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동맹의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목표 사이의 '불일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외교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뿐만 아니라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훈련까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는 당연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비핵화는 포기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북한의 핵위협에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적 목표와 군사적 대응 사이의 조율도 매우 중요하다. 군사 일변도의 접근이 정작 외교적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2일에 나온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이러한 우려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담화는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연합훈련 강화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가장 압도적인 핵역량으로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인 도전들을 강력히 통제관리해 나갈 것"이고,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 전략자산들을 계속 들이미는 경우 우리는 그 성격에 따라 어김없이 해당한 견제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에 대한 미국의 위협수위가 보다 위험하게 진화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후폭풍도 더욱 강력하게 변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동맹과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종합해보면,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는 올해에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의 대북 무력시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북한도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발적 충돌과 확전의 위험도 품고선 말이다.
최근 미국의 행태를 보면 미국이 진정 한반도의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유지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나 비핵화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북정책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과 봉쇄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 문제를 '비확산'이 아니라 '세력균형'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봉쇄하려고 할수록 중국도 북한의 핵 능력을 미국 및 동맹국들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 미국의 목표가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달성보다는 한국의 비핵화 유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확장억제와 전략자산 투입 강화가 한국 내에서 점증하는 핵무장론을 억제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핵우산을 강화해 한국의 민심을 달래려는 접근은 '밑돌 빼서 윗돌 고이기'와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대북 군사력과 군사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핵무력 증강과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확대될수록 한국 내 핵무장 지지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이 크게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장 지지 여론이 오히려 높아진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많은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에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질주부터 멈춰 세울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이를 유예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2월 2일 담화에서 "미국이 적대시정책과 대결노선을 추구하는 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거꾸로 미국이 연합훈련 유예와 같은 선의의 조치를 취하면 북한도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함의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