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BENZ E 450 Cabriolet 늘 벤츠의 저력이 궁금했다. 두 발 앞서는 기술력, 장황한 역사, 수려한 디자인 등 갖가지 이유가 떠올랐지만 우선순위를 흔쾌히 고르지 못했다. 하지만 연달아 출시되는 신모델에서 은밀히 감춰진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SUV, 전기차, 스포츠카 로 장르가 나뉘어도 공유하는 우미한 기질. 이는 곧 ‘벤츠스러운’이라는 고유한 표현으로 귀결됐다. E 450 카브레올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리모컨을 통해 20초에 걸쳐 소프트톱을 여는 동작은 기계적인 거동보단 개화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보랏빛 앰비언트 라이트를 점등하며 야간 주행 준비를 마치자 차체 안으로 만발한 꽃향이 별빛처럼 흘러들었다.
AUDI A5 Cabriolet 소프트톱의 약점은 소음이다. 바람 가르는 소리와 외부의 잡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브랜드에서 소프트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게 감소와 차가운 금속으로 제조한 자동차의 물성을 직물의 포근한 특질이 상쇄하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소프트톱의 맹점을 집요하게 개선해왔다. 가볍고도 두툼한 폴리우레탄 스펀지를 사용해 소음 유입을 차단하고, 루프 라인의 구조를 세밀히 분석해 풍절음을 최소치로 낮췄다. 단점을 차근차근 휘발시킨 끝에 지금의 A5 카브리올레가 완성됐다. 지붕을 열어젖히면 파고드는 밤의 소리와 공기. 잔잔하게 달리던 A5 카브레올레의 내부를 개방하는 날은 그래서 생경하지만 각별하다.
JEEP Wrangler Rubicon Power Top 랭글러는 그냥 랭글러다. 일정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다. 도심형 SUV라는 새로운 개념이 초래한 풍파 속에서도 동화되지 않고 오프로더의 거의 유일한 적장자로 남았다. 루프 개폐 방식도 다른 컨버터블에 통용된 잣대를 들이밀 수 없다. 공구를 활용해 무거운 지붕을 통째로 탈거하는 랭글러만의 방식을 오랫동안 견지했다. 지프가 처음으로 전동형 개폐 방식을 도입한 랭글러를 제작했다. 하늘을 가렸던 천장이 스르르 열려 렌치를 들고 진땀을 뺄 필요가 없다. 30년 넘게 고수한 방식을 고려하면 탈선일 수 있지만, 이런 일탈이라면 반갑기만 하다. 루프 하나에 정체성이 전복되진 않을 테니까. 랭글러는 아직 랭글러다.
BMW Z4 20i BMW의 2인승 로드스터 Z4의 Z는 미래를 뜻하는 독일어 ‘Zukunft’에서 유래했다. 넓은 모델 라인업을 갖춘 BMW 중에서도 실험적인 디자인은 언제나 Z4의 차지였다. 콘셉트카를 통해 제시한 도전적인 모습도 거의 변하지 않고 현실 속의 Z4로 연결됐다. Z4가 흥미로운 연유는 단지 익스테리어 때문만이 아니다. 화려한 외관과는 반대로 단호하게 절제한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날 선 조향감과 후륜 구동의 쾌감에만 집중하라는 듯, 간략한 구성으로 BMW의 본심을 표현한다. 하드톱에서 소프트톱으로 변경한 이유 역시 구조적 간결성을 위한 조치였다. BMW의 지향점은 이렇게 Z4와 중첩되어 있다. | GQ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