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AI)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변화를 불러올 준비를 마친 것에 그치지 않는다. AI는 이미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AI가 지닌 과학적 잠재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매혹적이며 더욱 인간 친화적이다.(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생물정보학과 교수 예로엔 데 리더(왼쪽)와 분자병리학자 바스티안 톱스는 수술 도중에 환자의 머리뼈가 절개된 상태에서 뇌 종양을 신속하게 진단해주는 AI를 개발했다. ISMAIL FERDOUS“신경외과 수술의 난점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아신경외과의 엘코 호빙은 말한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환자의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머리뼈를 절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신경계 종양의 경우 머리뼈의 일부를 제거하고 뇌 조직을 작게 떼어내 검사하기 전까지는 대체로 어떤 유형의 종양인지 알 수 없다. UMC 위트레흐트 병원에 부설된 프린세스 막시마 센터에서는 이 같은 분석 절차를 거친다. 호빙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연구 중심 병원에 속하는 이곳에서 신경 종양 학과장으로 근무한다. 이렇게 채취된 조직 검체는 검사실에 전달된 후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병리학자는 뇌 조직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 종양의 유형을 파악하는데 이는 일주일 넘게 소요될 수도 있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와 동시에 검사실에서는 조직의 작은 단면을 절제해 동결한 후 메스로 얇게 저민다. 그런 다음 현미경으로 절편을 관찰하는데 이 단계를 ‘퀵섹션’이라고 부른다. 퀵섹션을 통해 불과 15-20분 만에 종양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지만 장시간이 소요되는 다른 분석법에 비해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경외과의는 뇌를 드러낸 채 누워 있는 환자를 앞에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다.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해 일련의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부위에 정말 종양이 존재하는가? 만약에 암이 맞다면 곧바로 절제해야 하는 악성 종양인가? 아니면 화학 요법처럼 덜 침습적인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경증 종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