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카일리 블루스', 나의 뒷면
[비평] '카일리 블루스', 나의 뒷면 글 : 이보라 실내에는 조명이 깜빡거리고, 남자는 나이 든 여성 동료에게서 약을 받는다. 꺼질 듯하던 전기가 드디어 제대로 들어오고 여성이 화면 왼편으로 나가면, 거기에는 한밤중 노대의 풍경이 담겨 있다. 는 과 달리 대부분 낮을 배경으로 촬영되었지만 도입부는 밤의 서늘하고 음산한 공기를 충분히 각인한다. 빛을 기다리면서 정작 밤으로 향하는 연로한 여성의 걸음을 따라가며 시작하는 영화는 이처럼 유장한 패닝으로 연결된 흐름 안에 여러 차례의 역설을 배치한다.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그냥 평일이야”라는 모호한 뉘앙스의 대화, 혹은 ‘하루에 세번’을 약 복용 주기가 아니라 정전의 횟수로 알아들은 천성(진영충)의 오해, 문과 밤과 빛과 불…. 영화는 단일한 숏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