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의 바둑 한판이 시작되었다. 인류와 인공지능(AI)의 첫 대국에 전 세계가 집중했다.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 이세돌 9단의 1승 4패 패배였다. 사람들은 내심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 하지만 인간이 만든 기계일 뿐이고, 바둑이라는 경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탄생시킨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을 이겼다. 인간의 기술력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인간의 패배를 안타까워할 것인가! 희비(喜悲) 공존상태였다.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이로부터 7년 후, 우리는 또 다른 모델의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마주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OpenAI)사가 GPT 3.5를 기반으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등장했다. 챗GPT는 거대 언어모델로서 이용자의 질문에 답할 뿐 아니라 그림을 인식해서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여 답을 내놓는다. 챗GPT는 공개(2022년 11월 30일)된 지 얼마 안 되어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통계청에 의하면 챗GPT 사용자는 5일 만에 100만 명, 40일 만에 10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달성하는데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대형 언어모델 개발 경주에 구글의 바드(Bard)와 메타의 라마(LlaMA)도 참여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고 뉴스, 기사, 방송에서 외쳐도 도대체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실감하지 못하였으나 어느새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의 기술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 폰, 가전제품, 컴퓨터, 식당 입구마다 세워져 있는 주문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에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전동보드, 전기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모빌리티, 자율주행자동차까지 곳곳에서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원격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에 이러한 기술이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정책 방향
올해 1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지난해 9월 28일 발표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후속 계획인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과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2023~2025)은 '데이터산업 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 제4조에 따라 정부가 3년마다 데이터 생산, 거래, 활용을 촉진하고 데이터 산업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2027년까지 다음과 같은 중점추진 과제가 발표되었다(<표 1>).
이어서 논의된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의 10대 핵심 프로젝트가 포함된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이 계획 중 첫 번째 ‘전 국민 AI 일상화’는 독거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상용 인공지능 제품 서비스를 일상생활 속에 확산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위원회는 독거노인 인공지능 돌봄 로봇 지원, 소상공인 인공지능 로봇 전화상담실 도입, 공공병원 의료 인공지능 적용 등 후보 과제에 대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대규모 인공지능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돌봄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더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돌봄 로봇은 2018년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과 함께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확대 시행되었다(서울시복지재단, 2022).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영향력이 더욱 확산했다.
독거노인 돌봄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은 그 이전인 2016년 민간기업(SK텔레콤)이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하여 선보였다. 이후 ICT 기업들도 잇따라 AI 스피커를 내놓았다. 최근 SK텔레콤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누구의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 비즈콜'이라는 AI 기반 음성 안내 플랫폼을 활용하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들의 안전 및 안부를 확인하고, 생활 지원사의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시범 서비스를 2만 명 대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간호 로봇인 그레이스가 탄생했다. 개발사 핸슨로보틱스 CEO는 "그레이스와 같은 로봇은 의료 종사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AI와 로봇 기술은 의료 종사자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 자료를 수집하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으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를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와 의사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각종 센서 등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노인돌봄전문 로봇으로 말동무 기능도 갖추고 있다. 현재 돌봄 로봇의 종류는 그레이스와 같은 간병로봇 뿐만 아니라 반려로봇과 소셜로봇과 같은 홈서비스로봇, 재활로봇, 웨어러블(wearable)로봇까지 다양하다.
세계 최초의 간호 로봇인 그레이스(Grace).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