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소설집 ‘까마귀 클럽’의 표제작은 이런 모집 공고로 시작한다. 화내기가 배운다고 잘되는 걸까. 작가는 이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화는 내 버릇 해야 필요할 때 낼 수 있다”는 클럽장의 말을 들려준다.
이를 믿고 모인 사람들은 사뭇 진지하게 분노를 연습한다. 둘씩 짝지어 화내는 역할극을 하고, 서로 피드백한다. ‘죄송해요’ ‘감사해요’ ‘괜찮으세요?’ 이 세 가지 금기어를 말하면 벌금을 걷는다. 화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고 화낼 사람들의 모임’이란 목표는 점점 한계를 드러낸다. 이들은 “우리끼리는 딱 보면 다 안다”며 자기소개와 얼굴만 보고도 서로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내는 것과 달리 믿는 것까지 연습하긴 무리였다. 화자가 정말로 상대를 믿고 진짜처럼 화냈을 땐 모임에서 쫓겨나고 만다.
어쩌면 까마귀 클럽 사람들은 사실 분노가 아닌 이해받는 법을 연습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클럽장은 “길조와 흉조로 동시에 불리는 까마귀처럼 화를 못 내는 사람들은 ‘성격이 좋다’거나 ‘이상하다’는 말을 동시에 듣는다”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어느 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이번 첫 소설집에 ‘까마귀 클럽’을 비롯해 8편을 묶었다. 하나같이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실은 있는데’라는 구절이 제목 앞쪽에서 생략된 것만 같은 단편 ‘없는 사람’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이해 못 하겠으면 오해라도 해라”라고 외친다. 이런 식으로라도 이해받고픈 사람이 소설에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까마귀 클럽장의 “세상에 화 하나 제대로 못 내는 등신들 천지삐까리”란 말에 뜨끔해지는 이유다. | 북스 문화·라이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