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국가보안법, 북한바로알기, 한미관계, 미중전략경쟁, 평화기행을 주제로 4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매월 세번째 토요일 오후 3시,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10월 22일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의 강연을 정리한 주요 내용입니다.
넘치는 유동성과 세계적 인플레이션 발생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바이든은 미국 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동원하고 각종 그룹을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면서 자국의 힘을 보존하고 키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연필 하나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았던 미국은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맞으며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대표되는 경제위기를 겪습니다. 미국은 제조업 공동화로 인해 생긴 자본주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단행했습니다.
2009년 전 세계 GDP 성장률이 3%였던 반면 통화 증가량은 12% 늘어났습니다. 2008년부터 6년간 미 중앙은행은 3조 6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422조 원의 돈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도 전에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습니다.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을 극복하기 위해 팬데믹 이후 19개월 만에 4조 2000억 달러, 약 5159조 7000억 원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이는 실물자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순수한 화폐 증가분으로 과잉유동성을 발생시켜 많은 부분 투기자본으로 전환되어 주식, 부동산, 에너지, 원료, 식량 시장에 투입되어 이들의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킹달러, "달러는 우리의 통화이지만, 당신들의 문제"
1970년대 재무장관이었던 존 코널리는 "달러는 우리의 통화이지만, 당신들의 문제"라며 달러 가치 변동으로 생기는 문제들은 각 나라가 알아서 해결하라 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으나 달러 강세를 이끌고 다른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의존하는 정책은 개도국을 희생시키는 경솔한 도박이며 개도국의 수입물가를 치솟게 하고 부채상환의 부담을 키운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개도국의 미래 소득이 약 516조 원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달러는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및 주민 대출 상환 압력, 수출 상품 가격을 상승시키며 미국 제조업에 불이익이 됩니다. 미국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펼치며 국내에 제조업 공장을 지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수출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가전업체 월풀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9% 하락하고 농기구 제조업체 애그코도는 2분기 해외 매출이 8.5% 하락했습니다.
'세계화는 끝났다, 자본주의를 리셋하자'라고 외치는 자본가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선두주자이자 다른 나라에도 FTA 협정으로 이를 강요했던 미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국내 시장에 제조업 기업을 불러들이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의 중국의 추월을 시장경제에서의 자유경쟁이 아닌 정치 권력으로 막고자 합니다. 칩4 동맹을 맺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에 각종 제재를 가하며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아예 미국 내에서 판매금지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은 국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공급부족을 야기시켜 미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또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서 볼 수 있듯이 동맹과 협력국의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경제 위기는 한 가지 경제정책의 오류나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요인이 아닌 제조업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금융자본주의 자체의 한계이며 서방의 대자본가, 정치가의 집합인 세계경제포럼(WEF)조차 자본주의를 리셋해야 한다는 의미의 '거대한 재설정(The Great Reset)'을 자신들의 중심 주제로 공식화했습니다.
내 손자 손녀가 중국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내 손자 손녀가 중국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1월 "나는 미국이 2위로 추락하는 것을 절대 허용치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세계 1등 국가 미국은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자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방식보다는 1등 자리를 노리는 중국을 힘으로 제압하고 친구들을 동원하여 왕따를 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질서 재편 의도와 힘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미국의 도전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합동전영역지휘통제시스템(JADC2)을 구축하고 동맹과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여 통합된 연결망 중심으로 전장환경을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태평양 일대에서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실시되고 있는 미국 주도 다국적연합훈련은 동맹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군사훈련입니다. 미국은 나토를 동진시키고 우크라이나를 부추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대만을 앞세워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미중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높였으며 중국은 72시간 훈련을 통해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미사일을 발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백악관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말렸다고 했지만 펠로시가 군용기를 타고 갔다는 점에서 백악관의 지지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더욱 치명적
⓵ 대만문제 발생 시 한국의 개입 가능성
현재 한미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2021년 12월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한미작전계획이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현재 주한미군 사령관인 폴 러캐머라는 한미동맹이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 전선도 아울러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2022년 7월 대만해협에서 대만과 중국과의 충돌이 발생해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은 전쟁 수행 지원이 됐든 무역과 경제교역 중단이 됐든 분쟁에 말려들어 가게 되고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군이 대만에 가는 것은 우리와 협의하게 되어 있다고 했지만 오산 공군기지에서 2020년 정찰기 U-2S가 대만해협, 남중국해로 날아가 중국을 감시하고 2021년 미군의 초대형 군수송기 글로버마스터(C-17)가 대만으로 날아갔을 때도 한국과 협의하지 않았습니다.
대만문제 발생 시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얼마든지 대만지역으로 파견될 수 있으며 미군기지를 제공하는 한국은 중국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와 관련 없는 전쟁에, 그리고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 불 보듯 뻔한 전쟁에 우리의 의사와 정치적 결정과는 상관없이 휘말려 들어갈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항공모함이 정박 가능한 해군기지이며 미항공모함의 발진기지가 된다는 것은 미중 간 전쟁 시 중국의 공격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⓶ 미국의 미사일전초기지인 사드기지
지난 10월 초 성주에 사드 장비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패트리엇미사일과 사드레이더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3단계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의 MD는 세계 곳곳에 배치된 패트리엇, 사드, 이지스함 레이더 등을 지휘통제시스템인 C2BMC와 모두 연동시키는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 C2BMC(Comm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s)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시스템(JADC2)과 연결되어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소프트웨어만 변경하면 중국 베이징까지 탐지 가능합니다. 이번 3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 반입 당시 전자장비 EEU가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는데 이것은 미국의 MD 지휘통제시스템인 C2BMC와 연결하는 장비입니다. 사드는 미국의 MD와 연동되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기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라고 부르는 둥펑21계열의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여 미국 전력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성주의 레이더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함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와 연동하면 둥펑 21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이지스함에 탑재된 레이더나 일본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둥펑 21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합니다.
이미 한미일은 해상 MD라 불리는 퍼시픽 드래곤과 얼마 전 동해에서 벌인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을 통해 함정의 레이더와 미국의 군사위성 간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MD 구축의 완성은 중국을 촘촘하게 둘러싼 미사일 방어망이자 공격망을 완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확장억제에 대한 집념과 미국의 한미일군사동맹이라는 야심의 결합
한국정부가 느끼는 안보불안은 북한의 군사행위도 있지만, 과연 한반도에 전쟁이 났을 때 미국이 본토공격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남한을 지켜주겠는가도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런 시도는 전혀 없이 미국의 확실한 확장억제를 보장받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제압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형성하여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이 절실한 과제였습니다. 서로의 필요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횟수와 강도를 더해가며 연일 한반도에서 실시되고 있고 결국 독도 인근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강화로는 한반도 평화가 만들어질 수 없음을 지난 30여 년 간의 북미대결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조차 북한의 일방적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협상 방식에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격동의 시기, 낡은 냉전식 외교에서 벗어나야
세계는 일극체계에서 다극화체계로의 이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에서는 정치체제, 역사 문화적 차이, 심지어 영토분쟁과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초월하여 주권평등과 배타적이지 않은 다자주의를 추구하기로 했습니다. 상하이협력기구의 주인공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었으며 11개국과 정상회담을 하고 달러패권에 맞설 상하이협력기구 독자 결제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 직전에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이 참여하는 브릭스는 냉전적 사고와 세력 간 대결을 지양하기로 했습니다.
30억 인구, 전세계 GDP의 25%를 담당하고 있는 브릭스는 정상회의 직후 고위급 대담회를 개최하였으며 여기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참가했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국이기도 합니다.
한세기가 끝나고 다극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네편, 내편 그룹을 지어 네편이면 내편이 될 수 없고 편이 다르면 경쟁하고 적대하는 냉전식 국제관계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벌어지는 국제정세를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넓고 융통성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견제를 위해 만든 쿼드(미국, 인도, 호주, 일본) 가입국가로 많은 사람이 중국과 사이가 안 좋고 미국과 친하다고 단순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13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러시아 제재 동참을 거부하고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협력기구, 브릭스 가입국으로 러시아 주도 연합훈련인 '보스토크-2022'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인도의 2022년 1분기 GDP는 영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인도는 2021년 말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54억 달러에 달하는 방공 미사일 S-400 을 수입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이란, 인도는 기존 유럽 대륙을 돌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운송로 대신 INSTC(International North South Transport Corridor)를 개통하여 세 나라의 철도와 해양운송로를 연결했습니다.
INSTC는 서방의 기술과 자본의 관여 없이 연결되었으며 이 운송로가 활성화되면 2030년에는 유라시아, 남아시아, 걸프 지역 간 총 컨테이너 교역량의 75%를 감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석유대금을 달러로만 받으며 미국의 페트로 달러 유지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석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불참하며 중립입장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장관은 '하나와의 관계를 다른 관계들과의 배타적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 협력기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무기와 에너지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유럽은 물가폭등과 에너지난으로 매우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유럽으로 판매되는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내 시세의 4배이며 미국 회사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LNG 선박 한 척당 1억 달러가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는 물가폭등에 맞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이 계속해서 미국에 충성맹세 하기에는 지구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일방의 편에 서기를 거부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헝가리는 젤렌스키의 무기 지원 및 에너지 제재 동참 요구를 거절했으며 브라질은 G20에서 러시아의 퇴출을 반대했습니다. 남태평양의 솔로몬 제도는 중국과의 안보협정은 체결했지만 미국과의 태평양 파트너쉽 공동성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는 젤렌스키의 연설을 거절했습니다.
브라질에서 룰라가 재선에 성공하며 남미에서는 역대급 핑크타이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미국이 중남미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40여 개 나라가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며 '강력한 제재'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전세계 150개 나라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은 대러무역이 17% 감소한 반면 독일은 3%만 감소했고 일본은 오히려 13%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동맹이라는 명분으로 무엇을 희생당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서진 '가치동맹'
최근 미국이 대중국 포위압박을 위해 만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해 한국자동차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지만, 애초 이 법을 제정할 때 미국은 동맹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의 100억 달러 투자에 대해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현대차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한국정부의 추가논의 요청에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가치동맹이란 결국 미국과 동맹국의 '공동의 가치'가 아니라 미국 패권유지를 위한 '가치'이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의 이익을 해칠 수 있음을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 공포와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는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반대하는 포항주민들을 향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유의 소리'라고 여겨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대가로 1조 원이 넘는 미군 주둔비용을 지불하고, 미군기지를 무상으로 내어주며, 미군기지 이전비용까지 내면서 소음도 감당해야 하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현실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죽어 나가는 것은 시민들입니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전쟁 직후 스위스에 천만 불짜리 초호화 주택을 사들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에너지기업들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고 한탄할 정도로 미국의 에너지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미국의 무기시장은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사일이 날아와 수십 명, 수백 명이 죽는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한미 간 전쟁계획은 초토화작전입니다. 항공기 수백 대가 출동하여 북한의 전략거점 700곳을 단숨에 폭격하고 항공모함과 각종 미사일부대에서 포탄을 폭풍처럼 쏟아내 북한을 점령하는 작전계획입니다. 미국은 자기네 땅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땅에 사람들이 얼마나 죽고 사회기반이 얼마나 파괴되는지는 큰 관심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전쟁과 걸프 전쟁, 아프간‧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전쟁방식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우리 민족의 안녕과 미래가 완전히 사라지는 전쟁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만을 절대시하며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높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자주국가만이 세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군사동맹으로 튼튼한 안보를 만드는 것만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난 역사에서 힘과 힘의 대결은 평화를 만들지 못함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수많은 남북회담과 인적교류가 있었을 때, 한국 정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세기를 이끌던 초강대국 미국이 유일 패권을 구가했던 구도는 분명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전염병위기는 나라들이 그룹을 만들어 대립하는 방법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분단국가에서 경제력과 과학기술, 군사력을 아무리 키운다 한들 리스크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불안한 나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력은 그 나라가 얼마나 자주성을 견지하는가에서 나옵니다. 또한 자주국가만이 변화하는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 및 자주와 양립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