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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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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풍자한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 (1)

[사진 = 구글검색]


1. 개요 
"재산 꽤나 있는 독신 남자(獨身男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認定)하는 진리(眞理)이다."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그녀의 대표작(代表作)이다. 

2. 특징 
오스틴의 초기 습작시절(習作時節) 지었던 '첫인상'을 개작한 것으로 1813년 출간(出刊)되었다. 조지 4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남녀(靑春男女)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로 재치 있는 필치를 통해 명작의 반열(班列)에 올랐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창작 당시에는 다른 소설에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등장인물(登場人物)들의 감성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를 이끌어나가는 한편 인물들의 위선(僞善)과 허위의식을 풍자(諷刺)하기도 했다. 

원래는 “첫인상(First Impressions)”이라는 이름으로 1796~1797년에 작성했던 소설인데 출간되진 않았으며 이후 “이성과 감성(1811)”의 첫 출판에 힘을 얻어 원고(原稿)를 다시 쓰고 제명(題名)을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으로 고쳐 1813년에 출판(出版)하였다고 한다. 

다른 영향력(影響力) 있는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이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졌다. 오늘날 무수히 범람(氾濫)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나 할리퀸 로맨스의 선조(先祖)로 받아들여진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상류계급(上流階級)의 재수 없는 신사와 평범한 젠트리 집안의 명랑하고 똑똑한 숙녀(淑女)가 서로 편견(偏見)을 거두고 난관을 이겨내며 결혼에 골인한다는 스토리로 펼쳐진다. 

하지만 가벼운 아류작(亞流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다. 결혼할 배우자의 외면적 가치보다 애정과 상호존중(相互尊重)의 감정을 중시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 그 반대의 입장을 띤 실리적(實利的)인 인물, 가령 샬럿 루카스도 무조건 깎아내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동의 근거를 인정하는 균형감각(均衡感覺), 사람 내부의 위선을 간파하는 통찰력(洞察力) 등은 현대에도 고평가(高評價)되고 있는 요소들이다. 초반의 리얼리즘적 시각에 비해서 후반부의 결말에는 신데렐라 판타지적 요소가 존재하나 이는 19세기적 현실을 반영(反映)한 것이다. 그러한 결말을 무리 없이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은 높게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18세기 유럽 사람들이 생각한 결혼의 가치며 사회의 계층분화(階層分化) 수준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 시대의 결혼은 철저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개인이 끼어들 여지가 극히 적었다. 결혼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어디까지나 혼인 당사자들의 재산, 계급,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外的條件)들이었다. 반면 상호호감(相互好感) 같은 내적 조건은 결혼 후에 자연히 생겨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그 당시 사람으로선 '결혼 당사자들의 애정'이 다른 조건보다 우선시(優先視) 되어야 한다고 매우 강하게 주장하는 축에 속했지만, 그녀 역시도 외적 조건 격차가 심하게 나는 남녀의 결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변변찮은 가문의 엘리자베스가 미래를 보장해줄 남편감을 '가치관(價値觀)이 안 맞아 존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당시 기준(基準)으로 파격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위해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거절하고 이를 논리적(論理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이 과연 다른 근대 문학작품(文學作品)에서 몇 명이나 등장했던가? 또한 지위가 별 볼 일 없는 여성의 판단과 비판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관을 반성(反省)하며 성장해가는 남자 주인공은 몇이나 되나?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진 주제(主題)였는가?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단순히 부자가 예쁜 여자에게 반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두 남녀 주인공이 부단한 상호작용(相互作用)을 통해 이성적 성장을 거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요컨대 오만과 편견이 현대에 와서 창작(創作)된 신데렐라 스토리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수 있다. 구성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개성, 작가가 보여주는 비판적 통찰력(洞察力)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작품을 로맨스물의 클리셰를 제공한 원조(元祖)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클리셰에 매몰(埋沒)된 작품은 아니다. 단순히 결말이 '결혼을 통한 여성의 신분상승(身分上昇)'으로 끝났다는 이유로 본 작품을 대리만족용 로맨스로 평가 절하(平價切下)할 수 있다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극으로 점철(點綴)된 일요 막장 드라마일 뿐이다.  

여담으로 국내 펭귄 클래식판 오만과 편견은 문장의 끝맺음이 일반적인 '-이다'가 아닌 '습니다체, ~요체'로 되어있다. 독자에 따라 신경 쓰일 수 있으니 구매 시 자신에게 맞는 판본(板本)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3. 등장인물 

엘리자베스 베넷 
애칭은 리지이고 베넷 씨의 차녀로 20살이며 본작의 주인공이다. 언니인 제인보다는 못하지만 예쁘고 똑똑하며 유머 감각(感覺)도 있고 통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描寫)된다. 특히 상냥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성격을 가져 작중에서도 그녀의 쾌활함이 잘 드러난다. 다아시는 그런 성격(性格)과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반했다. 자기와는 춤출 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했던 다아시를 싫어하고 있었고 위컴의 사탕발린 말에 넘어가 더욱 그를 좋지 않게 보고 있던 와중에 다아시가 그녀에게 청혼(請婚)했으나 거절한다. 또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결혼(結婚)을 반대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절대로 이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아시에게 했던 비난(非難)들은 잘못된 전제 속에서 나왔던 것이었고 이는 제목의 '편견(偏見)'이 다아시에 대한 그녀의 편견임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다아시에 대한 오해(誤解)가 풀린 다음에는 편견에 찌들었던 자신의 태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가드너 부부와 경치를 감상(鑑賞)하러 다아시의 영지에 갔을 때 다아시를 칭찬하는 하인들의 증언이며 장사꾼이라며 귀족들에게 경멸(輕蔑)당하는 외삼촌 부부를 다아시가 매우 예의바른 태도로 대하자 호감(好感)이 싹튼다. 하도 매몰차게 청혼을 거절해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다아시가 여동생을 소개시켜주고 또 리디아의 야반도주라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자 마음이 완전 기울어버린다. 최종적(最終的)으로는 레이디 캐서린이 본의 아닌 어시스트를 해주는 바람에 다시 청혼을 받고 경사(慶事)스럽게 결혼에 성공한다. 

베넷 씨 
하트퍼드셔 지역의 젠트리로 연 수입은 2천 파운드이다. 현명(賢明)하고 재치 있으며 딸들 가운데 리지를 가장 아낀다. 하지만 딸들과 아내가 망신살 뻗칠 말과 행동을 해도 적극적으로 교정(矯正)하지 않고 방관만 해서 리지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젊은 시절 미모(美貌)만 보고 베넷 부인과 결혼했다가 결혼 직후부터 아내의 천박(淺薄)함과 무지함에 실망했고 이후 아내를 비꼬는 재미로 세월을 보냈다. 첫째 제인은 품성(品性)이 착해서 둘째 리지는 이성적이며 지적인 성격이라 예뻐했지만 나머지 딸들에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키티와 리디아는 베넷 부인의 영향을 받아 경솔(輕率)하고 무식해졌고 메리는 지적 허영심(虛榮心)만 넘치는 헛똑똑이가 되어버렸다. 리지의 감정변화(感情變化)를 알지 못해 다아시에 대한 혹평(酷評)을 늘어놓아 리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도 작중 후반부 다아시가 마침내 두 번 째 청혼을 하고 리지도 "그동안 그이를 싫어한 건 제 편견 탓이었고 그이는 저를 사랑하고 존중해요"라고 아버지를 설득(說得)한 후에는 딸의 마음을 이해(理解)하고 흔쾌히 결혼을 허락(許諾)한다. 2005년 영화에서는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하고 리지와 제인 외의 다른 딸들도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등 원작(原作)보다 훨씬 다정한 가장으로 나온다. 그리고 원작보다 훨씬 가난해졌다. 

베넷 부인 
베넷 가의 안주인이며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지만 교양(敎養) 없고 주책 맞다. 딸들 가운데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리디아를 가장 예뻐하고 엘리자베스를 가장 탐탁찮게 생각한다. 형제로는 런던에서 장사를 하는 남동생 에드워드 가드너와 메리턴에서 변호사(辯護士) 남편을 둔 여동생 필립스 부인이 있다. 포스터 부인의 초대(招待)를 받은 리디아가 브라이턴으로 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리디아가 위컴과 도망치는 결과(結果)를 불러왔으면서도 베넷 씨가 가족 전부를 브라이턴으로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탓한다. 

2005년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受惠者)이다. 원작에서는 리디아보다도 열심히 집안 망신을 시키는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그럭저럭 이해할 만큼의 주책을 부리는 어머니로 나온다. 영화 속 베넷 집안이 원작보다 훨씬 가난하게 나오다 보니 그 당시 부인이 부자 사위에 집착(執着)하는 것도 현대인 입장에서 쉽게 이해가 가는 편이다. 연애 쪽으로는 잔머리를 잘 굴리는 편인데 제인이 빙리의 집으로 갈 때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말을 타고 가라'고 조언(助言)한 바 있다.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가면 비를 피할 수 없고 비를 맞고 온 손님을 젖은 채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빙리 가에서 묵고 가라며 제인을 붙잡으리라는 계산(計算)이다. 실제로 이 계산이 맞아떨어져 제인은 감기(感氣)에 걸려 빙리 가에 며칠이나 묵으며 빙리 씨와 가까워졌고 언니를 걱정해 도보로 빙리 가를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그 기상천외(奇想天外)한 행보로 다아시의 마음을 꽉 잡았으니 적어도 연애 관련 잔머리에 관해서는 베넷 부인이 작중 일인자(一人者)로 보인다. 

제인 베넷 
베넷 씨의 장녀이다. 베넷 집안의 딸들 가운데 가장 미인(美人)이며 성격도 좋다. 그러나 착한 게 좀 지나쳐 남의 험담(險談)을 못 하며 모든 일을 좋게만 생각하려 들어 독자들을 답답하게 하기도 한다. 다만 작품 후반에 가면 조지 위컴이나 리디아 베넷, 시누이인 캐롤라인 빙리 같은 사람들로 인해 약간 변하긴 한다. 빙리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기대(期待)하게 되지만 빙리 주변 사람들이 둘의 사랑을 반대해 빙리한테 제인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털고 있다. 제인 또한 노골적(露骨的)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성품이 아닌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해서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줄로 안 빙리가 떠나버려 난관(難關)을 겪는다. 결국에는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다아시가 밝힌 덕에 한달음에 돌아온 빙리에게 구혼 받아 결혼한다. 

원작 설정을 따르자면 제인이 엘리자베스보다 더 예뻐야 하지만 실제로 영상화(映像化)할 경우 엘리자베스 역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베스가 더 미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제인이 더 미인인 경우는 95년 BBC판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2005년 영화에서도 파이크가 정석 미녀(定石美女)이기는 했으나 키이라 나이틀리 쪽이 튀어 보인다. 여담(餘談)으로 이 영화의 제인과 리지 자매는 안 닮아도 너무 안 닮았다는 게 흠이다. 

리디아 베넷 
베넷 씨의 막내딸이다. 가까이에 있는 메리턴 읍내에 군대가 주둔(駐屯)하고 있을 때 허구헌날 산책다니면서 장교(將校)들이랑 시시덕거리면서 연애에 정신이 팔려 제정신 못 차리고 산다. 그러다가 포스터 대령의 초청(招請)을 받아 군대가 상주하는 브라이턴으로 놀러가 위컴이 도망칠 때 같이 야반도주(夜半逃走)하고 이 때문에 베넷 가가 뒤집어졌다. 어찌저찌 위컴과 결혼을 했으나 남편에 대한 애정(愛情)은 몇 년 안 가 바닥이 난다. 그래도 결혼한 여자로서 욕먹을 짓은 안했다고 위컴과 달아난 뒤 어정쩡하게 동거(同居)하다 가족들과 다아시의 협력으로 겨우 결혼에 골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잘나서 자매들 중 가장 먼저 결혼(結婚)했다며 뻐긴다. 심지어 제인이나 엘리자베스의 결혼마저도 자기가 위컴과 달아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생색(生色)을 낸다. 결혼자금은 다아시가 모조리 대줬는데도 거기에 대해 감사도 없고 결혼식(結婚式)에다 돈쓸 궁리만 한다. 결말 후의 행적은 묘사된 바에 따르면 위컴 부부는 씀씀이가 헤퍼 언제나 돈에 쪼들리고 있다. 그래서 자주 빙리 가에 들르는데 한 번 오면 잘 안 가는지라 그 사람 좋기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빙리가 넌지시 '좀 가라'라고 할 정도로 민폐를 자랑한다고 한다. 위컴의 사랑은 결혼(結婚)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주 일찍이 식어버렸고 리디아의 마음도 위컴보다 아주 조금 더 오래 갔을 뿐 결국 빨리 식어버리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메리 베넷, 캐서린 (키티) 베넷 
각각 베넷 씨의 셋째와 넷째 딸이다. 메리는 자매 중 유일하게 외모(外貌)가 예쁘지 못해서 언니들과 비교당하는 열등감(劣等感)을 메우려고 독서와 음악 공부에 매진(邁進)한다. 그러나 그 노력을 부모가 알아주질 않다 보니 어떻게든 자신의 박식(博識)함, 소위 교양으로 요구되는 종교적(宗敎的) 지식이 많을 뿐 현명하지는 않음을 남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지적 허영심이 강하다. 다행히 자매들 대부분이 시집을 간 후론 다른 자매들과 외모를 비교당하는 일이 없어진 덕에 성격이 많이 나아졌다. 제인 오스틴의 조카가 쓴 전기의 내용에 따르면 훗날 이모부인 필립스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勤務)하는 남자와 결혼해 메리턴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키티는 리디아의 무분별(無分別), 무절제(無節制), 무례무식(無禮無識)을 닮은 인물이었지만 나중엔 상류층출신(上流層出身) 남편들과 결혼한 두 언니의 집을 오가면서 상류사회(上流社會)를 접한다. 언니들이 리디아와 노는 것을 막은 덕에 많이 차분해지고 똑똑해졌다고 한다. 정말로 리디아와 닮았던 것이라기 보단 어머니인 베넷 부인이 자신과 가장 닮은 막내딸 리디아만 싸고 돌다보니 은연중(隱然中)에 리디아를 따라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2005년 영화에서는 메리의 성격을 변화시켜 단순히 예쁘지 않아 소심한 캐릭터에다 눈치도 없는 기믹 등이 추가되었다. 무도회(舞蹈會)에서 푸대접받고 아버지에게 안겨 우는 장면이 나오는 등 원작에서처럼 마냥 냉소(冷笑)의 대상인 게 아니라 미인자매(美人姉妹)들 사이에서 치이는 안쓰러운 면이 많이 부각(浮刻)되었다. 

3.1.1. 친척 및 관련인 

윌리엄 콜린스 
베넷 가의 친척(親戚)이다. 캐서린 영부인의 영지(領地)에서 성직(聖職)을 맡고 있다. 폭력적이고 인색(吝嗇)한 아버지 밑에서 벌벌 떨며 자라 운 좋게 인맥을 잘 잡아 성공을 거두었기에 비굴(卑屈)한 동시에 오만한 성정이 되었다. 모든 가치판단(價値判斷)의 기준을 캐서린 영부인의 판단에 의탁(依託)하고 필요 이상으로 아첨(阿諂)을 하며 자신보다 서열(序列)이 위인 사람에게 비굴하게 군다. 그러나 정작 예의는 잘 갖추지 못해 남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무례(無禮)한 짓을 자주 저지르기도 한다.  

당시 영국은 여성에게 토지와 집, 화폐 등 재산상속(財産相續)이 불가능한 시대 영지와 저택을 개인이 아닌 가문에 귀속(歸屬)시키고 남성 상속인 한 명에게만 '관리권한(管理權限)'을 물려주는 한사상속제도(限嗣相續制度)가 있던 시대였기에 집안의 가장이 사망하면 대부분의 재산, 토지, 저택 등은 장남(長男)에게 상속되며 아들이 없을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남성 친척에게 상속(相續)된다. 이 때문에 베넷 가의 재산은 베넷 씨의 친척 남성인 콜린스에게로 귀속될 예정이다. 

콜린스 씨는 베넷 가에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한 방책(方策)으로 베넷 자매들 중 한 명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첫째인데다 가장 미인인 제인을 점찍었으나 제인은 임자가 있다는 베넷 부인의 말을 듣고 리지에게 구애(求愛)했다가 차인다. 이후 바로 그녀의 단짝친구 샬럿 루카스에게 청혼하여 살림을 꾸린다. 소설 속에서 독보적(獨步的)인 풍자의 대상이다.  

가드너 부부 
베넷 부인의 남동생 내외이다. 베넷 자매의 외삼촌(外三寸)과 외숙모. 외삼촌 에드워드 가드너는 치프사이드에서 사업에 성공한 상인(商人)이다. 부유하며 품위(品位)가 있어 엘리자베스 베넷이 외가 식구들 중 유일하게 존경(尊敬)하는 부부다. 엘리자베스와 펨벌리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저택(邸宅)에 돌아온 다아시 씨와 마주치는데 가드너 부인은 다아시 씨의 태도를 보고 그가 조카에게 푹 빠져있음을 바로 눈치 챈다.  

필립스 부부 
베넷 부인의 여동생 내외이다. 이모부(姨母夫) 필립스 씨는 메리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다. 필립스 부인의 성격은 베넷 부인과 비슷하다. 

3.2. 다아시 家 

피츠윌리엄 다아시 
백작 영애인 어머니와 부유한 젠트리 아버지를 둔 신사(紳士)이다. 연 수입 1만 파운드의 부유(富裕)한 독신 남성이다.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라 처음에는 주목(注目)을 받았다. 그러나 태도가 지나치게 오만(傲慢)하고 쌀쌀맞은데다 자신과 급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해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상(印象)을 산다. 제목의 '오만'은 다아시 씨를 상징하는 단어다. 숙녀의 필수교양(必需敎養)에 '독서로 갈고 닦은 지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리지와의 대화를 내심 즐겁게 여겼던 것을 볼 때 지적이며 자기주장이 분명한 여성을 이상형(理想型)으로 생각한 듯하다. 리지에게 반해 청혼하지만 첫 번째 청혼은 내용이 매우 무례했던 데다 그 전부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당연한 수순(手順)으로 차였다. 뒤이어 엘리자베스에게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지적받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치게 된다. 다만 펨벌리의 가정부(家政婦)가 주인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점이나 동생 조지아나가 오빠를 매우 존경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자기가 책임(責任)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교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후에 개선된 성격과 신사다운 태도, 솔직함 등으로 자신에 대한 리지의 호감도(好感度)를 회복시키고 리지의 여동생인 리디아 야반도주 사건도 해결(解決)해주며 결혼에 골인한다. 

조지애나 다아시 
다아시의 여동생인데 열여섯 살이며 다아시 씨와는 띠동갑이다. 위컴은 그녀에 대해 오빠처럼 매우 오만하다고 말하지만 조지애나를 펨벌리에서 직접 만나본 엘리자베스는 수줍음이 굉장히 많을 뿐임을 알게 된다. 이 심한 낯가림이 자격지심(自激之心)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져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고 리지는 생각한다. 열다섯 살 때 그녀 몫의 재산을 노린 위컴의 꼬드김에 넘어가 야반도주(夜半逃走)를 할 뻔했다가 죄책감을 못 이기고 오빠에게 털어놓은 덕분에 일이 무산된 적이 있다. 오빠를 굉장히 믿고 따르기에 오빠가 소개해준 엘리자베스에게도 처음부터 호감을 가졌고 캐롤라인 빙리가 리지의 험담(險談)을 할 때도 오빠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리지와 다아시의 결혼 후 에필로그에서는 사이좋은 올케와 시누이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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