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낮추고 금리 내리고… 은행들의 태세전환
글: 최유경
국민, 전세대출 금리 최대 0.55%p↓
우리·농협, 마통 한도 2~3억 복원
대출수요 줄자 위기감… 尹 공약 예대금리차 공시도 부담
줄자 위기감… 尹 공약 예대금리차 공시도 부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도미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대출 수요가 줄자 경쟁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늘리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예대금리차 공시제를 의식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4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하한다. 지난달 7일 한시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0.1~0.2%p 낮췄는데 연장단계서 인하폭을 늘렸다.
국민은행은 5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상품 금리를 0.15%p, 고정형(혼합형)은 0.45%p 낮춘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기존 3.56~5.06%에서 3.41~4.91%로 낮아진다. 또 고정금리는 4.01~5.51%에서 3.56~5.06%로 조정된다.
대표 전세자금대출인 KB전세안심대출 경우는 최대 0.55%p 낮아진다.기존 3.72~4.92%에서 3.17~4.37%로 크게 인하된다.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대출문을 활짝 열고 있다.
신한은행은 2월 전세대출과 주담대 금리를 각각 0.1%p씩 내렸고 지난달 25일엔 전세대출 금리를 0.1%p 추가로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하나원큐신용대출 가산금리를 0.2%p 내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전세대출 상품 및 주택 담보대출에 연 0.2%p의 신규대출 특별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직장인은 연소득 범위내에서 2억원, 전문직은 3억원까지 복원했다.
농협은행 역시 올들어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일제히 0.5%p 확대했다. 2000만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신용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까지 끌어올렸고 집단대출도 재개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24일 중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각각 0.5%p, 0.2%p 하향 조정했다.
은행들의 이러한 금리인하 기류는 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대출 수요 급감이 자리하고 있다. 대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3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2조7436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신규 대출을 늘리기보단 기존 대출을 줄여나가는 차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일부에선 은행권의 경쟁적인 대출영업이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예금과 대출 간 금리 격차인 예대금리차 공시제를 예고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예대마진은 2.27%p로 2019년 6월(2.28%p) 이후 2년 8개월 만에 격차가 가장 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상황서 은행들은 미리 예대금리차를 줄여놓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