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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폐지하지만 … 스토킹 '사각지대'는 여전?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9월 16일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글 : 한예섭 기자
법무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입법예고 … 스토킹 근절 남은 과제는?
스토킹처벌법의 맹점이라 지적돼온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된다. 대표적인 '스토킹 사각지대'인 온라인스토킹에 관한 처벌규정이 신설된다.

다만 일부 처벌규정 신설에도 불구, 스토킹에 대한 법적 정의 규정 자체가 여전히 협소한 편이라는 문제는 남는다. '신당역 살인사건'과 같은 직장 내 스토킹을 방지하기 위해선 '사업주에게도 응급조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입법예고 … "반의사불벌죄 삭제하겠다"

19일 법무부는 현행 스토킹처벌법상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면적 개선안을 담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반의사불벌죄는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을 때부터 여성계 등에 의해 '법률상 맹점'으로 지적돼 왔다. 

스토킹 사건에선 사회적 평판이나 추문, 가해자의 협박·회유 또는 가해자와의 위력적 관계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건 진행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으며, 가해자의 합의 종용이 '2차 스토킹' 혹은 살해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어난 신당역 살인사건의 가해자 전주환 씨도 살인을 저지르기 이전부터 피해자에게 스토킹에 대한 합의 등을 종용해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서 법무부는 이 같이 "합의를 빌미로 2차 스토킹범죄 또는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빈발"함을 인정해 "스토킹 가해자를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인능욕' 등 온라인 성착취·스토킹 피해가 발생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었던 스토킹처벌법상의 공백도 보완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 내 사진 유포하고 희롱한 '스토킹' 가해자,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3항은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하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피해자 입장에선 명백한 스토킹으로 인지되는 행위들이 법적인 범죄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활동가는 지난 4월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의 주최로 열린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기념 토론회'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을 유포하는 경우, 익명 계정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피해자의 사진과 모욕적인 글을 게시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용하는 웹페이지에 침입해 성폭력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 피해자인 척 가장해서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채팅으로 접근한 뒤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경우" 등을 일례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온라인에서 괴롭히거나 해악을 끼칠 목적으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피해자 등을 사칭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도입하고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신변안전조치, 신원 등 누설금지,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등 유사법령에 있는 제도를 스토킹 범죄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할 시 처벌도 강화되며, 여성계가 꾸준히 제기해온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도 도입된다. (관련기사 ☞ "2016년 강남역 사건 떠올라 ... 사회가 여성 살해 '또' 방관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만으로 '스토킹 사각지대' 해소할 수 있을까

다만 법무부 개정안만으로 '스토킹 사각지대'가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실제 범죄현장엔 한두 가지의 처벌규정 신설만으론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스토킹 피해가 산재해 있으며, 그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각 사업장 등 '현장'에도 법적 의무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변 여성위원회 소속 박인숙 변호사는 특히 스토킹 행위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열거' 방식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 다섯 가지 행위로 열거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열린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을 통해 바라본 스토킹처벌법과 여가부의 역할' 토론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접근과 감시, 추적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발생한다"며 △위치정보 수집 △온라인 게시물 게시 △피해자나 주변인 사칭 △해킹 시도 및 해킹 △온라인 감시 △피해자 명의 금융서비스 신청 △가족이나 동거인이 아닌 지인에 대한 접근 △반려동물 등에 대한 위해 행위 등을 스토킹 사각지대의 예로 들었다.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법무부가 신설하겠다고 밝힌 온라인스토킹 처벌규정으로 포괄할 수 없는 사례들이다.

박 변호사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 국가들은 스토킹 행위를 '열거식'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고, 독일의 경우 스토킹 행위를 열거하고 있으나 한국에 비해 그 범위가 넓다"며 "스토킹 행위의 정의 규정 자체를 열거 규정에서 열린 규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규정을 '열린 규정'으로 둬 발생할 수 있는 명확성 원칙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모델을 차용하여 '스토킹 행위' 규정을 열린 규정으로 두고, 스토킹범죄 정의 규정을 보다 상세하게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폐지저지공동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YWCA 페이지명동에서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을 통해 바라본 스토킹처벌법과 여가부의 역할' 토론회를 개최했다. ⓒ불꽃페미액션 제공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당한 직장 내 스토킹 등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행위를 방지·처벌하기 위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같은 토론회에서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정의는 친밀한 관계 또는 불특정 다수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업무적 관계가 있는 자들(고용주, 상급자, 동료, 고객 등)의 스토킹에 회사의 조치 의무를 강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회사에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와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더 나아가 현행법상 응급조치 의무 일부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성희롱을 제외한 직장 내 젠더폭력 관련 제보 51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스토킹(11건)이었으며, 강압적 구애(8건), 고백 거절 보복(7건), 악의적 추문(7건)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사건들은 대부분 성희롱 및 추행, 직장 내 괴롭힘, 스토킹, 주변인 괴롭힘이나 악의적 소문 퍼뜨림, 혹은 업무 배제 등 '보복' 행위와 같은 추가가해로 이어졌다. 여기엔 업무상의 위계에 따른 '신고 보복' 행위도 포함됐다. 폐쇄적인 직장 내에서 '사업주의 적극적인 징계행위가 부재할 시 스토킹 행위나 스토킹 전조 행위 등은 추가 가해로 이어지기 쉽다'는 문제는 지난 신당역 살인사건에서도 지적됐다. 

이에 김 노무사는 "일터라는 특수성이 스토킹 등 젠더폭력을 조장하고 심화하지만, 효과적인 예방 및 대응은 물론 신고조차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직장 내 젠더폭력의 효과적인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선 관련 법제도 정비는 물론 일터 자체와 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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