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공야장(公冶長) 공야장
선생이 공야장을 평하여 말하기를 “사위 삼음 직하다. 묶여 간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죄는 아니었으니까” 하고 그의 딸을 주어 사위를 삼았다. 선생이 남용을 평하여 말하기를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에 버림을 받지 않고, 나라의 질서가 문란할 때도 형벌을 면함 직하다” 하고 그의 형의 딸을 주어 조카사위를 삼았다.”
子 謂 1) 公冶長 2) 可妻也 雖在縲絏 3) 之中 非其罪也 以其子 4) 妻之 子 謂南容 5) 邦有道 6) 不廢 7) 邦無道 免於刑戮 8) 以其兄之子 9) 妻之 10)
ㅡ
1) 위(謂): 평하는 말.
2) 공야장(公冶長): 성은 공야(公冶), 이름은 장(長), 자는 자장(子長).
3) 류설(縲絏): 감옥. 류(縲)는 죄인을 묶는 검은 줄이요 설(絏)은 묶는다는 것이다.
4) 자(子): 남녀 구별 없이 쓰인다. 남자(男子)⋅여자(女子) 등의 자(子)다.
5) 남용(南容): 성은 남궁(南宮), 이름은 도(縚), 자는 자용(子容), 남용은 남궁자용(南宮子容)의 약(略).
6) 유도(有道): 질서가-길이-있다.
7) 불폐(不廢): 벼슬에 쓰임.
8) 형륙(刑戮): 형벌(刑罰)과 살육(殺戮). 법적(法的) 형벌(刑罰)이나 불법적(不法的)인 죽음이나…….
9) 형지자(兄之子): 이복형(異腹兄)인 맹피(孟皮)의 딸.
10) [참조] 「선진(先進)」편 (12)(5)절을 보라.
ㅡ
선생이 자천을 평하여 말하기를 “훌륭한 인물이다. 그 사람이야말 로! 이 나라에 훌륭한 인물이 없다면 전들 어디서 본을 받았을까!”
子 謂子賤 11) 君子哉 若 12) 人 魯無君子者 斯焉 13) 取斯 14)
자공이 묻기를 “저는 어떻습니까?” 선생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일까요?” “호련 같은 보물이지.”
子貢 問 曰賜 15) 也何如 子 曰女 16) 器也 曰何器也 曰瑚璉 17) 也 18)
어느 사람이 말하기를 “옹은 사람답기는 하지만 무뚝뚝합니다.”
선생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입술에 붙은 말로 지껄이면 미움받기 꼭 알맞지요.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或 曰雍 19) 也 仁而不佞 20) 子 曰焉用佞 禦人 21) 以口給 22) 屢憎於人 不 知其仁 焉用佞 23)
ㅡ
11) 자천(子賤): 성은 복(宓), 이름은 불제(不齊), 자는 자천(子賤), 공자의 제자.
12) 약(若): 같다[如(여)].
13) 언(焉): 어찌. 구(句)의 위에 있을 때는 의문사가 된다.
14) 사(斯): 위의 사(斯)는 사람이요, 아래 사(斯)는 군자의 학덕(學德).
[평설] 한 인간의 군자다운 학덕은 결코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현인을 존경하며 익우(益友)를 골라 사귈 줄 알아야 한다. 노나라에 있어서의 풍성한 군자군(君子群)도 부러운 사실이어니와 자천(子賤)의 존현취우(尊賢取友)하는 태도도 높이 평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5) 사(賜): 자공(子貢)의 이름.
16) 여(女): 여(汝). 너.
17) 호련(瑚璉): 제사 때 쓰는 玉으로 장식한 대그릇. 하⋅은시절부터 쓰는 고기(古器).
18) [평설] 호련(瑚璉)은 유용하고도[제사] 아름다운[식옥(飾玉)] 그릇이다. 그러므로 “쓸모 있는 인간은 외통수가 아니다[君子不器]”라 한 일편지기(一偏之器)라거나 “관중이란 인물은 그 그릇이 작다[管 仲之器小哉]”라 한 소기(小器)와는 구별되는 기(器)인 것이다. 자공은 스승 공자가 공야장⋅남용⋅ 자천 등을 평하는 말을 듣고 자신에 관하여 스승의 평을 듣고자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스승에게 묻는 자공의 적극적인 태도와 즉석에서 대답해줄 수 있는 스승의 이해는 사제 간의 밀도(密度)를 측량하기에 족하다. 자공은 항상 스승을 가까이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19) 옹(雍): 성은 염(冉), 이름은 옹(雍), 자는 중궁(仲弓), 백우(伯牛)의 일족(一族), 공자의 제자.
20) 녕(侫): 아낙네들처럼 날쌔게 말한다.
21) 어인(禦人): 사람을 응대한다.
22) 구급(口給): 말이 떨어질 새 없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23) [평설] 이렇듯 말재주란 쓸모 없는 재주에 속한다. 교언(巧言)도 인(仁) 되기 어려운데 하물며 편녕 (便侫)의 말재주가 군자의 미움을 받지 않겠는가? 설령 인(仁)의 경지는 허락하지 않았을망정 ‘말재주’쯤 달갑게 여기지 않을 옹(雍)임을 스승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스승 밑에 그 제자임을 알기에 넉넉하다.
ㅡ
선생이 칠조개를 벼슬 살게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선생이 기뻐하였다.
子 使漆雕開 24) 仕 對 曰吾斯之未能信 子說 25)
선생 “갈 길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 나를 따라올 자는 아마 유일 거야!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벙실벙실.
선생 “유는 나보다 용기가 있지. 머뭇머뭇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다.”
子 曰道不行 乘桴 26) 浮于海 從我者 其由 27) 與 子路 聞之 喜 子 曰由也 好勇過我 無所取材 28)
맹무백이 묻기를 “자로는 사람답게 되었습니까? 선생 “모르겠는데요.” 다시 물은즉, 선생 “제후국의 국방장관쯤 됨 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염구는 어떻습니까?” 선생 “구는 도지사나 국장쯤 됨 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은 어떻습니까?” 선생 “예복을 갖추고 외국 사신쯤 접대함 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孟武伯 29) 問 子路仁乎 子 曰不知也 又問 子 曰由也 千乘之國 可使治 其賦 30) 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 曰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31) 可使 爲之宰 32) 也 不知其仁也 赤 33) 也何如 子 曰赤也 束帶 34) 立於朝 可使與
賓客言也 不知其仁也 35)
ㅡ
25) 설(說): 기뻐하다[悅(열)].
[평설] 공자는 칠조개(漆雕開)의 재주와 식견이 벼슬살기에 넉넉한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開)
는 그가 그런 직책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자는 개(開)가 스스로 자신 있다 하지 않는 태도를 기쁘게 여겼던 것이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것은 교만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26) 부(桴): 작은 뗏목.
27) 유(由): 자로의 이름
28) [평설] 작은 뗏목을 타고 큰 바다를 건너는 것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자로는 앞뒤를 따질 겨를도 없이 공자의 뒤를 따르기로 결정하리라는 것을 공자(孔子)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자로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자로의 기쁨은 스승이 나를 알아준 데 대한 기쁨이다. 자로만이 현자인 것도 아니요, 오직 자로만 모험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제자임을 공자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9) 맹무백(孟武伯): 노나라 대부(「위정」 참조).
30) 부(賦): 재정(財政). 또는 군정(軍政).
31) 백승지가(百乘之家): 대부.
32) 재(宰): 주제(主制).
33) 적(赤): 성은 공서(公西), 이름은 적(赤), 자는 자화(子華). 공자의 제자.
34) 속대(束帶): 띠를 띤다 함은 조신(朝臣)이 예용(禮容)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35) [평설] 모두 일국(一國)의 신하로서 맡은 직책을 다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옹(雍)처럼 인(仁)의 경지는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인(仁)이란 가장 가까운 데에서 비롯하지만 그의 끝은 가장 먼 곳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ㅡ
선생이 자공더러 “너와 회와 누가 더 나을까?” 대답하기를 “제가 어찌 회를 당하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압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구요.” 선생 “그만 못하지. 나나 너나 그만 못하지!”
子 謂子貢 曰女與回 36) 也 孰 37) 愈 38) 對 曰賜 39) 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40) 賜也 聞一以知二 41) 子 曰弗如也 吾與女弗如 42) 也 43)
재여가 낮잠을 잔즉, 선생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재여 같은 애는 꾸짖기도 싫다.” 다시 이어서, 선생 “전에 나는 남의 말을 들으면 그대로 믿었는데, 인제 나는 남의 말을 듣고도 그 행동을 보아야 하겠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宰予晝寢 44) 子 曰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 45) 不可杇也 於予與 46) 何 誅 47) 子 曰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 改是 48)
선생 “나는 아직 강직한 사람을 못 만났다.” 어느 사람이 대답하기를 “신장은?” 선생 “장은 욕심꾸러기인데 어찌 강직할 수 있을까!”
子 曰吾未見剛者 或對 曰申棖 49) 子 曰棖也慾 焉得剛 50)
ㅡ
36) 회(回): 안연.
37) 숙(孰): 누구 숙.
38) 유(愈): 낫다[勝(승)].
39) 사(賜): 자공(子貢).
40) 문일이지십(聞一以知十): 하나를 들으면 전체[十(십)]를 안다.
41) 문일이지이(聞一以知二): 하나를 듣고서 일부분[二(이)]을 안다.
42) 불여(弗如): 안회(顔回) 같지 않다.
43) [평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학우(學友)끼리 시새움도 없이 현우(賢友)를 치켜세운 점이요, 다른 하나는 스승이 제자를 자기보다도 낫다고 칭찬해 준 점이다. 둘 다 범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점이리라.
44) 침(寢): 눕는다. 잠자는 것이 아니라 드러눕는다.
45) 장(牆): 벽.
46) 여(與): 어조사.
47) 주(誅): 책망(責望).
48) 개시(改是): 이전 태도를 고치다.
[평설] 낮에 비스듬히 드러눕기를 좋아하는 게으름뱅이 재여에 대한 공자의 꾸지람은 준열하다. 게으름뱅이는 썩은 나무나 더러운 담벼락같이 쓸모 없기 때문이다. 앞장에서 안회와 자공의 인물됨을 칭찬한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49) 신정(申棖): 성은 신(申), 이름은 장(棖). 그러나 그의 인물은 분명하지 않다. 정현(鄭玄)은 그가 공자의 제자라고 했으나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50) [평설] 욕(欲)과 강(剛)은 상반(相反)된다. 욕심이 있는 자는 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ㅡ
자공 “나는 남에게서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남에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 “사야. 너도 하기 어려운 일이야!”
子貢 曰我不欲人之加 51) 諸我 52) 也 吾 53) 亦欲無加諸人 子 曰賜也 非爾所及也 54)
자공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 만,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子貢 曰夫子之文章 55)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 56) 與天道 不可得而聞也 57)
자로는 전에 들었던 일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는, 더 듣게 될까 봐두려워하였다.
子路 有聞 58) 未之能行 唯恐有聞 59)
자공이 묻기를 “공문자에게 왜 ‘문’의 시호를 붙였습니까?”
선생 “민첩하면서 학문을 좋아하며, 손아래 사람에게도 곧잘 묻기에 ‘문’ 이라 한 게지.”
子貢 問 曰孔文子 60) 何以謂之文也 子 曰敏 61) 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 之文也 62)
선생이 자산을 평하여 말하기를 “그에게 인물다운 데가 네 가지 있었으니, 행실이 공손했고, 윗사람을 존경했고,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백성들을 올바르게 지도했느니라.”
子 謂子産 63) 有君子之道四焉 其行己 64) 也 恭 其事上也 敬 65) 其養民 66)也 惠 其使民 67) 也 義 68)
ㅡ
51) 가(加): 시(施).
52) 아(我): 피(彼)의 대(對).
53) 오(吾): 자칭(自稱).
54) [평설] 이는 오로지 서(恕)라 할 수 있다. 서(恕)란 가까이 있으면서도 힘든 일에 속한다. 자공이 이를 너무 손쉽게 생각하므로 공자는 쉽지 않음을 타이른 것이다. 서(恕)란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니 인(仁)은 서(恕)의 성과인 것이다.
55) 문장(文章): 시(詩)⋅서(書)⋅예(禮)⋅악(樂) 따위.
56) 성(性): 인성(人性) 57) [평설] 공자의 언행은 시(詩)나 예(禮)에 의한 인격의 도야와 윤리적 행동규범의 범위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는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철학적 원리에 대하여는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그 점이 도리어 공자학의 생신(生新)한 일면이 아닐 수 없다. [참조] 「자한(子罕)」편 (9)(1)절을 보라.
58) 문(聞): 교훈을 듣다.
59) [평설] 교훈을 들으면 곧장 실행해야 하는데 아직 실행하지 못한 채 또다시 듣게 되면 이중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또다시 듣게 될까 봐 두려워한 것이다. 윤리적 실행을 중요시한 말이다.
60) 공문자(孔文子): 성은 공(孔), 이름은 어(圉) 또는 중숙어(仲叔圉), 문(文)은 그의 시호. 위(衛)나라 대부. 학문은 좋아했으나 그리 좋은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61) 민(敏): 행동이나 재질(才質)이 빠르다.
62) [평설] 공숙어(孔叔圉)는 악인인데 문(文)의 시호를 얻었기 때문에 자공은 아리송하여 스승에게 물었던 것이다. 공자도 직언하기가 어려우므로-대부(大夫)이기 때문에-시법(諡法)만을 들어 옳고 그름은 듣는 자의 판단에 맡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공어(孔圉)는 친구의 아내를 뺏어 아내로 삼은 인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3) 자산(子産): 정(鄭)나라 대부(大夫) 공손교(公孫僑)다. 정(鄭)나라 목공(穆公)의 손자. 자미(子美)라고도 한다. 성자(成子)는 그의 시호. 훌륭한 정치가로 유명하다.
64) 행기(行己): 자기 행동.
65) 공(恭): 근신(謹愼). 경(敬): 성경(誠敬), 전자는 향내적(向內的)이오 후자는 향외적(向外的)이다.
66) 양민(養民): 인민생활을 지도한다.
67) 사민(使民): 인민(人民)의 근로(勤勞) 동원.
68) [평설] 행기사상(行己事上)은 수기요, 양민사민(養民使民)은 치인이니 자산(子産)은 수기치인의 전덕(全德)을 갖춘 자라 할 수 있다.
ㅡ
선생 “안평중은 남들과 곧잘 사귀는데 오랠수록 더욱 존경하였다.”
子 曰晏平仲 69) 善與人交 久而敬之 70)
선생 “장문중은 점치는 거북을 보관하고, 묘당 기둥에는 산도 새기고 마름도 그리니 어디가 슬기롭다는 것인지 모르지!”
子 曰臧文仲 71) 居 72) 蔡 73) 山節 74) 藻梲 75) 何如其知也 76)
자장이 묻기를 “총리 자문은 세 번 총리가 되었어도 우쭐거리지 않았고, 세 번 그만둘 때도 뿌루퉁하지 않았습니다. 전 총리의 사무는 꼭 새 총리에게 인계하곤 하였으니, 어떤가요?” 선생 “충실한 사람이다.”
“사람구실을 다한 분인가요?” “글쎄 사람구실을 다했다고야 하겠니!”
“최자가 제나라 주군을 죽이니, 진문자는 망아지 사십 필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다른 나라로 가서는 ‘마치 우리 나라 대부 최자 같군!’ 하고 떠났으며, 또 다른 나라로 가서도 ‘마치 우리 나라 대부 최자 같군!’ 하고 떠나 버리니 어떤가요?” 선생 “청렴한 사람이다. “사람구실을 다한 분인가요?” “글쎄, 사람구실을 다했다고야 하겠니!”
子張 問 曰令尹 77) 子文 78) 三仕爲令尹 無喜色 三已之 無慍 79) 色 舊令尹 之政 必以告新令尹 何如 子 曰忠 80) 矣 曰仁矣乎 曰未知 焉得仁 崔子 81)
弑齊君 82) 陳文子 83) 有馬十乘 棄而違之 84) 至於他邦 則 曰猶吾大夫崔子 也 違之 之一邦 則又曰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何如 子 曰淸 85) 矣 曰仁矣 乎 曰未知 焉得仁 86)
ㅡ
69) 안평중(晏平仲): 성은 안(晏), 이름은 영(嬰), 자는 중(仲), 시호는 평(平). 제(齊)나라 대부. 안자(晏 子)로도 불리운다.
70) [평설] 벗과 사귈 적에는 항상 존경하는 태도를 잃지 않아야 오랠 수 있는 것이다. 친할수록 무람없이 굴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71) 장문중(臧文仲): 성은 장손(臧孫), 이름은 진(辰), 시호는 문(文). 자는 중(仲)으로서 노나라 대부.
72) 거(居): 감춘다[藏(장)].
73) 채(蔡): 채국군(蔡國君)의 수구(守龜)-점칠 때 쓴다-는 채지(蔡地)에서 나왔으므로 채(蔡)는 수구를 뜻한다.
74) 산절(山節): 기둥 윗마디에 산(山)을 조각함.
75) 조탈(藻梲): 동자 기둥 위에 조문(藻文)을 그림.
76) [평설] 거채(居蔡)는 국군(國君)의 일이요, 산절(山節) 조절(藻梲)도 천자의 묘식(廟飾)이니 장문중(臧文 仲)의 짓은 참월(僭越)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를 모르는-부지례(不知禮)-사람이 아닐 수 없다.
77) 영윤(令尹): 벼슬 이름. 상경(上卿) 집정관(執政官). 곧 총리.
78) 자문(子文): 성은 투(鬪), 이름은 곡어토(穀於菟), 자는 자문(子文). 초(楚)나라 사람이다.
79) 온(慍): 불평(不平).
80) 충(忠): 충심으로 사람을 섬기다.
81) 최자(崔子): 성은 최(崔), 이름은 저(杼), 제(齊)나라 대부. 시호는 무(武).
82) 제군(齊君): 제(齊)나라 장공(莊公).
83) 진문자(陳文子): 성은 진(陳) 또는 전(田), 이름은 수무(須無), 시호는 문(文). 제(齊)나라 대부.
84) 위지(違之): 그 나라를 떠나다.
85) 청(淸): 자신이 깨끗하므로 더러운 티가 없다.
86) [평설] 제아무리 충(忠)하고 청(淸)하더라도 공자는 좀처럼 인(仁)의 경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인 (仁)이란 충(忠)과 청(淸)의 결과로서 온 세상이 그의 혜택을 골고루 입게 됨으로써 비로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ㅡ
계문자는 세 번 곱씹어 생각한 뒤라야 실행에 옮긴다. 선생이 이를 듣고 “두 번도 좋지!”
季文子 87) 三思 88) 而後行 子 聞之 曰再斯可矣 89)
선생 “영무자는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는 슬기롭고, 난세가 되면 놈팡이 같은 짓을 한다. 그이처럼 슬기로운 일은 함 직하지만 놈팡이 같은 짓은 흉내 낼 수가 없군.”
子 曰甯武子 90)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91)
선생이 진나라에서 “돌아가자. 돌아가자. 우리네 젊은이들은 미칠듯 날뛰며, 멋대로 고집도 부리고, 아롱이 다롱이 문채는 빛나지만, 아직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지 않느냐.”
子 在陳 92) 曰歸與 歸與 吾黨之小子狂 93) 簡 94) 裴然 95) 成章 96) 不知所以裁 97) 之 98)
선생 “백이 숙제는 원한을 품지 않지. 그러기에 원망을 사지 않는다.”
子 曰伯夷叔齊 99) 不念 100) 舊惡 怨是用 101) 希 102)
ㅡ
87) 계문자(季文子): 계손씨(季孫氏)의 제삼대(第三代). 이름 행보(行父) 시호는 문자(文子). 노나라 대부.
88) 삼사(三思): 숙고(熟考), 깊이 생각함.
89) [평설] 깊이 생각하는 것이-삼사(三思)-왜 나쁘랴. 하기 어려우므로 두 번이라도 좋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로는 우유부단(優柔不斷)하여 과단성이 부족한 자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90) 녕무자(甯武子): 성은 녕(甯), 이름은 유(兪), 시호는 무(武). 위(衛)나라 대부. 국난을 당하여 “망신
모난(忘身冒難)”하니 놈팡이[愚(우)] 같으나 흉내 내기 어려운 놈팡이 짓이다.
91) [평설] 어리석음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첫째, 슬기[知(지)]의 반대인 어리석음이요, 둘째, 거짓 어리석은 체하는 어리석음[佯愚(양우)]이요, 셋째,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어리석음이다. 영무자(寗 武子)가 목숨을 돌보지 않고 국난에 당한 것은 제3의 어리석음에 속하는 것이다.
92) 진(陳): 나라 이름. 유우(有虞)[舜(순)]씨(氏)의 후예.
93) 광(狂): 조급하다. 진취적인 모습.
94) 간(簡): 간략하다. 하지 않는 고집이 있는 모습이다.
95) 비연(裴然): 빛이 나다.
96) 성장(成章): 짜여진 무늬.
97) 재(裁): 옷을 만들다.
98) [평설] 공자 제자들의 공부는 비단처럼 빛나지만 아직 그 감은 옷이 되지 않았으므로 공자는 그들의 덕의 완성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완전을 목표로 하는 공자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99) 백이숙제(伯夷叔齊): 은말주초(殷末周初) 고죽국(孤竹國)의 공자(公子). 백이(伯夷)는 형(兄)이요, 숙
제(叔齊)는 아우. 은나라가 망한 후 수양산하(首陽山下)에서 ‘고사리를 캐어먹다 굶어죽은[采薇而餓 死]’ 성지청자(聖之淸者)였었다.
100) 염(念): 가슴 깊이 품는다.
101) 용(用): 이(以).
102) 희(希): 미(微). 기희(幾希). 거의 없다.
[평설] 부모 형제 간에 원한을 사지 않았다. 백이⋅숙제는 망명하였으니 타인과의 원한 관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ㅡ
선생 “누가 미생고더러 정직하다 하는고. 어느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온즉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는데…….”
子 曰孰謂微生高 103) 直 或乞醯 104) 焉 乞諸其隣而與之 105)
선생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 굽실굽실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원한을 품은 채 친
구인 체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子 曰巧言令色 足 106) 恭 左丘明 107) 恥之 丘 108) 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 丘明恥之 丘亦恥之 109)
안연과 계로가 선생을 모시고 있을 때 “너희들 소원을 한 번 말해 보련?” 자로 “수레나 망아지나 예복이나 가벼운 가죽옷들을 친구들과 함께 쓰다가 부수어지더라도 나는 서운할 것 없습니다.” 안연 “잘한 것을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남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도 않습니 다.” 자로 “선생님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선생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들과는 신의로 맺고, 어린 이들이 따르도록 하련다.”
顔淵 110) 季路 111) 侍 子 曰盍 112) 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裘 113) 與 朋友共 敝 114) 之而無憾 115) 顔淵 曰願無伐 116) 善 無施 117) 勞 子路 曰願
聞子之志 子 曰老者安之 118) 朋友信之 少者懷 119) 之 120)
선생 “할 수 없구나! 나는 아직 제 허물을 알면서 제 자신이 이를 이겨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거든.”
子 曰已 121) 矣乎 吾未見 能見其過 而內自訟 122) 者也 123)
선생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子 曰十室 124) 之邑 125)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126)
ㅡ
103) 미생고(微生高): 성은 미생(微生) 또는 미생(尾生), 이름은 고(高). 노나라 사람으로 고지식했던 사람이다.
104) 혜(醯): 식초 혜.
105) [평설] 제게 없으면 없다고 할 일이지 남의 것을 얻어다가 제 생색을 내려는 것은 위선인 것이다.
필시 그는 남의 것을 빌릴 때 남을 주려고 하면서 ‘내가 쓴다’ 했거나 ‘내가 쓰는 체’ 했거나 다거짓을 범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06) 족(足): 지나치다.
107) 좌구명(左丘明): 공자의 존경을 받던 인물이지만 그의 이력은 명확하지 않다. ≷좌씨춘추(左氏春秋)≸의
작자(作者)인 듯. 성은 좌구(左丘)와 좌(左)의 두 설이 있는데 좌(左)인 듯. 그러면 이름은 구명(丘明)이 된다.
108) 구(丘): “구역(丘亦)”의 구(丘)는 공자의 이름.
109) [평설] 속과 겉이 다른 위선은 진실과 위배되기 때문에 공자는 ‘하는 체’한다거나 ‘잘난 척’하는
따위의 짓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순직해야 할 것이다.
110) 안연(顔淵): 안회(顔回). 안자(顔子).
111) 계노(季路): 자로(子路).
112) 합(盍): 어찌 아니할 합.
113) 구(裘): 털가죽옷 구.
114) 폐(敝): 헤어질 폐.
115) 감(憾): 서운하다.
116) 벌(伐): 자랑한다.
117) 시(施): 수고를 끼친다.
118) 안(安): 안녕(安寧). 봉양하기 때문이다.
119) 회(懷): 품 안으로 감싸주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120) [평설] 사제 간의 격의 없는 대화를 엿볼 수 있다. 동시에 세 사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흥미롭
다. 남을 흉내 내지 않는 진실된 ‘나’를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121) 이(已): 끝. 그만.
122) 송(訟): 적대(敵對)하는 싸움. 내자송(內自訟): 나 안에서의 싸움.
123) [평설] 인간이란 선과 악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그것을 도심과 인심이라기도 하고 천명과 인욕 이라기도 한다. 극기란 전자가 후자를 극복하는 경우인 것이다.
124) 십실(十室): 오가(五家)가 일린(一隣)이니 이린(二隣)이면 십실(十室)이다. 작은 고을이다.
125) 읍(邑): 사람이 모여 사는 곳.
126) [평설] 충신(忠信)쯤이야 작은 고을일망정 어디에나 있겠지만 호학(好學)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
다는 것이다. 겨우 안회 정도 허락했으니 더욱 그러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