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술과 달을 읊조린 낭만의 시인 이태백, 호방한 기질로 시세계를
종횡무진한 그이는 과연 천재인가,
광인인가.
'한 말의 술이 있으면 시 백 편을 짓'고, '붓 한 번 휘두르면 風雨가 벌벌 떨고, 시 한 편 읊조리면 귀신도 엉엉
운다'는 이태백은 詩仙이라고 극찬 갈채를 받았으나, 민간에서는 詩仙 보다 酒仙이라고 더 친밀히 불리웠다.
李白은 우리나라에서도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민요로 잘 알려진 절세의 인물이다. 이 민요는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을 손으로 건지려다 빠져 죽었다는 전설 같은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이태백의 名詩 "파월문월(把月問月)"은 '술잔 잡고
달에 묻다'는 말로, 술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역력히 엿볼 수 있다.
저 하늘의 달님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술잔 들고 달에
묻는다./
사람은 저 밝은 달에 오를
수 없건만,/
달은 사람 가는 대로
따라오네./
// <중략>...//
흐르는 물과 같이 옛사람은
사라졌지만,/
오늘 보는 달은 변함
없다네./
오직 바라건대
노래하며 술을 들 제,/
언제나 그 잔 속에 달빛이
담겨지기를./
이태백은 이 시에서 술과 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 목청껏 읊는다. 달을 손으로 잡으려다
물 속에 빠져 죽었다는, 낭만적인 전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가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가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태백은
시름많은 인생을 향긋한 술로 다
털어버린다면 이아니 즐겁겠냐고
노래했다.
이제
궁벽한 고장으로 유배간 이태백이 매일
술로 시름을 달래며 시를 읊조리는 광경을 잠간 그려보자.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몸을 닦고, 뜻을 얻으면 천하를 구한다고 한다. 정치에 등용되길 바라던
이태백은 번번히 실패하고 술로 시름을 위로하며 불우한 심정을 달랬다. 일찍부터 도교의 영향을 받아 아미산(峨眉山)에 올라 도사들과
왕래하는 등 신선사상의 영향도 받았다. 이런 생활을 통해 다양한 문학적 소재로 시를 왕성하게 창작하였다. 그는 초사와 악부민가의 전통을 계승하여
풍부한 상상력, 자유로운 형식, 생동적인 언어와 참신한 표현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형성하였다. 전하는데 의하면 이백의 시 대부분은 술을 먹고
지은 것이라 한다.
이백은 정치적 좌절로 유배를 하는 동안, 나그네의 방랑과 고통의 심정을 술로 달래며 매일같이
산천경개와 더불어 울분을 풀었다. 찾아오는 벗
하나 없는 술상에 달과 그림자 뿐인데, 수심을
달래며 시를 읊노라면 창 밖의 새들이 어서 술 들라고 재촉한다. 그래서
잔 잡고 시를 읊는 사이 뉘엿뉘엿 석양이 저물고, 하늘이 문 닫아걸면 몸은 어느새 거나해져 빈 술병을 베고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다.
전해오는 이태백의 시 1000여 수 가운데 술을 읊은 시가 많은 양을 차지한다. 그 내용 역시 애주가(愛酒家)로서의 애착을 잘 보이고
있다. 식사 도중 갑자기 흥이 나면 반주를 일 배, 부일 배로 거푸 술잔을 비우며
과음(過飮)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순(耳順) 나이에
이미 세상일에 관심 없고, 오로지 술잔만 보면 군침을 꼴깍 삼킨다. 공연히 싱숭생숭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취해 쓰러져 자다가 술이 깨면 또다시 일어나서 남은 술을 마저 비우고
잠들다가, 새벽닭 우는 소리에 벌떡 깨어 난다. 그러면 온 산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새벽 한기가 몸을 차갑게 굴면 화로(火爐)에 가까이 하고 술병부터 슬슬 데친다.
그의 시에는 홀로 앉아 술 먹는 장면을 자주 묘사한다. 술을 즐기는 마음의 솔직한
고백이다. 때론 읽는 이가 웃음이 절로 짓게 한다. 또한 정도에 지나친 측면도 엿보인다. 주량이 억병인 이태백이
아닌 현대인들은 그이의 술버릇을
경계해야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던가.
끝으로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를 감상해 보자.
花下一壺酒(화하일호주) 꽃 아래
호로병의 술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아는 이 없어
홀로 마시네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 바라보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까지 셋이로구나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달은 본디
술 못하지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날 졸졸 따르네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달과 그림자와
잠시 벗하며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봄과 어울려
즐기네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 노래에 달이 멈칫하고
我舞影凌亂(아무영능란) 내 춤에
그림자도 신났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멀쩡할 뗀 서로
즐기지만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하면 제각기
헤어지네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정이 헤프면 오래 못가니
相期邈雲寒(상기막운한) 은하수와 만남을
약속하네
岳岩 執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