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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영국

2일 전 프레시안프레시안 모바일

 

권의석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3연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서방과 계속 대립각 세우나

영국과 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흔히 아편전쟁, 영국령 홍콩 등 역사적 갈등을 주로 떠올리게 되지만,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90년대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양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중국이 2000년대 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2007년의 세계 경제 위기도 극복하여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게 되자, 보수당이 집권한 영국 정부는 다른 어느 서방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확대하며 중국의 영국 투자를 유도하고자 하였다.

실제 중국은 2015년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당시 고속철도 및 원전 건설 투자를 약속하였고, 영국 역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과 일대일로 개발 계획에 참여하며 이에 호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2019년 이후 달라졌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 신장자치구에서 강제로 자행된 위구르족 "재교육" 정책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이 미국·호주와 함께 하는 소위 오커스(AUKUS) 동맹에 참여하면서 영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인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이번에 영국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국제 원조 전략은 영국의 대중국 견제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해외개발원조를 중단하는 영국 

2022년 5월 17일 영국 정부는 성명서를 내며 새로운 국제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새로운 전략에 따르면 영국은 기존의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 원조를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2025년까지 해외 원조 자금의 4분의 3을 해당국에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각지 외교관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여 원조 자금과 지원 프로그램이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지연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수혜국에 빠르게 제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을 끈 것은, 중국에 대한 영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콰시 콰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2021년 영국의 공적 개발 원조 전체 예산인 110억 5000만 파운드 (한화 약 18조 1550억 원) 가운데 중국에 약 1300만 파운드(한화 약 205억 원)을 제공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제공되는 공적 원조자금은 1억 7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7000억 원)다. 

중국에 제공되던 영국의 공적개발원조는 주로 기후위기나 항생제 내성 예방에 관한 공동 연구에 쓰이고 있었는데, 영국 정부는 이번 개발 전략 변화로 인해 이와 같은 연구를 중국 측과 함께 계속 진행하더라도 더 이상 영국 측의 원조 자금이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콰텡 장관은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조는 계속 하겠지만, 영국의 원조 자금이 이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 쓰이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영국의 입장을 확인했다. 

 

중국의 해외 개발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영국 

기존에 영국이 중국에 제공하던 공적개발원조의 규모가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원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이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해외 원조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영국 정부의 단순한 정책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가 발표된 시점이다.

 

지난 5월 16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새로운 국제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연설을 하였는데, 여기에서 트러스 장관은 영국이 개발도상국이 "악성 국가(malign actor)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영국의 원조와 투자 지원을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설문에서, 트러스 장관은 "악성 국가는 경제학과 개발 문제를 통제의 수단으로 다루며, 후원, 투자와 대출을 경제적 위협과 정치적 권력으로 이용한다"라며 "악성 국가"들에 대해 맹비난했고, 영국은 이 같은 악성 전략을 따라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을 위한 대안을 제공하여 이들에 맞서겠다고 공표했다. 

 

트러스 장관은 이 "악성 국가"의 "해로운 전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일 것으로 짐작했고, 실제로 며칠 후 발표된 국제 개발 전략에서 중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가 중단되면서 트러스 장관이 언급한 "악성 국가"가 중국임을 사실상 확인시켜줬다.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강조하는 영국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중국에 대해 날선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트러스 장관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보인 온건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규탄하면서, 중국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 제재와 같은 "규칙에 따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했다.

 

당시 연설에서 트러스 장관은 영국을 포함한 G7 국가가 "러시아가 국제 규칙을 어겼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보다 안보와 주권 존중을 우선으로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고,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G7이 중국에게도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자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중국의 성장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며, 규칙에 따르지 않으면 중국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역시 중국을 향한 칼날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보여준 모호한 태도와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오랜 우방국이었던 솔로몬 제도와 비밀리에 안보동맹을 맺으려 했단 사실 때문에 중국이 "다자간의 규칙을 기반으로 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유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 미국의 아시아 내 영향력이 중동 분쟁과 경제 위기로 인해 감소하던 상황을 이용하여 "전랑"이라 불리는 호전적인 외교정책을 꾸준히 추진하였고, 이를 통해 남중국해 일대에 군사력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일대일로 개발을 통해 아시아 및 아프리카 각국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적대적인 확장 정책은 중국이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 등 서방 국가와의 안보 대립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만들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서방과의 외교적인 대립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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