있는 습도의 최대량의 차이인 수중기압차(Vapour-pressure deficit, VPD)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대기가 현재 가지고 있는 수분과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 양의 차이가 커졌다는 뜻이다.
수증기압차(VPD)가 커지면 공기가 빨아들일 수 있는 수분이 많아진다. 따라서 식물의 잎이 가진 수분을 대기로 더 빼앗기게 된다. 잎이 마르는 것이다. 뿌리에 충분한 물이 공급되어 잎으로 다시 전달되지 않으면 잎은 결국 시든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증기압차(VPD) 증가 현상이 반복됐고, 결국 나무의 이른 죽음까지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수증기압차(VPD) 증가는 최근 증가하는 산불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수증기압차(VPD)가 낮아질 수 있었던 계절(5월, 9월)이나 밤의 평균 기온이 기후변화로 인해 상승했고, 그로 인해 식물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짝 마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마름과 촉촉함을 반복하던 식물의 수분 변화량이 줄어들면서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번 나무의 죽음은 기온 상승, 토양의 가뭄 등 다양한 기후변화 현상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연구진들은 바짝 말라가는 대기가 나무 고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상승과 그로 인한 대기의 가뭄이 나무 고사율 증가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이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폐사 위험이 커진 나무는 카스타노스펠뭄(Castanospermum australe), 화이트아스펜(Medicosma fareana) 등 호주에서 자생하던 식물 등이다. 연구진이 조사한 81개 종 중에 70%에서 고사의 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열대우림 나무의 죽음은 기후변화 대응에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는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옥스퍼드대학 소속 식물 생태학자 데이비드 바우만(David Bauman)은 "나무는 기후변화에 중요한 주체이지만, 가장 취약한 주체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