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종인 아메리카흰두루미는 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해마다 북아메리카 전역을 가로질러 약 8000km를 가야 한다. 아메리카흰두루미 중 한 마리인 15J의 험난한 첫 비행을 따라가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캐나다의 우드버펄로 국립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드넓은 냉대림. 우리는 과학자 팀과 함께 헬기를 타고 그곳의 250m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9시 방향에 새가 있어요!”
조종사 폴 스프링은 원을 그리며 헬기를 왼쪽으로 기울여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수많은 물웅덩이 중 하나가 더 잘 보이게 했다. 우리는 습지 한가운데서 눈처럼 흰 점 두 개가 지상 1.5m 높이로 솟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끼 아메리카흰두루미(가운데)와 부모가 캐나다 우드버펄로 국립공원의 습지를 성큼성큼 걷고 있다. “새끼가 있어요.” 캐나다 환경 기후변화부(ECCC)의 야생 생물학자 존 콘킨이 적갈색의 새 한 마리를 쌍안경으로 관찰하며 말했다. 새끼는 부모보다 크기가 약간 작았고 습지를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스프링은 어느 정도 마른 땅을 찾아 우리를 내려줬다. 콘킨과 그의 ECCC 동료 생태학자 마크 비드웰, 함께 두루미 포획에 나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생물학자 데이브 브랜트, 캐나다 출신의 야생동물 수의사 샌디 블랙이 헬기에서 우르르 내렸다.
야생 아메리카흰두루미 새끼를 포획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12분이었다. 새끼는 장화가 푹푹 빠지는 진흙과 우거진 가시덤불, 골풀 등을 헤치며 능숙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포획이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더 지체되면 새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추격을 중단해야만 한다.
연구원들이 덤불 속으로 사라지자 스프링과 나는 지상에서 이륙한 후 150m 상공으로 올라가 공중 지원을 시작했다. 인간의 접근을 감지한 부모 두루미는 끝이 검은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새끼를 찾았습니다. 헬기 바로 밑이에요. 헬기 쪽으로 오세요.” 스프링이 무전기를 통해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캐나다 북부의 보호구역에서는 아메리카흰두루미가 주변에 있는 초목으로 둥지를 만든다. 어미 두루미는 보통 두 개의 알을 낳지만 대개 새끼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 팀원들은 덤불을 헤치고 나아갔다. 질퍽한 지형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 서두르려고 노력했다. 콘킨이 숙련된 동작으로 새끼에게 다가가 부리와 머리, 다리를 잡은 후 조심스레 겨드랑이에 끼웠다.
새끼를 포획하는 데 6분 36초가 걸렸다. 이제 더 기술적인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팀원들은 땀에 전 채 숨을 헐떡이며 장비를 풀었다. 경험 많은 야생 생물학자 브랜트가 새끼를 무릎에 올렸다. 그는 콘킨이 새끼의 한쪽 다리에 송신기를 부착하고 다른 한쪽에 식별 색깔 띠(파란색과 노란색, 초록색)를 다는 일을 감독했다.
한편 수의사 블랙은 새의 눈과 몸 상태를 파악하는 등 검진을 실시했다. 그리고 혈액과 깃털, 타액 및 배설물 같은 생체 시료를 수집했다. 이들을 연구실로 데려가 성별과 함께 유해 화학 물질이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같은 질병에 노출됐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다음 비드웰이 나서서 새끼에게 위장용 벨크로 장구를 채우고 매달린 저울에 올려 몸무게를 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