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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팩트시트 발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 해소”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입체분석] 경주 APEC에서 다져진 이재명 정부의 ‘안미 경미중’
(안미 경미중 : 안보는 미국, 경제는 미·중)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 후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확정, 年 200억 달러 상한
한·중, 미·중 정상회담도 무난히 종료…엔비디아 GPU 26만 장 확보 성과 올려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이재명(오른쪽)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한국 정부의 외교 총력전은 11월 14일 팩트시트 발표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월 27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약 3주가 흐른 11월 14일에도 코스피는 4000선 위에 있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외국인이나 기관 등 글로벌 큰손들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미래 비전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본다는 징표다. 적어도 한국 정부의 APEC 정상회담 성과를 ‘선방’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관세협상과 연계된 APEC 한·미, 한·중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외교’의 분기점처럼 여겨졌다. 여기서 파열음이 들리면, 이 정부 최대 치적으로 거론되는 주가도 순식간에 폭락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말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나온 ‘구두 약속’ 이후 석 달 동안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서 짐작되듯 객관적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실제 이 대통령은 APEC 직전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블룸버그 인터뷰)”이라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CNN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을 깨고, 10월 29일 이재명과 도널드 트럼프 두 정상 간 담판 후 한·미 양국은 관세협상 전격 타결을 세상에 알렸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의 ‘대미 금융 투자 패키지’ 총액이 3500억 달러로 결정됐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MASGA’로 알려진 조선업 협력 자금 1500억 달러(보증 포함)로 구성됐다.
자동차·반도체 지키다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액 9500억 달러 투자 요구설’을 흘리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자칫 만남이 의미가 없을 상황으로 몰렸음에도 이 대통령은 ‘버티기’를 선택했다. ‘차라리 자동차 관세 25%를 감수하겠다’는 한국의 결사항전 태세에 미국도 블러핑(허풍 전략)을 거둬들였다. 미국이 “총액 3500억 달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세부 조건에서 한국은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를 연 200억 달러 상한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쉽게 말해 10년 동안 할부로 내겠다는 이야기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나름의 고육지계였다. 이를 양보하는 대신 미국은 투자 원금 회수 전 수익 배분 비율을 5:5로 끌어올렸다. 당초 비율은 9(한국):1(미국)이었다. 한국 측은 “20년 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때,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넣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에 동의했다.
한국 정부는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 경쟁국 대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쌀과 쇠고기 등 농업 분야를 지키는 쪽에 주력했다. 그 결과 11월 14일 공개된 조인트 팩트시트(JFS)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내려갔다. 의약품과 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MFN)를, 항공기 부품·복제약·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얻어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반도체 제조 장비 포함)에 부과하는 ‘제232조 관세’에 대해 미국은 ‘최대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경쟁국)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2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던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과 미묘하게 엇갈린다. 
농산물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농산물 비관세 장벽을 해소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별도 언급도 없어 이 분야는 50%의 품목관세를 적용받게 됐지만, 팩트시트와 같은 날 체결된 양해각서(MOU)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타결된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10월 29일 협상 발표 직후, 현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야당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조차 “최선에 가까운 결과”라고 호평하며 “외환시장과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연 200억 달러 수준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투자 규모에 비춰볼 때 과도한 부담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관세협상이 길어지며 가장 속이 탔을 현대자동차그룹도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하루 뒤인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갖고, 미·중 무역전쟁의 실질적 ‘휴전’을 선언했다. 미국은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내린 것을 비롯해 대중국 상품 관세율을 55%에서 45%로 낮춰줬다. 이에 호응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 등 농산물 구매를 재개했고, 희토류 수출 통제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대만 문제는 아예 테이블에 올리지 않아 마찰을 피했다.

2025년 11월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오른쪽)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사진 대통령실]


한·미, 미·중 사이 큰 퍼즐이 맞춰진 다음, 이 대통령은 11월 1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이라는 공감대를 이뤘다.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 대통령이 공개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중국 쪽 잠수함 추적”이라는 이유를 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요구한 직후 이뤄진 회담이었다. 
시기적으로 민감한 타이밍이었지만, “피차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고려해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갈등과 차이를 적절하게 처리하자”는 시 주석의 ‘외교적 발언’으로 일단 넘어갔다. 이후 중국은 11월 10일 “필리조선소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에 내렸던 제재 1년 유예”를 발표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사드(THAAD) 보복 조치였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도 커졌다. 실제 CJ ENM은 글로벌 K-팝 시상식인 엠넷 마마(MAMA) 어워즈의 11월 말 홍콩 개최를 발표했다. MAMA가 중화권에서 열리는 것은 7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방문 당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후 이 정부가 설정한 새로운 노선은 ‘안미 경미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었음이 경주 APEC을 통해 드러났다.
엔비디아 부스터 단 ‘AI 고속도로’
이런 우리 정부의 방향성은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이해관계와 절묘하게 겹쳐진다. 대만 출신인 황 CEO는 엔비디아 GPU의 중국 공급을 놓고 미국 정부와 ‘밀당’ 중이기 때문이다. 
APEC 참석차 입국한 황 CEO는 10월 31일 경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26만 장(14조 원 규모)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국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 역량을 갖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세부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 장, 삼정전자와 현대자동차, SK그룹에 각 5만 장씩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GPU’가 배정된다. 우리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5만 장이 공급된다.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GPU는 돈이 있어도 물량이 달려서 못 구하는 레어템이다. 이런 GPU를 26만 장이나 한국에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결정은 글로벌 AI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모멘텀이다. 특정 국가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독일이 1만 장, EU가 10만장, 영국이 최대 12만 장을 확보했고, 한국은 기존에 4만5000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AI 동맹’을 계기로 한국은 미·중 양강에 이어 ‘AI 빅3’에 들어갈 계기를 마련했다.

2025년 10월 30일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동했다. 이들은 엔비디아 GPU를 매개로 ‘AI 동맹’을 맺었다. 김경록 기자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설립해 반도체 생산 효율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3E와 HBM4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도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SK그룹의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AI 팩토리와 제조 AI 클라우드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와 협업할 예정이다. 
또 ‘피지컬 AI’ 분야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블랙웰을 활용해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과의 ‘치맥 깐부 회동’을 공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11월 4일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전력망 확충, 인재 양성 등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가 관건이 됐다.
“한·미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당초 11월 4일 예정됐지만, 미 정부 요청으로 연기된 한·미 관세·안보에 관한 공동 설명자료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직접 협상 결과 발표에 나서 “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며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변수는 산적해 있다. 일단 핵잠을 어디서 짓느냐가 확정되지 않았다. 또 핵잠의 최대 쟁점인 핵연료 부문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나와 있다. ‘지지’라는 표현에 대해, 일본 수준의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보장받았다는 해석이 정설이다.
팩트시트에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투자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환율 리스크를 제어했다. 실제 14일 1470원 선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1460원 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환율은 언제든 고개를 치켜들 수 있다.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kihttp://m.youngjoon1@joongang.co.kr

“한·미 팩트시트 발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 해소”

 

“한·미 팩트시트 발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 해소” - 월간중앙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월 27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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