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대법원이 허위 정보 유포 계정 차단 요구를 무시한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접속 금지 명령을 내려 8월31일(현지시간)부터 브라질에서 엑스 접속이 차단됐다.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8월30일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브라질 법원 명령을 준수할 때까지 브라질에서의 엑스 접속을 차단할 것을 결정하고 브라질 통신 규제 기관 아나텔이 이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령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가성 사설망(VPN)을 통한 엑스 우회 접속 적발 땐 하루 5만헤알(약 1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이날 결정에서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브라질 주권, 특히 사법부에 대한 완전한 무시를 보였고 자신을 진정한 초국가적 실체로 설정하고 각국 법률에 대한 면책권이 있는 것처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브라질에서 온라인상 반민주주의적 허위 정보에 대한 조사를 이끌어 왔다. 브라질에선 2022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근거 없이 브라질의 전자 투표 기계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음모론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일어난 미 의사당 폭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관련해 엑스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기업에 허위 정보를 유포한 계정 삭제를 요구했지만 8월 중순 엑스는 이러한 요구를 "검열"이라고 비판하며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브라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엑스 차단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엑스가 지난주 법원의 법률 대리인 지정 명령을 무시한 데 따른 것이다. 엑스는 브라질 사업 철수를 발표하고 브라질 내 법률 대리인을 두지 않고 있다.
브라질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지난주 프랑스에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아동 음란물 배포, 마약 판매, 조직적 사기 등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범죄를 막지 않고 당국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혐의로 예비 기소됨에 따라 관련해 플랫폼의 책임 및 당국의 규제 범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미 오클라호마대 브라질학 교수 파비오 지 사 에 실바가 브라질 대법원 조치는 때로 자신을 국가, 특히 가난한 국가의 법보다 우위에 두는 다국적 기술 기업에 대한 강력한 질책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브라질 결정이 "다른 국가들이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브라질 인터넷법 전문가인 카를로스 아폰소 소자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결정이 "지난 30년간 인터넷 법률 분야에서 브라질 법원이 내린 가장 극단적 결정"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머스크가 여러 차례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브라질 법원 결정을 무시한 사실을 지적하며 법원의 대응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는 "사법적 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기업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법원 결정) 준수를 단순히 거부할 게 아니라 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가짜 판사",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반발했다. 이에 더해 오는 11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미국에서도 "검열이 이뤄질 것이 확실하다"고 근거 없이 주장했다.
<AP> 통신은 엑스 접속 차단이 시작된 31일 많은 브라질인들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만 엑스는 브라질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보다 덜 이용되는 플랫폼이며 브라질인들이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에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블루스카이에 지난 며칠간 신규 브라질 이용자 20만 명이 유입됐으며 다른 업체 스레드(Threads) 기존 이용자들도 "이곳은 트위터(엑스의 옛 이름)보다 훨씬 친절하다"며 신규 사용자들을 반겼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에서 연방대법원 결정에 따라 8월31일(현지시간)부터 소셜미디어(SNS) 엑스 접속이 차단된 가운데 모바일 화면에 표시된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의 엑스 계정이 브라질 국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 나타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