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8일 미국 동부시간 오후 10시01분, 중국군이 지옥의 문을 연다. 수많은 중단거리 미사일이 대만 전역의 비행장, 정부 청사, 군사 시설물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동시에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미국의 핵심적 지역 거점 공군기지를 타격한다. 미국이 이 지역에 배치한 유일한 항공모함인 USS 로널드 레이건함은 탄도미사일의 직격탄을 맞았다. 침공에 앞서 대만에 은밀히 침투한 중국 특수부대는 대만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대만 고위 지도자들을 살해해서 정부의 최고 의사 기구를 제거하고 국민의 공황 심리를 조장한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금, 김종수 옮김, 부키 펴냄)에 나온 2025년 미·중 전쟁 가상 시나리오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미·중 경쟁은 100년이 걸리는 마라톤아 아니라 "2030년까지 초단거리 전력 질주 경쟁에 이미 돌입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중인가?
또 저자들은 "영원히 상승하는 중국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정점에 도달한 중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은 세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현상 변경 강대국이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후발 강대국은 성장이 둔화하거나 또는 기존 패권국이나 경쟁국들 연합체의 견제로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기회의 창이 닫히기 시작할 때 , 현상 타파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일격에 나선다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태평양전쟁의 포문을 연 일본,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 책에서 중국이 기울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1) 인구 재앙 ("2050년에는 중국에서 은퇴자 한명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가 단 두명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60세를 넘기게 될 것이다.") 2) 줄어드는 자원(환경 위기,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3) 생산성의 급격한 하락 4) 적대적인 지정학적 환경 (2008년 이후 본격화된 미국 등 서방의 견제) 등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증가하는 등 문화적으로도 중국은 고립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저자들은 중국의 '야욕'을 엿볼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들은 "중국은 특히 위험한 나라"라면서 "중국 경제는 러시아보다 10배나 크고, 중국의 국방 예산은 러시아의 4배 규모"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1990년대부터 2020년 사이 10배로 불어났으며, 이는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속적인 팽창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지정학적 갈등을 '전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스트롱맨' 유형의 정치인이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이안 브레머가 대표인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이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세계 10대 리스크'에서 1위는 푸틴의 러시아(불량배 러시아(Rogue Russia)), 2위는 중국의 시진핑(시진핑의 권력 극대화(Maximum Xi))가 지목되기도 했다.
미군·정보당국이 제기하는 미중전쟁 가능성
이 책의 공동 저자 마이클 베클리는 미 국방부, 랜드연구소,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등에서 일했고 할 브랜즈는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로 미 국방부 전략기획담당 특별보좌관, 미국 국방전략위원회 수석필자 등을 지냈다. 저자들의 이력을 볼 때,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미국 외교가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보여진다.
저자들이 말하는 향후 10년 내 미중 전쟁 가능성은 이들만의 걱정이 아니다. 최근 미 공중기동사령부 4성 장군인 마이클 A. 미니헌 장군은 장병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내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미.중 전쟁이 2025년에 일어날 거라고 직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중국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곧 미국과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쇠락의 불안에 떠는 것은 중국인가, 미국인가?
향후 10년 내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는 근거 중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이다.
특히 2025년 중국의 도발 가능성의 중요한 맥락 중 하나가 2024년 미국 대선이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선다면 대선 직후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저자들도 "(2025년 1월 18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2020년 대선불복이 재연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까지 일어났다. 트럼프 집권 이래로 악화된 미국 민주주의가 1.6 의회 폭동을 계기로 정부는 존재하지만 제대로된 통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 '아노크라시(Anocracy)'로 전락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세게적으로 내전과 관련된 전문가인 바바라 월터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는 <어떻게 내전이 시작되나(How Civil Wars Start)>라는 책에서 의회 폭동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독재정치와 민주주의의 중간 상태인 '아노크라시' 상태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월터 교수는 미국이 아노크라시 상태로 평가된 것은 건국 초기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 특히 미국의 민주주의도 정점을 찍고 쇠락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불안한 내부정치 때문에 외교관계를 비트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쉽게 발견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중국의 '정찰풍선'과 관련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중국 전투기나 미사일이 아닌 '풍선'에 대해 "주권을 침해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미국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고, 동시에 야당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바이든 정부가 풍선 발견 즉시 격추를 하지 않고 바다로 이동하기를 기다린 것이 '안이한 대응'이었다는 정반대의 비판도 존재한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 현 시점에서는 알기 어렵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확인될 수 있는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불신이다.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손을 들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사태 때 경험했듯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기도 하다. 불확실성이 상수인 향후 10년을 전망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 미중관계의 전략을 논하는 이 책은 훌륭한 참고서적이다. 트럼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는 "집요하고 도발적이면서 역사에 근거한 풍부한 조사 결과로 뒷받침된 이 신선하고 선구적인 저작은 중국 문제 대처에 필수적인 관점을 제공한다"고 이 책에 대해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