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 광狂 - 3 글 : 손종흠정신에 이상(精神異常)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된 상태로 미친 것을 지칭하는 狂의 어원(語源)은 아주 흥미롭다. 원래 뜻은 ‘미쳐 날뛰는 개’라는 의미를 가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중에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를 지칭(指稱)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개념(槪念)이 확장되었다. 이 글자는 개를 나타내는 犬(개 견)과 풀과 나무가 제멋대로 무성하게 나서 자라는 것을 가리키는 㞷(무성할 왕)이 합쳐진 것으로 추상적(抽象的)인 개념을 나타내는 형성자(形聲字)에 속한다. 犬은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의 옆모습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이다.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은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뚜렷한 위계질서(位階秩序)를 지닌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적(核心的..
일자일언一字一言 덕德-27 會意字이기도 하고, 形聲字이기도 한 ‘德’은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구실을 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자의 재료가 되는 구성요소 역시 각각 상당히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한자 중에서 德만큼 좋은 뜻을 가진 글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아예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德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오르다, 위로 올라가다(昇, 登上)인데,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도덕성과 인품 등을 갖춘 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되었다. 德은 彳(천천히 걸을 척)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
일자일언一字一言 춘春-26 봄, 젊음, 정욕 등의 뜻으로 쓰이는 春은 일부 한자 사전에서 풀(艸)과 해(日)가 결합한 모습으로 해 위로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보기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글자에 대한 이해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春은 3개의 木(나무), 1개의 日(해), 글자의 중간에 1개의 屯(새싹과 뿌리)이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글자이다. 그러니까 원래 형태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木과 日은 뜻을 나타내고, 屯은 소리를 나타낸 것으로 形聲字에 속한다. 원래 뜻은 “따뜻한 볕이 어루만지며 쪼이니 모든 초목이 번성하고 우거진다”이다. 그러므로 春은 생명이 있는 모든..
일자일언一字一言 성省-25 살피다, 깨닫다, 관청, 궁궐, 덜어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省은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글자이다. 商나라 시대의 초기 글자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글자의 윗부분에는 나무나 풀의 모양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의 눈 모양이 그려져 있다. 秦나라 시대에 와서는 目과 生이 결합한 모습으로 변했고, 漢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자에 대해서는 生과 目의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야만 그 본뜻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生은 태어나다, 살다, 날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이 글자는 식물의 움이 돋아 싹이 나서 땅 위로 나온 모습을 본떠서 만든 象形字이다. 맨 아래의 一은 평평한 모습을 한 땅을 나타내고, 위의 것은 작은 풀이 흙..
일자일언一字一言 장藏-24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
일자일언一字一言 몽夢-23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 말 ‘꿈’에 상대되는 한자어가 夢이다. 매우 특이하게 생긴 글자지만 갑골문에 이미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꿈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商나라 시대에 쓰였던 갑골문을 보면 夢은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사람이 침대 같은 것에 누워있는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던 것이 시대에 따라 차츰 변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다. 갑골문의 夢은 침대(床)를 나타내는 丬(널빤지 장), 혹은 爿(나무조각 장)과 눈과 눈썹을 대신해서 나타내는 眉(눈썹 미), 그리고 쉬는 사람을 의미하는 人(사람 인)이 결합하여서 사람이 침대에 누워 ..
일자일언一字一言 처處-22 곳, 때, 장소, 거주, 처리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글자인 處(곳 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미가 이런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곳, 장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멈추다,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하다 등 상대 부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은 원래의 그것에서 확장된 의미라는 것이다. 글자의 구성요소와 결합 방식을 살펴보자. 處는 虎(범 호), 夊(천천히 걸을 쇠), 几(안석 궤)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글자인데, 갑골문(甲骨文),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진 소전(小篆) 등에 보이는 초기의 모양은 処(곳 처)로 되어 있..
일자일언一字一言 현賢-21어짐, 현명한, 도덕적인, 재능이 있는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현(賢)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속하며, 두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賢은 아래에 있는 貝가 뜻을 담당하고, 위에 있는 臤(어질 현, 굳을 견)이 소리를 담당한다. 아래에 있는 貝가 없는 글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賢의 고자(古字), 혹은 속자(俗字)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래와 위의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글자의 본래 뜻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賢의 기본적인 뜻은 재물이나 재산 늘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일자일언一字一言 욕辱-20 상대방의 인격(人格)을 무시하는 모욕적(侮辱的)인 말, 혹은 남을 흠집 내고 욕보이는 말을 욕, 혹은 욕설(辱說)이라고 한다. 별로 좋지 않은 의미지만 사회적으로는 여러 가지 효과를 가진 언어이기도 하다. 사회생활(社會生活)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두 번은 욕설을 내뱉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욕이 가지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욕은 한자어의 辱(욕될 욕)을 가리키는데, 이 글자는 辰(별 진, 때 신)과 寸(마디 촌)이 아래와 위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이다. 지금은 욕설이란 뜻으로 가장 흔하게 쓰이지만, 이 글자가 생기게 된 유래는 농경(農耕), 형벌(刑罰) 등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辱은 원래 농사일을 지칭하는 ..
일자일언一字一言 성省-19 살피다, 깨닫다, 명심(銘心)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省(살필 성)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왜냐하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잘못이나 실수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거나 좋지 않은 영향(影響)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잘 살펴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도록 힘쓴다는 의미를 가진 반성(反省)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省이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論語에 등장하는 증자(曾子)의 말씀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증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나 자신을 세 번 살핀다.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정성을 다하지 않았는지, 벗과 사귐에 믿음을 잃..
일자일언一字一言 진進-18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進(나아갈 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글자가 결합(結合)하여 새로운 뜻을 가지는 회의자(會意字)에 속하는 進은 새를 지칭하는 隹(새 추)와 다리, 혹은 천천히 걷다 는 뜻을 가진 辵(쉬엄쉬엄 갈 착)이 합쳐진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글자의 유래(由來)와 뜻을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서는 隹와 辵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물 현상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象形字)에 해당하는 隹는 새라는 뜻을 가지지만 같은 의미를 지닌 鳥(새 조)와 구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隹는 꼬리가 짧은 새를 총칭하는 것이고, 鳥는 꼬리가 긴 새를 총칭(總稱)하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꼬리 짧은 새가 ..
일자일언一字一言 예禮-17 우리말에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예법(禮法)에 따라 치르는 의식. 예의(禮儀)로써 지켜야 할 규범. 공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인사하는 일 등의 의미로 쓰이는 禮의 원래 글자는 豐(굽높은 그릇 례, 매우 많은, 혹은 성한 모습 풍-豊)이었다. 그러다가 豐이 풍성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示(보일 시)와 결합하여 禮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되었다. 禮는 示와 豐이 결합한 것으로 회의자(會意字)이면서 豐가 소리(音)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먼저 살펴야 할 것은 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하늘이나 조상, 신령 등에게 제사를 지낼 때 공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올리는 것이면서 여러 물건을 담는 굽 높은 그릇을 의미하는 豆(콩 두, 제사 그릇 두)와 그 위에 올려놓은 여러 ..
일자일언一字一言 용容-16 容(얼굴 용)은 모양보다 훨씬 복잡한 구성(構成)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뜻과 다른 의미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글자여서 매우 흥미(興味)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우리나라 자전에는 이것의 맨 앞에 나와 있는 訓과 音이 얼굴용으로 되어 있고,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을 때 본래 뜻과 상관(相關)없는 다른 한자를 빌려 쓰는 것인 가차(假借)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容은 현재의 모양으로 보아서는 집을 나타내는 宀(집 면)과 골짜기를 나타내는 谷(골짜기 곡)이 결합한 글자로 인식된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초기의 모양에서는 약간 다르게 설..
일자일언一字一言 선選-15글 : 손종흠여럿 가운데서 하나를 구별(區別)하여 골라내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인 ‘가리다’, 혹은 ‘고르다’의 뜻에 해당하는 한자에는 選이란 글자가 있다. 이 글자는 가다는 뜻을 가진 글자인 辵(쉬엄 쉬엄갈 착)을 의미부로 하고, 공순(恭順)하고, 온순하다는 의미를 가지는 巽(부드러울 손, 선)을 소리나는 발음부로 하여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이다. 일부 인터넷 자료에는 회의자(會意字)로 나와 있기도 하지만 형성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회의자는 구성요소(構成要素) 글자의 뜻이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意味)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야 하는데, 이 글자는 하나는 뜻을 나타내고, 하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구성방식(構成方式)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가다는 뜻을 가지는 辵을 보자. 이..
일자일언 一字一言 학學-14 글 : 손종흠우리말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敎養)을 얻음, 새로운 기술을 배움, 남의 행동을 본받아 따름, 경험하여 알게 됨’ 등의 뜻을 가지는 ‘배우다’에 해당(該當)하는 한자는 學이다. 이 글자는 두 개 이상의 글자가 모여서 그 뜻이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갑골문(甲骨文)에 나타난 이 글자의 모양을 보면 윗부분은 양손이 아래를 향하여 무엇인가를 잡고있는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사람이 손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표시(標示)하기 위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는 臼(절구 구)자와 宀(집 면)자, 爻(효 효)자, 子(아들 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臼는 곡식을 빻는 절구의 모양을 본뜬 것인데,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안..
일자일언 一字一言 괴怪-13 글 : 손종흠정상적인 사람의 입장(立場)에서 보았을 때 일반적이지 않고 별나며 이상한 사물이나 현상 등을 가리키는 글자에 괴(怪)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혹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회 현상으로는 이해(理解)하기 불가능하거나 설명을 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무엇인가 일상적이지 않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이나 공포감(恐怖感), 신비감 등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괴(怪)다. 그러므로 이것은 특이한 것, 특수한 것, 뛰어난 것, 신비한 것, 비정상적인 것, 비일상적인 것 등을 가리키는 것이 된다. 이 글자는 왼쪽의 변(邊)이면서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의 심장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마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심(心)과 소리를 담당하는 것이면서 손의 힘을 이용하여 ..
일자일언 一字一言 노怒-12 글 : 손종흠무엇인가에 대해 노엽거나 언짢게 여겨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感情)을 우리말로는 화, 혹은 성이라고 하는데, 한자에서는 怒(성낼 노)가 이에 해당한다. 이 글자는 마음을 나타내는 心의 위에 종이라는 의미(意味)를 가진 奴가 결합(結合)하여 성내다, 화내다, 꾸짖다, 나무라다 등의 뜻을 가지는 形聲字이다. 아래에 있는 心은 뜻을 형성하는 데에 핵심적(核心的)인 구실을 하고, 위에 있는 奴는 글자의 소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남자 종을 奴라 하고, 여자 종을 婢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대사회(古代社會)에서는 모두 죄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周나라 때부터 있었던 사회제도의 하나로 죄인의 가족 중 남자는 관노(辠隶)가 되고, 여자..
일자일언 一字一言 기機-11 글 : 손종흠이 글자는 나무를 나타내는 木과 베틀의 모양을 나타내는 幾(기미 기)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會意字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먼저 幾를 살펴보아야 한다. 幾는 실을 가리키는 것에서 출발(出發)하여 작다, 혹은 가는 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幺와 人과 戈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戌이 결합한 형태로 되어 있다. 幺는 糸의 절반을 가리키고, 糸는 絲의 절반을 가리킨다. 이 세 글자는 모두 실을 지칭하는데, 누에의 고치에서 풀어낸 것이다. 누에의 고치에서 뽑아낸 실은 워낙 가늘고, 작아서 이것을 겹쳐야만 옷감을 짜는 실로 쓸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糸이었고, 糸을 다시 두 겹 이상으로 겹친 것이 絲가 되었다. 그러므로 幺는 실의 원래 모습,..
일자일언一字一言 언言-2 글 : 손종흠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일정한 체계에 의해 조직화(組織化)한 소리로 목구멍을 통해 나오는 소리인 말을 나타내는 言은 의사를 전달(意思傳達)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임과 동시에 다양한 구실을 해내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칭하는 한자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言, 語, 說, 話, 譚, 辭, 談). 그중에서 言은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지니므로 이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사물현상(事物現象)의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기 위한 지사자(指事字)인 言은 혀를 나타내는 舌(설)과 말이 혀 밖으로 나오는 모양을 표시하는 맨 위의 한 획이 합쳐진 형태(形態)를 가지고 있다. 글자의 맨 위에 있는 하나의 가로 획(一), ..
일자일언一字一言 수羞-10 글 : 손종흠이 글자는 부끄럽다 정도(程度)의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인식(認識)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부끄러워하다, 수줍어하다, 싫어하다, (음식을)올리다, 음식, 수치(羞恥) 등의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아주 어려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羞는 맛있는 고기, 우두머리, 좋은 것 등의 뜻을 가지는 羊과 사람의 손 모양을 본뜬 글자인 手가 좌우로 결합(結合)하여 만들어진 회의 겸 형성자(形聲字)이다. 처음에는 회의자(會意字)로 출발했지만 나중에 뜻이 확대되면서 형성자(形聲字)로 구실하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사람이 손으로 양고기를 잡아서 올린다는 것이었다. 즉, 맛이 있는 음식을 바친다는 뜻을 기본으로 하는 글자라는 말이 된다. 그 후에도 이..
일자일언 一字一言 란亂-9 글 : 손종흠亂(어지러울 란)은 모든 것이 뒤섞이거나 뒤얽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狀況)이나 사회가 혼란스럽고 질서(秩序)가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기본적으로 어지럽다. 손상(損傷)시키다 등의 뜻을 가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글자에는 정반대의 뜻도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 즉, 어지러운 상태(狀態)가 되면 그렇지 않은 상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다스리다’는 뜻도 함께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 글자의 모양을 분석(分析)해보도록 하자. 亂은 복잡(複雜)하게 얽혀져 있는 실타래를 양쪽에서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왼쪽의 𤔔과 봄에 초목(草木)이 힘들게 나오는 모양, 혹은 무엇인가를 다스려서 가..
일자일언一字一言 탐貪-8 글 : 손종흠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慾心)을 내는 것을 탐(貪)하다라고 한다. 여기에서 탐은 한자어로 貪(욕심낼 탐)이다. 이 글자는 재물(財物)이나 물건에 대해 지나치게 욕심을 내거나 가지려고 하는 것을 가리킨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 역시 貪이다. 이것을 가지게 되면 무엇인가에 집착(執着)하게 되어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狀態)에서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貪은 형성자(形聲字)로 소리의 역할을 하는 今(이제 금)과 뜻의 역할을 하는 貝(조개 패)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먼저 今이란 글자에 대해 살펴보자. 이 글자의 원래 모양은 세 가지가 모여서 잘 맞는..
일자일언 一字一言 권權-7 글 : 손종흠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상대방(相對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면서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강제력(强制力)을 가리켜 권력이라고 한다. 이것은 특히 국가나 정부와 같이 일정한 힘과 권한을 가진 조직이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으면서 행하는 강제적인 힘을 지칭한다. 권력의 중심을 이루는 글자는 바로 권세라는 뜻을 가진 權(권세 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권세(權勢), 권력(權力), 권리(權利), 권한(權限) 등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글자라고 할 權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뜻은 황화목(黃花木)이라는 관목을 의미했다. 황화목은 그것의 성질이 매우 단단하여 변형되기 어려우므로 저울대나 저울추로 사용되었다. ..
일자일언 一字一言 가假-6 글 : 손종흠일반적으로 ‘거짓’, 참되지 못한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이 글자는 겉과 속이 달라서 명칭(名稱) 혹은 이름과 본질(本質)이 부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假는 겉으로는 꽉 차 있는 것 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虛라는 글자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것이 된다. 이 글자를 쓸 수 있는 존재는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글자의 정확(正確)한 뜻을 알기 위해서는 叚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假는 본래의 것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원본이 아닌 것을 나타내는 叚(가)를 소리(聲)로 하면서 사람을 의미하는 人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이다. 叚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금문(金文)을 보면 한쪽 ..
일자일언一字一言 법法-1 글 : 손종흠 우리가 사람다운 삶을 영위營爲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規則규칙이나 규정을 나타내는 法이란 글자는 어원이 매우 재미있다. 法의 원 글자는 灋(법 법)이었다. 灋은 물을 나타내는 水(수), 해치라는 전설상의 동물을 지칭하는 廌(치), 떠나다, 가다, 가두다, 분리하다는 뜻을 가지는 去(거)가 합쳐진 것으로 둘 이상의 글자가 가진 뜻이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회의자(會意字)이다. 灋이란 글자가 워낙 복잡해서 그런지 廌를 없앤 상태로 발전하여 지금의 글자인 法이 되었다. 현재의 글자 모양만으로 보면 물이 흘러가는 의미意味를 지닌 것으로 보기 쉽지만 이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는 훨씬 복잡하고 오묘奧妙하다. 물(水)은 어떤 모양, 어떤 상태로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