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앞 두 목소리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확정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의 모습. 사람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각각 탄핵 찬성과 반대 팻말을 들었다. /김지호 기자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의 방향을 결정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직접 판단할지, 군경 관계자들의 흔들린 증언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 당사자가 부인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다.
헌재는 앞서 비상계엄 선포 요건 위반, 포고령의 위헌·위법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시도, 정치인 체포 지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등 5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정리했는데,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된 쟁점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변론 내내 논란이 된 세 가지 쟁점에 대해 헌재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란죄 철회 여부, 탄핵 여부 가를 것”
내란죄 철회 논란은 국회 측이 변론 준비 기일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재판이 오래 걸리고 입증이 어려운 형법상 내란죄는 생략하고 헌법 위반 문제만 판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는 탄핵소추서의 80%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각하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헌재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이후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때까지 헌재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 평의가 한 달 넘게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란죄 여부가 선고 내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따져보려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군 투입에 ‘국헌 문란’ 목적이 있었는지, 당시 상황이 ‘폭동’에 해당하는지 등을 꼼꼼히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재판에서 나온 증거와 정황만으로는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내란죄가 무죄로 판단된다면, 비상계엄 선포 요건 위반 등 나머지 탄핵 사유만으로 대통령을 파면하기는 어렵다.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헌재가 윤 대통령의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인정하고 내란죄를 유죄로 판단해 파면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측 주장대로 내란죄를 철회하고 헌법 위반만 따져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락가락 증언들, 어디까지 인정할까
헌재가 11차례의 탄핵 심판 변론에서 드러난 내란 관련 핵심 증언과 증거들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은 없다. ‘인원’으로 기억한다”고 말을 바꿨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이 작성했다는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도 신빙성 논란에 휩싸였다. 홍 전 차장은 헌재에 두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메모 작성 장소와 시점, 경위에 관한 진술을 번복했다.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의원 끌어내라’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모두 흔들린 것이다.
한 헌법학자는 “초시계까지 동원해 탄핵 심판을 졸속 진행한 탓에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나 정치인 체포 등 지시를 했는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재판관들마다 엇갈리는 증언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곽 전 사령관 등의 증언이 사실로 인정될수록 탄핵 인용 확률은 높아진다.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은 인용된다.
◇검찰 조서, 탄핵 증거로 쓸까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 문제도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난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부인한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군 지휘부는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서와 공소장 내용을 부인했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증거와 근거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탄핵 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닌 헌법 심판”이라며 형사소송법과 별개로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 확립된 선례이고, 당사자가 검찰 조사 때 서명·날인했다면 정당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서의 증거 능력은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지, 재판관들이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인 강일원 전 재판관은 최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증거 능력이 제한된 현행법하에서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 조사는 과거보다 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법리와 증거 능력을 엄격하게 따지는 재판관들은 검찰 조서를 함부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서가 증거에서 빠지면 윤 대통령 탄핵 여부는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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