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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사회' 속,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좋은 도시'를 만드려면

이병민 건국대학교 교수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ESG, 기업뿐만 아닌 도시에서 우선 고려돼야 하는 이유

스마트한 성장, 좋은 도시?

도시들은 다양한 위기를 접하면서 분노의 용광로가 되기도 하고, 환호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우리 스스로 좋은 도시를 만드는 원칙을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관점들이 다른 관점들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일상의 공간이지만, 차이와 이질성으로 대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계급, 성별, 인종, 세대 등 다양성을 기반으로 낯선 사람과 계속적으로 변화를 강요받는 도시 내에서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도시를 채우기도 하는데 아민(Amin)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시의 이미지는 오염되고, 건강하지 않고, 피곤하고, 혼란스럽고, 소외를 조장한다. 정치적으로도, 현대의 도시는 시민권, 이상적인 공화국, 좋은 정부, 시민 행동, 이상적인 공공 영역을 꿈꾸었던 시대의 상상과는 맞지 않다. 

떄로는 맥킨지 같은 유수의 컨설팅 회사들이 좋은 도시가 "스마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하며, '스마트 시티'를 통해 기술이 도시를 구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기술혁명과 팬데믹으로 인해 탄생하게 될 15분 도시, 컴팩트시티, 메가시티 등 도시공간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기 바쁘다. 

하지만 좁은 기술 모니터링과 빅 데이터 수집으로 영역이 한정되는 한 기술결정론으로 무장한 테크노크라트의 지배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지만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과 자원고갈에 시달리는 수많은 다른 도시들을 보며 더 많은 고민이 늘어나기도 한다. 

경제지리학의 관점으로 보자면, 많은 경제전문가와 이코노미스트 같은 전문지들은 우리에게 '생존 가능성'이 핵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살기 좋은 도시로 이동한다는 사람들과 기업들에게 무엇이 그들을 유인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때마다 다른 ‘맥락(context)’이라는 단어로만 답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요구하는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을 고려하자면, 록펠러재단 같은 곳에서는 탄력적인 도시 지원책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회복력이 있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자원을 절약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위험사회와 좋은 도시를 위한 요건들 

그렇다면 실제로 좋은 도시는 무엇일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탄소중립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살기 좋은 도시, 회복력이 있는 도시 등 답이 달라지고, 형용사를 앞에 내세우자면, 배려하는 도시, 포괄적인 도시, 평화로운 도시, 정보 도시, 네트워크화된 도시 등이 될 수 있다. 과정에 집중하자면, 그들은 번영하는 도시이고, 학습하는 도시이며, 혁신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어떤 정의들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가 좋은 도시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다양한 도시 행태에 따라 다른 지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또 어려운 일이다. 도시의 지표를 이야기할 때 누구나 이야기하는 '거버넌스'와 관련해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예를 들 수 있다. 상향식이라는 담론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생존 가능성 지수'를 이야기하고 최근에는 '행복지수'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참고로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하는 '2022 세계 행복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를 참조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46개국 중 59번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59위인 한국은 GDP(국내총생산)나 기대수명 항목에서 수치가 높았지만 다른 항목들이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가 GDP와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겨 왔다고 알려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태원 참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도시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안전하지 않거나 생존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목표와 성과가 강조되는 와중에 사회적 지지와 안전, 관용성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으며, 때로는 정치적인 문제로 우선순위가 바뀌어 발생하기도 한다. 

율리히 벡은 일찍이 '위험사회'를 이야기하면서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를 이야기했는데, 이는 위험요소를 늘 점검해야 하는 사회이다. 이때의 위험은 자연재해나 전쟁 같은 불가항력적 재난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인 환경과 결합해 나타나는 재난이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산된 위험'(manufactured risk)이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이며, 문제를 푸는 방법도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 분향소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설치했다. ⓒ연합뉴스
 

ESG,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원칙과 최소한의 프레임워크 정도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의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은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도시의 생태계를 보는 통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모든 시민의 사회적 요구를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시민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인 전환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자면, 도시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높이고, 다른 도시와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율리히 벡이 강조한 것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소통,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이었다. 최근 많은 화두가 되고 있는 ESG라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강조될 수 있는 키워드는 믿음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이해관계자(stakehoder) 뿐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 내 사람들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자원관리, 지역사회기여, 생태계보호, 문화적 포용성, 이해관계자 권익보호, 공정경쟁 등 키워드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이야기이지만, 공동운명체로서의 인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둔 학습이 이루어져야만 일상화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자면, 기업 뿐 아니라 도시의 모든 부분에서 국가와 도시정부, 전문가와 시민들이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해결에 동참하는 사회가 갖추어져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도 도시의 문제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부분이 공공재의 영역이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태를 거쳐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화된 무책임'이라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면, 환경-사회-투명경영의 키워드가 기업에만 적용될 수 없고 도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팬데믹, 기후위기, 신냉전, 인플레이션, 주택버블 등 넘쳐나는 다중위기의 요인들과 대전환기의 시대에 당장 어디서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보다 '대인내 (Great Endurance)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우리 모두 찬찬히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본다.

■ 필자소개 

 

이병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입지와 경제지리, 클러스터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장,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며,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 한국경제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중이다. 차기 한국경제지리학회 회장이다. 글로컬문화와 공감사회, 도시재생 등 경제지리학과 문화지리학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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