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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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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제주도'도 휴가가 필요하다

▲ 제주 천미천. 기괴한 암석과 수변을 따라 이어진 수림대는 제주 하천의 매력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글 : 박은수 <함께사는길> 기자

[함께 사는 길] 제주도 쉼이 필요해 ①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2016년 150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에도 제주도로 향하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2021년 12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제주를 찾았다. 일상의 지친 삶을 내려놓고 휴식과 위안을 받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는 어떨까. 불행히도 각종 지표들은 제주도에 적신호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매년 늘어나는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용량을 초과해 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며 교통난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수많은 숲과 목장이 골프장과 관광시절로 사라져갔고, 지금도 '관광'이란 이름으로 제주 곳곳에 무차별 삽질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쉼이 필요하다. 개발의 삽질을 멈추고 제주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여행이 제주를 삼키는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여행과 제주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 그러나… 

4년 만에 제주를 찾았다. 많이 달라져있었다. 규모가 큰 관광시설이 또 들어섰다. 미국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관광시설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사려니 숲길을 가는 곳곳에 내걸렸다. 

사려니 숲길로 가는 길, 늘 먼저 반겨주던 비자림로 삼나무 숲이 잘려나갔다. 도대체 이 길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당혹스럽게도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건의 원인제공자가 되어 있었다. 

1500만 명 관광객이 남긴 것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2010년 758만 명에서 2016년 1585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영향에도 2020년 1023만 명, 2021년 1200만 명 등 매년 1000만 명 넘는 인원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보다 면적이 큰 일본 오키나와(2281㎢)의 경우 2018년 1000만 명을 넘었지만 2019년 943만 명, 2021년 258만 명으로 줄었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에도 제주도는 쉬지 못했다. 

찾는 이들이 많은 만큼 하늘길도 세계에서 가장 바쁘다. 영국 항공운항정보업체인 OAG에 따르면 제주-김포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하늘길'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 2021년에도 제주-김포는 1708만2700석으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하늘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사포로-도쿄(SapporoNew Chitose-Tokyo Haneda) 817만1324석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2022년에도 제주-김포는 1위를 지키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당장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제주 지역의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은 2016년 제주의 생활계폐기물 1인당 일일 배출량은 2kg으로 전국 평균 1kg의 두 배나 됐다. 쓰레기는 줄지 않았고 2020년에도 하루 1320톤의 생활폐기물이 쏟아져 나왔다. 제주도는 생활폐기물의 40% 이상을 관광객이 버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쓰레기 발생량은 이미 제주도내 처리 용량을 넘어섰다. 10개 매립장 중 3개는 이미 매립률이 100%에 달했고 4개 역시 90%를 넘어섰다. 6개 소각장은 반입한 쓰레기를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하고 미소각 생활쓰레기를 압축해 필리핀으로 불법반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수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내 하수처리장은 총 34곳으로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하루 하수용량은 25만9878㎥다. 하지만 적정 하수 처리량을 초과하는 하수 유입으로 미처 처리되지 못한 하수가 바다로 그냥 유입되기도 한다. 도두하수처리장은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6년간 수질기준을 초과한 하수를 바다로 방류했다가 총 6차례에 걸쳐 개선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도로 확장 공사로 잘려 나간 숲길 앞에 공사를 반대하며 세운 푯말이 남아있는 숲을 지키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관광은 난개발로 이어져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벌목 사건도 '관광'과 무관하지 않다. 비자림로는 한라산 북동쪽 중산간 지역에서 동쪽 해안마을까지 연장 27.3km로 이어진 2차선 도로이다. 지난 2018년 제주도는 2.9km 구간의 2차선 도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도로 확장을 위해 수천 그루의 삼나무가 벌목 대상이었고 현재 수백 그루의 삼나무가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숲은 아스팔트 도로로 바뀔 예정이다. 제주도가 도로 확장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관광객'이다. 날로 증가하는 관광객과 차량 때문에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관광객이 '원인제공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삼나무숲 벌목사건처럼 '관광객'을 내세운 개발사업이 제주 곳곳에서 진행됐고 또 추진 중이다. 중산간 순환도로 사업도 그 중 하나다. 기존의 중산간 도로를 확장 또는 신규개설해서 기본 4차로의 도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길이가 무려 135km에 달한다. 제주도의 환경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 사업의 추진 근거로 내세운 것 중 하나 역시 '관광객 증가'다. 

곶자왈도 예외는 아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용암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숲이다. 경관 뿐만 아니라 한라산과 제주의 해안을 잇는 생태축으로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곶자왈은 제주도 면적의 5%로 제주도에서도 흔한 숲은 아니다. 

2015년에 열린 곶자왈 공동심포지엄에서 제주대 정광중 교수는 곶자왈 전체 면적에서 5분의 1 이상이 골프장이나 관광개발로 인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제주 30개 골프장 중 곶자왈을 개발한 골프장이 10개로 788만7000㎡(788.7ha)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2.7배의 곶자왈이 골프장으로 사라진 것이다. 관광시설도 곶자왈 파괴의 주범이다. 공립과 사립관광시설을 합해 8개소 603만5000㎡(603.5ha)의 면적을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제주신화월드(제주신화역사공원)는 한경·한림·대정·안덕 곶자왈지대 내 398만㎡에 해당하는 곶자왈 지대를 파괴하며 지어진 관광시설이다. 2015년 발표자료임을 감안하면 관광산업으로 훼손된 곶자왈 훼손 면적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현재도 선흘곶자왈에 제주자연체험파크가 논란 속에 추진중에 있다. 

지목별 변화에서도 제주의 변화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20년간 제주 내 목장용지, 임야는 크게 줄어든 반면 대지, 주차장, 도로는 크게 늘었다. 특히 2000년 69㎢였던 도로 면적은 2011년 81㎢로 증가하더니 2020년 90㎢까지 늘어났다.

각종 도로 개설과 개발사업 등으로 녹지가 사라지면서 예기치 않은 문제도 생겼다. 제주도 내에 불투수율이 크게 높아져 내린 비가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침수 피해 가능성이 커졌다. 불똥은 하천으로 튀었다. 제주 하천은 육지와는 다르다. 화산섬의 특성상 물이 하천 밑으로 흐르는 건천이다. 대신 기암괴석이 하천을흐르고 그 옆으로 수림대가 수려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홍수 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하천변에 수림대를 갈아엎고 콘크리트 제방을 쌓는 하천정비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주 하천의 원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난개발을 원하는 건 누구? 

관광객들은 이런 난개발을 원하는 것일까. 지난 7월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여행을 선택한 이유로는 '청정한 자연환경'(63.8%)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제주여행에서의 선호활동으로는 '자연경관 감상'(79.7%)과 '식도락'(74.2%)이 1, 2위를 차지했다. 올해만이 아니다. 매년 관광객들의 응답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꼽아왔다. 반면 제주 여행의 불만족 사항을 묻는 제주도의 설문조사에서는 2016년, 2018년 모두 높은 물가와 대중교통 불편이 1, 2위를 차지했다. 그 어디에도 난개발을 요청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민들도 난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제주도가 환경자원 총량 관리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해 제주 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개발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하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또한 환경보전 필요성에 대한 응답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누가 난개발을 원하는 걸까. 최근 제주도가 추진해온 각종 개발사업은 사업근거가 부족하거나 명확하지 않아 제주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받아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교통량 증가로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제주환경연합의 확인결과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에도 비자림로 구간의 통행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해당 구간은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 일부 관광객의 차량이 서행하면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통행량은 많지 않았고 차량 흐름도 원활했다. 관광객을 위한다면 관광객이 불편하다고 응답한 대중교통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하천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불투수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홍수예방효과 등 분명한 데이터와 사실관계에 기반을 두지 않고 제주 하천의 특성을 무시한 채 토건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제주 하천의 원형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쓰레 

기와 하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매립장과 하수처리장 증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크고 그동안 하수처리장과 매립장으로 피해를 받아온 주민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제주도의 자연과 환경, 그리고 도민들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행정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일까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이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난개발 부르는 관광 거부해야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쏟아진 비판으로 2년간 공사가 중단되었다. 공사가 중단된 동안 잘려나간 삼나무 숲에는 어린 삼나무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공사가 재개되면 어린 삼나무들도 뿌리째 잘려나갈 것이다. 관광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제주환경연합 등 제주도 내 시민단체와 제주도민들이 각종 난개발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각종 난개발에 '원인제공자'로 전락한 관광객들도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제주 난개발을 부르는 관광을 거부한다',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라'라고 말이다. 그래야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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