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2월 24일)을 앞두고 사전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5억 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군사 지원 계획을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뒤 2개월여 만에 답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21일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를 방문해 연설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수정해 직접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지난해 5월 질 바이든 영부인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도, 동유럽 순방 일정만 사전에 공개하고 우크라이나를 예고 없이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전쟁 1주년을 앞둔 러시아의 행보를 의식해 미국과 서방의 '의지'와 '단결'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연방의회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러시아도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서방과 대척점에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미국이 여기에 있다"...러시아에 출발 직전 사전 통지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는 푸틴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우리는 여기에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화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출발 몇 시간 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에) 사전 통지했다"면서 "소통의 민감성을 감안해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어 선명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존스 홉킨스대 국제학부 학장, 국무부 고문 등을 지낸 엘리엇 코헨은 20일 <애틀랜틱>에 쓴 글에서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상징은 매우 중요하다"며 "바이든은 위험한 키이우 방문을 통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예정대로 폴란드를 방문해 연설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