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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사기범' FTX 뱅크먼-프리드가 '워싱턴 큰손'을 자처한 이유는?

▲'괴짜 천재'로 불리던 FTX 창업자 뱅크먼-프리드는 '역대급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AP=연합뉴스
 
 
글 : 장성관 컨설턴트
[장성관의 202z]⑦ FTX 사태와 미국의 정치자금법

미국 뉴욕 남부 연방 지방검찰청은 지난 13일 FT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8개 혐의로 기소했다. FTX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맷 데이먼, 스테판 커리, 탐 브레이디 등 유명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미국에서 가장 비싼 광고인 슈퍼볼 TV 광고까지 여러 차례 집행하기도 했다. 이런 FTX의 갑작스러운 몰락이라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소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뉴욕 남부지검장 데미안 윌리엄스는 뱅크먼-프리드의 혐의가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금융 사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중에는 불법 선거자금 공여 또한 포함되어 있어 워싱턴 정가에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2022년 선거 기간 동안 뱅크먼-프리드는 후보들에게 직접 99만 달러 이상, 그리고 정치활동위원회 (political action committee; PAC) 등에는 3880만 달러가량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이 기간 단일 후원자로는 여섯 번째로 큰 금액이다. 자칭 "효율적 이타주의자"인 그는 2024년 대선을 위해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의 후원금은 대부분 민주당 후보 또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조직에 기부되었기에, 보수성향의 방송인 폭스뉴스의 스타 앵커 제시 워터스 (Jesse Watters)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뱅크먼-프리드의 범죄혐의에 민주당과의 유착관계에 따른 은폐 시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후원 활동의 목적은, 개인적인 이념이 아닌 사업체 FTX와 암호화폐 관련 규제 완화가 목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를 위해 FTX 공동 최고경영자인 라이언 세일럼 (Ryan Salame)은 지난 2년 사이 공화당 후보 및 관련 단체에 12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후원했다. 

 

사업체의 이익 창출을 위해 정치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미국에서 합법적이며 당연한 일이다. 특히 뱅크먼-프리드와 세일럼처럼 고위급 임원이 당적을 나누어 공략 상대를 분담하는 전략은,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그리고 여타 대기업 및 로비업체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접근이다. 

 

뱅크먼-프리드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가 구체적으로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보도 내용과 그의 언론 인터뷰에 비추어보면 기부 대상에 따라 다른 후원 한도를 넘어서 차명으로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의심된다. 지난 9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후원금에 대해 "기부 명세가 누구나 열람 가능하게 공개되는 줄 알았다면, 특정 기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비쳤다. 또 지난 11월 암호화폐 전문기자 티파니 펑 (Tiffany Fong)과의 인터뷰에서는 "공화당원에게 보낸 후원은 어둠 속에만 두었다"며 모든 내역을 공개하면 본인이 공화당 측 후원자 중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부했을 것이라고 밝힌 적 있다. 

 

미국의 정치자금법은 2년간의 매 연방 선거 기간 동안 기부 가능 금액의 한도를 정해두지만, 그 주체와 대상에 따라 액수는 상이하다. 정치자금을 후원받을 수 있는 단체는 후보의 캠페인 외에도 정당의 전국·주·지역위원회 그리고 정치활동위원회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 분기, 연방선거위원회 (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후원 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며 이 내용은 즉각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 외에도 각 주정부와 지역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모금된 정치자금은 캠페인 인력 운영과 판촉물 제작 외에 대부분 방송, 신문, 온라인상의 광고 집행에 지출된다.

유일하게 후원자명단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주체는 로비활동과 정치광고 집행이 가능한 501(c)(4) 비영리단체다. 때문에 이렇게 알 수 없는 출처로부터 모아지고 사용되는 정치자금을 "다크 머니 (dark money)"라고 부른다.

 

2020년 144억 달러, 2022년 167억 달러…고삐 풀린 정치자금 지출 

뱅크먼-프리드와 같은 부자가 개인 자격으로, 그리고 기업체와 노동조합 같은 단체가 정치활동위원회 자격으로 큰 금액의 정치자금을 기부가 가능한 것은 지난 10여년간 걸친 미국 정치자금법의 변화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의 2011년 시티즌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판결에 따라, 후보 선거 캠페인 외 정치활동위원회와 같은 외곽조직 그리고 사업체는 그 지출 방식이 독립적인 경우, 선거·정치활동에 무제한의 금액을 집행할 수 있다. 나아가 2014년 매커친(McCutcheon) 판결은 개인의 정치후원금에 있어 총합에 대한 상한선을 없앴다.

 

실제로 연방선거에서 지출되고 있는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중간선거 때 공화·민주 양당 후보들과 정당 기구 및 정치활동위원회 등에서 집행한 급액은 도합 102억 달러로 집계되었는데,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18년에는 141억 달러, 그리고 2022년에는 167억여 달러로 추산된다. 

 

2016년 대통령선거에는 65억 달러, 2020년 대선에는 144억 달러가 지출되는 등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증가 폭이 가파르다. 불과 36년 전인 1996년 대선 때에는 양당의 총 지출액이 20억 5000만 달러로, 사상 최초로 20억 달러 선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뱅크먼-프리드의 기소 내용을 발표한 윌리엄스 지검장은 "초당적인 영향력을 돈으로 사고자 하고 워싱턴 공공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뱅크먼-프리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 검은 돈이 사용되었다"라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의 경우 구체적으로 '디지털 상품 소비자 보호법 (Digital Commodities Consumer Protection Act of 2022)'의 법제화를 위해 정치자금과 더불어 2022년 첫 3분기 동안 64만 달러 이상을 법안 내용 알림과 입법 촉구 등 로비활동에 사용했다.

 

이 법은 FTX와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 디지털 상품 시장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 권한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 대신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 (U.S. Commodities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에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SEC는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소관인 반면, CFTC는 양원 농업위원회의 관할에 자리한다. 잡지 <어메리칸 프로스펙트 (American Prospect)> 편집장 데이빗 댄 (David Dayen)은 "CFTC 위원장이 상원 농업위원장의 전 보좌관인 점 그리고 CFTC의 규제와 수사 여력이 SEC에 비해 현저히 약한 점에 비추어 FTX가 사업 활동을 하기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 계산했을 것"이라고 이 법안에 대해 평했다. 

 

뱅크먼-프리드의 FTX 최고경영자직 사퇴 전까지 지난 2년간 상원은행위와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는 관련 청문회를 총 여섯 차례 개최했는데, 대부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 코인을 주제로 진행했다. 반면 상·하원농업위에서 같은 기간 도합 여섯 번 개최한 관련 청문회의 주제는 모두 암호화폐와 CFTC에서의 관리·감독이었다. 의회 내에서 디지털 화폐,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 사이의 구분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의원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를 증권 (securities)으로 볼 것인지 상품 (commodities)로 볼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이때, FTX 등 업계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 지금 제도의 허점 속에서 FTX의 몰락같은 놀랄만한 일이 벌어질 수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 후보들이 답일까? 

이런 제도의 허점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을 우선시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혹자는 이 때문에 후원금에 기대지 않을 수 있는 부자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실제로 뉴욕시장에 나서 역사상 유일하게 세 번의 임기를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와 함께 2020년 대선에 출마했던 거부 톰 스타이어 (Tom Steyer)와 앤드류 양 (Andrew Yang)의 출마 동기가 되기도 했다. 유세 중에 그들은 모두 스스로의 자금력을 민주주의의 발전과 약자 권익 옹호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저조한 지지율이 이어지자 캠페인을 중단하고 정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직접 후보가 아니더라도 주장했던 공약을 실현할 방법은 분명히 다양했는데도 말이다. 같은 해 선거에서 승차 공유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경제 약자의 투표권 행사를 지원하겠다며 선거일에 투표소까지 오가는 차량 호출에 일괄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투표소 자원봉사자와 일부 비영리단체에는 무료 차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부자가 아닌 경우 정치후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활동을 이어가기에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정치후원금은 그 자체로 비도덕적인 돈이 아니고, 투표권 보호 등 소수자의 권익 옹호 활동을 이끄는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 등에서도 각자의 현안을 알리기 위해 모금해 마련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배척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에 2018년부터 정치후원금을 받되 기업체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기업 관련 정치활동위원회 (corporate PAC)의 후원금은 거절하는 후보들이 늘어가고 있다.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같이 진보적인 후보들이 공개 토론장에서 이런 입장을 자랑스럽게 표명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추세는 비단 특정 정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인 연방의원 앤디 김 하원의원 또한 첫 출마 때부터 기업 관련 정치 자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지역 주민들의 소액 기부에 의존해, 어렵지만 3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1년 Citizens United 판결은 정치 후원 행위 또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권리로 봤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정치 자금의 규모에 비출 때, 헌법으로 보장된 1인 1표의 평등 투표 원칙이 보장되지 않고, 대신 민주주의 내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는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FTX 사태처럼 공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허술한 제도가 보완될 때까지 거대 자본이 아닌 풀뿌리 단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이 더 늘어나고, 또 풀뿌리 단계에서의 지속적인 정치참여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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