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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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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의한 기후변화가 불러온 제주 나무들의 '흥망성쇠'

 

이성권 작가
[함께 사는 길] 제주 나무가 말한다…"다르게 살라"

제주의 겨울은 푸른 나무들로 가득하다. 가로수는 상록수가 대부분이며 저지대 곶자왈은 아예 상록수림 지역이다. 겨울은 앙상한 나무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주도는 딴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한라산은 물론이고 조금 높은 중산간 오름만 올라가도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만난다. 이처럼 제주에는 난대성 나무와 온대성 나무가 공존한다. 난대성 나무에서 온대성 나무까지 수직분포를 이루고 있다. 

총 320여 종의 나무가 다양하게 자란다. 제주에서는 집을 나서면 바다고, 곶자왈이고, 오름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라산을 다녀올 수도 있다. 이런 지리적인 조건으로 인해 제주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나무를 볼 수 있다. 

                                                                        ▲ 팽나무. ⓒ이성권

 

녹음 짙은 여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무들이 갈색으로 채색된 황량한 겨울에는 뚜렷하게 들어온다. 제주도 가로수는 어디를 가도 난대성 나무인 후박나무, 담팔수, 먼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줄을 잇는다. 서귀포시로 들어오는 토평동 길가에는 귤나무의 노란 귤이 멋스럽다. 하지만 서귀포 시내에는 외래식물인 워싱턴야자가 대부분이다. 워싱턴야자는 관광객 유치와 맞물려 정책적으로 심기도 했으나 서서히 제주의 토종 나무로 교체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 가장 많이 심는 가로수는 낙엽수인 왕벚나무이다. 왕벚나무는 봄철에 피는 꽃이 화사하고, 가을까지 달리는 잎이 풍성하여 가로수로 제격이다. 

                                                         ▲ 왕벚나무 가로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이성권

제주의 곶자왈은 겨울임에도 난대성 상록수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나무가 도토리가 달리는 상록성 참나무인 종가시나무이다. 종가시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예로부터 도토리묵 등 식재료였고, 지금도 조천읍 선흘1리 동백동산에서 진행되는 도토리칼국수 체험프로그램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과거 종가시나무로 만든 숯은 으뜸이었다. 주민들은 농한기를 이용하여 곶자왈에서 며칠을 살면서 숯을 구워서 소득을 올렸다. 

오름의 겨울은 제주의 바람 때문에 사납다. 나무도 상록성 나무보다 온대성 나무인 낙엽수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팽나무는 바람 많고, 땅이 깊지 않은 제주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는 나무이다. 봄에 올라오는 새잎의 기운, 여름철 넓게 퍼지는 그늘, 겨울철 잎이 떨어져 더욱 도드라진 줄기가 팽나무의 매력이다. 제주의 마을 중심에는 어김없이 팽나무가 자리 잡았고, 지금도 주민들은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팽나무는 아이들에게는 오르내리는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마을 소식을 공유하는 사랑방이었다. 육지에 느티나무가 있다면 제주에는 팽나무가 있다.

                                                                             ▲ 팽나무. ⓒ이성권

제주를 1만8000의 신이 있는 신들의 고향이라 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올레 입구에서부터 부엌, 고팡(곡식창고)까지 신이 없는 곳이 없다. 이렇게 제주의 신은 큰 바위, 크고 멋진 나무가 아니라도 자리한다. 신당의 당목도 신이 깃든 나무가 아니라 할망·하르방신이 앉아 있는 나무일 뿐이다. 그래서 제주의 당목은 어떤 나무인가보다 그 자리에서 자라는 나무가 중요하다. 물론 제주의 당목은 팽나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천읍 신흥리 할망당에는 보리밥나무, 구좌읍 종달리의 돈짓당에는 우묵사스레피가 당목이다. 또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천에 있는 냇길이소당의 당목은 하천가에서 잘 자라는 담팔수이다. 

겨울철 제주의 저지대는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나 한라산에는 봄이 오는 4월까지도 눈이 쌓여있다. 한라산 겨울 등산은 구상나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맑은 날 하얀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구상나무의 녹색 잎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그리고 눈 내린 날에는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40% 이상이 고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폭설, 폭우 등 기후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100년 이내 멸종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 구상나무 고사목. ⓒ이성권

시로미는 암매, 들쭉나무, 한라솜다리 등과 함께 빙하기에 제주까지 내려왔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기온이 낮은 한라산 백록담 주변으로 피신하여 사는 유존종이다. 시로미는 줄기를 땅에 바짝 붙여서 추위를 피하고, 꽃은 6월에 절정을 이뤄 8월에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제주조릿대가 넓게 퍼지면서 시로미의 삶터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로미 열매는 진시황의 불로초라 불릴 만큼 제주 사람들도 귀하게 여겼다. 열매를 따다 직접 식용하기도 하고 술로 담가 먹기도 했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선작지왓, 윗세오름, 진달래밭 등에서 시로미 열매를 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 시로미. ⓒ이성권

기후변화가 불러온 제주 나무들의 흥망성쇠는 자연력에 의한 것이기보다 사람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제주 나무들의 변화하는 삶이 우리에게 '다르게 살라'는 변화의 요구로 읽히는 까닭이다. 

                                                ▲ 우묵사스레피(구좌읍 종달리 생개남 돈짓당). ⓒ이성권
                                                          ▲ 워싱턴야자 가로수(서귀포시 보목로). ⓒ이성권
                                                                              ▲ 종가시나무. ⓒ이성권
                                                         ▲ 팽나무(동회천 새미하로신당). ⓒ이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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