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岳岩漢字屋

甲辰年 새해 하시는 일들이 日就月將하시고 乘勝長驅.하시고 萬事亨通 하세요!!!

반응형

"차별을 호소하는데 왜 다시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1박2일 야간 지킴이를 자처했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임금차별에 대한 국가인권위 결정에 대해
 
며칠 전 은평구 한 공무원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발언을 했던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사건은 '공무원 개인 한 명의 일탈을 넘어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어서 더 충격이다.

모든 사람은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다양한 생애주기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으로만 보고 있고, 결혼이주여성은 '다문화가족의 일원'으로 모성으로만 취급한다. 결혼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 여성, 노동자로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을 갖고 있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할 때 이들이 경험하는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다누리콜센터 등 정부가 이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상담, 이중언어코치 업무를 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차별적인 노동조건이 이슈화됐다.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호봉체계의 적용을 받아 매년 임금 수준이 상승하고 승진의 기회도 갖는 반면, 이주여성이 수행하는 업무들은 '다문화가족 특성화사업'으로 분류해 호봉기준표와 승진최소소요연한이 담겨져 있는 '인건비 가이드라인' 없이 최저임금 수준의 '사업비 배정 및 집행기준'만 존재했다. 

 

민주노총,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이주노동희망센터, 원곡법률사무소, 이주민센터친구,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공공기관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20년 11월 17일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은 대책위가 같은 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 부분에 많은 말을 쏟아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이주여성노동자는 "다문화 인식개선을 책임지는 기관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한국이 다문화를 공공연히 차별한다는 생각이 없어지길 바라겠습니다"고 적었다. 최근에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주여성 응답자 93.2%가 임금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1년 4개월여 만에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의 수행하는 업무가 동일하지 않아 차별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실질적 차별 여부를 판단하고 평등을 지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런 결정에 참담함을 느낀다.

 

대법원도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공공기관 통번역 업무의 특성상 이주민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역할은 핵심이고 필수적이다. 또한 소통을 하는 업무와 상담, 사례관리가 기계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 점, 15년간 사업이 이어지며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업무가 그만큼 전문화됐다는 점을 국가인권위원회는 간과했다. 

 

공공기관이 이주여성노동자를 버젓이 차별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 아니라고 면죄부를 주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주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확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인 이주여성노동자는 지난 5월1일 이주노동자 노동절대회에서 "우리가 차별받고 인권침해를 당한다고 한국 사회에 호소하는데 왜 우리는 다시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GDP 인종주의(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출신 외국인들에 대한 배타성)'와 코로나19로 심화된 제노포비아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뿐만 아니라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공공기관의 역할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최소한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등 해당 기관들의 담당 부처들은 국가인권위가 정책과제로 제시한 '전체적인 실태 파악과 정책방향 검토'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체류 특성상 장기간 체류하거나 귀화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욕구도 높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만을 대상화해 별도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만으로 이주여성들을 한국 사회에서 독립적인 노동자, 시민으로 살게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직종을 선주민과 이주민으로 나누어 채용하는 방식보다 필요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 중 이민자를 우대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선 기존 일하고 있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경력과 능력을 인정해 중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이주민, 여성, 노동자로 3중 차별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선주민 기혼여성들도 경력단절이 되고,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불행 배틀'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 하기 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대책위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며 이주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은평구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