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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이 '여학생' 잘못이라고?

▲ 인하대학교에 마련된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 추모 공간. ⓒ연합뉴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 "예방조치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 이은의 변호사 

인하대 성폭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학교와 총학생회는 물론 언론의 보도 태도 등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대하고 소비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범죄 발생을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어렵더라도 적확한 노력을 통해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인하대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이를 대하는 해당 학교나 사회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인하대 측이나 해당 총학생회, 이 사건을 보도했던 많은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나 향후 이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지적하고 고민하는 대신 엉뚱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거나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화했고 피해자를 되려 성적대상화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니 피해자의 유가족이 교내 분향소를 철거해주길 요청한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일선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가장 큰 답답함 중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피해자가 어떠했길래 그런 일이 생겼는지와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초래된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범죄는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라서 혹은 어떻게 하다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가 어떤 사람이라 한 어떤 행위가 범죄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조치는 가해자를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애도문이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듯, 예방교육이랍시고 과음하지 말라고 가르치거나 예방조치라며 심야에 학교 건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이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굳이 '여대생'이라고 칭하고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에 이른 상태나 가해자의 증거인멸 시도를 설명하며 피해자의 착장 여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것도 아니지만, 국민의 알권리로 해석할만한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주목했어야 하는 것은 가해자가 평소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습성이 있었는지와 같이 성범죄로 나아갈 개연성을 높이는 인자들이 있었는지, 가해자가 과거 받았던 성교육이나 성폭력예방교육의 실상은 어떠하였는지였다. 그래야 가해자의 학교는 물론이고 여러 다른 학교들에서도 보다 쉽게 성범죄로 나아가게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꼭 필요한 인식개선에 방점을 실어 교육할 수 있게 된다. 여기 어느 지점에서 피해자가 여성인지, 옷을 다 입었는지, 끔찍한 피해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필요할지 생각해보면, 이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나 학생회, 언론이 얼마나 피해자에게 가혹하고 사회적으로 무용했는지 선명해진다. 

비단 이 문제가 인하대나 그 학생회, 이 사건을 다뤘던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준강간이나 준강간미수, 준강제추행과 같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다뤄온 이력이나 시선도 기울어져 있기는 매한가지다.  

가령 인하대 피해자 사망 사건이 알려진 직후 준강간치사죄와 강간살해죄 적용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위 두 범죄는 각기 범죄성립요건이 다르다. 범죄혐의는 범죄자의 괘씸함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결과 드러난 실체적 사실에 입각해 적용하면 족할 일이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니 그에 상응하는 엄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당연하다. 이 사건 수사 결과가 다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범죄명(名)을 둘러싸고 일어난 소란은 그간 우리 사법기관이 이런 피해에 보여온 미진한 대응에 대한 불신의 단면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미 발생한 비극을 되돌릴 수야 없겠지만 또 다른 유사한 범죄를 줄여나가기 위해 아직 사회가 할,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특정학교만이 아니라 모든 학교들, 학생회, 언론, 수사기관, 법원 등 모두가 고루 짊어져야 할 과제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직접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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