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이 뇌사 환자에게 이식돼 10일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에서 돼지 신장과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중국 연구진이 돼지 간을 이식해 인간의 간을 대체하는 데도 성공했다.
21일(현지시각) 신화통신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 공군의과대학 시징병원 의료진은 지난 10일 9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돼지 간을 뇌사 환자인 50대 남성에게 이식했다. 10일이 지난 20일 현재 이식된 간은 담즙 분비 등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인간에게 돼지 간이 이식된 첫 사례다.
타오카이산 간담도외과 과장은 “이식된 간이 담즙 분비, 혈액 공급, 병리학적 결과가 팀의 기대를 뛰어넘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두케펑 교수는 “이번 사례를 통해 돼지의 간이 인간의 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이는 이종 이식의 중요한 돌파구이자 이종 간 이식의 임상적 적용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식을 받은 환자는 세 번의 평가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심각한 뇌 손상 환자였으며, 가족은 의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기로 동의했다. 간 이식에 사용된 유전자 변형 돼지는 청두 소재 유전자기술 회사 클로노건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제공했으며, 6번의 유전자 변형을 거친 23kg의 의료용 돼지의 700g짜리 간이 수술에 사용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항원 3개를 제거하고 이를 인간 단백질 3개로 대체했다. 수술 중 이식된 간은 혈류가 회복된 직후 담즙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환자에게서 초급성 거부반응이 관찰되지 않았고 수술 후 96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작동했다. 다만 신장과 심장에 비해 간은 합성, 분해, 응고, 해독, 면역 등을 담당하며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 기능이 더 복잡한 탓에 돼지 간은 현재로서는 인간의 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종 이식 면역학자인 데이비드 쿠퍼는 “중국의 연구가 돼지 간 이식이 단 며칠이라도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