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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른 '좋아요',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

 

이재호 기자
[프레시안 books]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될까? 디지털이 기반이 된 우리의 일상은 그렇지 않은 때보다 자원을 덜 사용하게 될까? 환경 문제를 주로 다뤄왔던 프랑스 출신 다큐멘터리 PD 기욤 피트롱은 최근 출간한 저서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를 통해 디지털 기술과 환경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존 상식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스웨덴의 환경 활동가 그래타 툰베리의 등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소위 '기후 세대'들이 "고기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 비행기 여행이라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맹비난" 하면서도 "전자 상거래며 가상현실, 게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용자들"이라며 "이는 친환경 면에서 보자면 완전히 난센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피트롱은 툰베리가 스웨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던 사진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올라가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됐다면서도, '좋아요'를 누르고 이것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물적 하부구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신의 애정어린 '좋아요'는 마침내 인터넷의 가장 첫 번째 층인 물리적 층, 즉 해저케이블로 이루어진 층에 닿는다. 이동통신 사업자나 인터넷 모뎀의 4G 안테나를 거쳐 건물의 공유기를 따라가다 당신이 밟고 다니는 인도 표면에서 약 80센티미터 아래 묻혀 있는 구리관에 닿는다. 

 

그런 다음 대규모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설치된 전선을 타고서 통신 사업자의 여러 기술적 공간 속에 쌓여 있는 다른 '좋아요' 들과 합류한다. 여기서 모인 '좋아요'들은 바다를 가로 질러 다른 데이터센터로 운반된다.

 

그러다 마침내 인터넷의 가장 깊은 층에 도달한 당신의 '좋아요'는 동료의 휴대폰을 향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동료가 당신과 고작 1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당신의 '좋아요'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것이다. 분명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하부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갈라파고스
 

피트롱은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활동으로 하루에 5엑사바이트, 즉 "정보화 산업이 시작된 시기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모든 정보의 양에 해당되는 만큼의 데이터"가 생산된다면서 이후에는 이를 처리하고 저장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데이터를 이동시키려면 해저 케이블도 필요하다. 피트롱은 오늘날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거의 99퍼센트가 공중이 아닌 지하, 그리고 바닷속에 펼쳐진 벨트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수명을 다한 케이블이 해저에 방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100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폐기 처분된 광케이블 회로, 때로는 '좀비 케이블'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폐기물은 오늘날 바다 깊숙한 곳에 방치되어 있다. 케이블의 평균 수명은 약 25년 정도이며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소유주들은 '이것들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윤리적 판단 따위는 나몰라라 한다. 나는 환경을 위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소유주라고는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한 현역은 말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활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물리적인 장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일상적인 움직임이 어떤 방식으로든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한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된다는 데 있다. 

 

"자원들을 손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안에 모두 욱여넣는 일은 이제 너무도 복잡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 작업은 '에너지 먹는 하마' 격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제조 과정에서만 이미 제품의 생애주기 전체가 만들어내는 생태발자국의 절반, 소비에너지의 80%를 잡아먹는 원흉이 됐다. 

 

시민단체 그린 IT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웹사이트 한 페이지의 무게가 115배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텍스트 하나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출력은 2~3년 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명령행을 점점 더 많이 소화하느라 컴퓨터들은 쉼 없이 고군분투해야 하며 사용자들은 기기를 좀 더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교체하게 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왜 컴퓨터의 수명이 지난 30년 동안 11년에서 고작 4년으로 확 줄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해마다 에펠탑 5000개의 무게에 맞먹는 전자폐기물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피트롱은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을 의미하는 'MIPS'라는 수치를 통해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총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의 경우 150g 의 완성품을 만드는 데 원자재 183kg이 투입돼야 하는데 전자칩의 경우 2g짜리 집적회로를 위해 32kg의 원자재가 소요됐다. 

 

이를 '서비스 단위 대 투입 물질'의 비율을 비교하면 스마트폰의 경우 1대 1200이지만 전자칩은 1대 16000이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핵심인 칩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피트롱은 "안테나, 라우터, 와이파이 접속단자 등에 MIPS를 곱해보면 '탈물질화'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이름과는 달리 물질을 엄청나게 많이 소비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산업들보다도 거대한 물질 기반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을 통한 데이터 사용, 그리고 그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 생산 등에는 물적인 자원이 투입되고 있고 이것이 지구 환경을 계속 갉아먹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인류가 디지털 기술 활용을 포기하고 인터넷이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피트롱은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원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를 기초로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페어 카페'에서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자기가 가진 전자제품을 수리받을 수 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350톤의 전자폐기물 발생이 억제되고 있다. 

 

법적 품질보증 기한을 연장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은 출시 이후 10년 동안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 가능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정하며 부속품을 반드시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최초로 이른바 '윤리적' 스마트폰을 상용화한 페어폰은 우선 전화기에 들어가는 금속이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되도록 기업이 최선을 다한다. 휴대폰을 오래 쓸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신경을 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듈 방식의 전화기를 제조해야 한다. 배터리, 화면, 카메라 등 부속품들도 교체가 가능해야 하고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버전이 호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트롱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래도 디지털 산업은 아직까지는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이 적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산업 역시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 그런 과정에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소 도발적이고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하는지, 피트롱의 주장을 책을 통해 살펴볼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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