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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리뷰] 김철홍 영화평론가의 '다 잘된 거야' 글 : 김철홍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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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84살인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을 찾는다. 다행히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생명엔 문제가 없었지만 의사는 엠마뉘엘에게 아버지의 오른쪽 신경이 마비되어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엄마 클로드(샬럿 램플링)에 이어 아버지에게까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엠마뉘엘은 낙담하지만, 불행이 닥쳐도 항상 회복해내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지난한 치료가 이어지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 한마디가 기어코 엠마뉘엘의 삶을 뒤흔들어놓고야 만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줘.” 아버지는 지금 딸 엠마뉘엘에게 자신의 안락사를 요구한 것이다. 엠마뉘엘은 처음엔 이를 한사코 거절하며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완강한 아버지의 태도는 결국 딸들로 하여금 스위스의 한 업체와 연락을 시도하게 만든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자신의 21번째 작품 <다 잘된 거야>에서 선택한 소재는 ‘안락사’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는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찬반 의견이 분분한 논쟁거리지만 오종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이 소재가 자아내는 긴장감을 기반으로 영화의 구조를 세운 뒤, 그 뒤로는 계속해서 그 상황에 처한 한 부녀의 관계에 집중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 안락사는 맥거핀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안락사의 번거로운 과정을 보여줄 뿐이고, 오종 감독은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대신 관객이 보는 것은 서로가 선택한 작별의 순간을 앞둔 두 인물의 심경 변화다. 오종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스타 배우 소피 마르소와 데뷔 후 50년 동안 수많은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했던 앙드레 뒤솔리에가 두 인물을 연기한다. 특히 마비된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장시간 분장 등의 노력을 했다고 알려진 뒤솔리에의 연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다소 무거운 소재의 영화지만 중간중간 희미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 이유는 두 배우의 연륜이 느껴지는 코믹 연기 덕분일 것이다. 영화 후반부, 안락사가 불법인 프랑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늘어놓는 부녀의 거짓말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에마뉘엘 베르네임의 동명 자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며, 작가는 생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대본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7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나 포기하지 마. 이렇게 살게 두지 마."

‘포기’ 또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포기란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포기란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존엄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CHECK POINT

<아무르>(2012)

<아무르>와 <다 잘된 거야> 모두 사랑하는 관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안락사를 다루는 영화다. 두 영화엔 공통적으로 노부부와 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지만 <아무르>는 부부 관계에 좀더 집중한다. <아무르>가 <다 잘된 거야>와 달리 집(프랑스)에서 문을 닫는 이유 역시 그 관계의 차이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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