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MAGA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간 정상 회담은 마치 부켈레의 원맨쇼와 같았다. 2019년 당선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부켈레는 그가 펼친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 덕분에 트럼프가 주창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정상 중 한 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일가와도 가까운 편인데 이날 불법 이민자 추방,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폐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운동경기 참여, CNN 같은 주류 언론의 ‘왜곡’ 보도 등과 관련해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 하며 웃음과 감탄을 자아냈다. 폴리티코는 “두 지도자의 브로맨스가 멈출 기미가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부켈레는 ‘교도소 아웃소싱’을 주문받아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테러범이나 남미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해 쫓아낸 이들을 자국의 악명 높은 교도소인 이른바 ‘세코트(CECOT·테러범수용센터)’에 수용했다. 부켈레는 이날 행정 오류로 부당하게 추방된 일부 이민자를 미국에 돌려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질문이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내가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느냐.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질문은 CNN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케이틀린 콜린스가 했는데, 트럼프가 모두에 “CNN은 만날 틀리기 때문에 먼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직후라 부켈레가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면박을 준 것이다.
부켈레는 회담 내내 트럼프를 웃게 만들었다. 취임 후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운동경기 참여를 금지시킨 트럼프가 “당신네들은 남성이 여성부 경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냐”고 묻자 “그건 폭력”이라고 했다. 엘살바도르 내각 구성원 상당수가 여성인데 트럼프를 향해서는 “모두 각자의 능력으로 장관직에까지 오른 사람들”이라며 “절대 DEI에 따른 채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압권은 언론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부켈레는 국경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트럼프에게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불법 이민의 95%가 감소했는데 왜 그 수치가 언론에 나오지 않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으로 “CNN은 우리 나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좋은 수치를 내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는 한때 ‘세계 살인 수도’라 불릴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았지만 부켈레 취임 후 군대까지 동원하는 강경책을 편 결과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부켈레는 “우리는 미국의 범죄, 테러 문제를 돕고 싶다”며 “사람들은 내가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뒀다고 말하는데 다르게 말하면 수백만(의 일반 시민)을 해방시킨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아주 좋다” “누가 그런 대사를 써줬냐” “내가 좀 사용해도 되냐”고 말해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 배석자들이 크게 웃었다. 트럼프는 또 “당신과 함께 일하게 돼 감사하다”며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는 멋진 대통령이 있다. 매우 젊었을 때부터 알았는데 (아직도) 10대처럼 보인다”고 했다.
14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