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후(九五後·1995년 이후 출생자) AI 여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성능 인공지능(AI)을 내놓고 세계 AI 판도를 뒤흔드는 가운데 핵심 엔지니어 뤄푸리(羅福莉·30)가 이런 별명을 들으며 중국 20·30세대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뤄푸리는 딥시크 AI 생성형 모델이 고성능(高性能)을 내는 비결 중 하나인 ‘전문가 혼합(MoE·질문 따라 맞춤 데이터 이용)’ 기법을 초기에 도입한 V2 모델(지난해 5월 공개) 개발을 주도했다. V2를 기반으로 딥시크는 후속 모델 V3·R1을 공개했다. 2023년 7월 설립된 딥시크는 미국 대표 AI 기업인 오픈AI(1200명) 연구 인력의 9분의 1 수준인 139명의 연구 인력으로 설립 1년여 만에 성과를 냈는데, 그 뒤에는 뤄푸리처럼 앳된 천재 엔지니어들이 포진(布陣)해 있었던 것이다.
딥시크의 엔지니어 뤄푸리/비리비리 캡처
뤄푸리는 중국의 첨단 기술 인재 우대 흐름 속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중국 셴다이콰이보(報)에 따르면, 그는 쓰촨성 이빈시(市)의 시골 마을 출신이다. 아버지는 전기 기사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부모가 성(省) 내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했지만 “대도시에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2015년 베이징사범대학 전자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교수가 “전자학과(電子學科)보다 컴퓨터학과의 미래가 밝고, 석사 진학의 길도 넓다”고 조언해 컴퓨터학과로 전과했다. 이를 위해 독학으로 3개월 만에 코딩 언어인 파이선(Python)을 능숙한 수준으로 익혔다고 한다. 3학년 때는 베이징대 AI 연구소에서 인턴을 했다. 나흘은 베이징대에서 실험하고, 이틀은 베이징사범대에서 수업을 듣는 식으로 공부했다.
학부 졸업 후엔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하는 ‘자연어 처리(NLP)’ 분야 연구 기관인 베이징대 컴퓨터언어학 연구소에 합격해 석사과정(碩士過程)을 밟았다. 연구소에서 공부한 마지막 해인 2019년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NLP 학술 대회인 ACL(전산언어학회)에서 논문 여덟 편을 발표하며 AI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뤄푸리는 24살인 2019년 석사 학위를 받자마자 첨단 기술 ‘최전선’으로 갔다. 중국 대표 테크 기업 알리바바 산하의 AI 연구·개발 부문인 다모(DAMO) 아카데미에 합류해 다국어 사전 학습 AI 모델 VECO 개발에 참여했고, 알리바바의 첫 거대 언어 모델(LLM) 앨리스마인드 개발 때 일부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았다. 2022년에는 딥시크의 모태로 역시 ‘젊은 천재(天才)’로 꼽히는 량원펑이 창업한 AI 기반 투자 회사 ‘환팡량화’로 자리를 옮겼다. 2023년 딥시크에 합류해 V2 모델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해 5월에 공개된 이 모델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딥시크 R1의 토대가 되는 AI 모델로, 이미 당시부터 챗GPT 성능을 일부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중국 안팎에서 받고 있다.
뤄푸리는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이 지난해 12월 1000만위안(약 20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안했다고 중국 매체를 통해 알려진 뒤 더 유명해졌다. 이미 중국 첨단 기술(尖端技術) 업계에서 ‘젊은 천재’들의 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금액이다. 샤오미는 2016년 산하 AI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2023년까지 3000명이 넘는 인재를 흡수했다. “인재를 데려오는 일이야말로 창업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온 레이쥔이 뤄푸리에게 공을 들였지만 그는 고사했다고 알려졌다. 뤄푸리는 실력 입증에 이어 지명도(知名度)까지 갖춰 이 정도 제안은 쉽게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의 한 테크 기업 관계자는 “뤄푸리가 차라리 창업한다면 하루아침에 스타 기업을 만들어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도 뤄푸리와 비슷한 중국 ‘토종’으로, 중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젊은 천재’로 꼽힌다. 광둥성 출신으로 명문대인 저장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 공부한 후 알리바바(阿里巴巴)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투자사를 창업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세운 이후, 투자사 운영으로 번 돈을 아낌없이 써서 젊은 천재를 대거 영입해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