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발 속으로
한 여인 다가온다
하늘땅 뒤덮은 눈에
온통 은백색 세계다
거센 퍼덕임이
이마를 통해
폐부로 쏟아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람이 경련 일으킨다.
주변을 맴돌던
가벼운 먼지들이
꽃이 되고 잎이 된다
사소한 감정의 소모는
길게 뻗은 줄기가 된다
투명함에 색갈이 채워지면
얼음위에 눈빛이 더해지면
나무 위를 비껴 내리는 햇빛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꿈을 잔뜩 꾸게 된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세월은 소리치며 가고
여인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러니까
다른 이도 아닌
투명한 흰옷 입은
그 여인만이...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