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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한일 관계 낳은 결정적 장면, 1952년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 <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 >( 김영호 외 )&nbsp; ⓒ 메디치미디어

 

: 이대희

[프레시안 books]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

 

지난 28일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 70주년이다. 1952428일 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일본 점령 통치가 끝나고 일본의 주권이 일본 국민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가 마무리됐다.

 

당초 GHQ의 점령 정치가 이처럼 일찍 끝나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강력한 생산력과 군사력, 폭력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일본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농본 국가로 만들고, 산업 생산 경쟁력을 없애고자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이 변화한 계기가 한국전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피()와 아()가 급격히 뒤바뀌었다. 어제 미국의 동지였던 소련과 중국이 공산진영으로 갈라졌다. 김일성의 야욕이 불러일으킨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구조화하기 시작한 냉전 체제의 첫 대리전이었다.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세계가 다시 둘로 쪼개지자, 미국은 일본의 힘을 빠른 시간 안에 길러 공산진영의 확산에 맞설 기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일본을 미국의 강력한 하위 동맹으로 만들어 공산세력의 확장을 저지하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비참한 패전국으로 전락했던 일본은 '전쟁 특수'에 힘입어 1960년대에 이미 세계적 경제강국으로 재부상했다. 한국전쟁이 일본을 구했다는 평가가 나온 까닭이다. 전쟁 특수에 힘입은 산업강국으로 일본이 부활한 근거가 샌프란시스코 조약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조약은 한국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이 조약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까닭이다.

 

'동아시아 냉전과 식민지·전쟁범죄의 청산'이라는 부제가 붙은 신간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김영호 외, 메디치미디어)는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는 물론, 지난 70년간 동아시아 질서를 만든 핵심적 국면인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후를 '샌프란시스코 체제'로 명명하고, 그 의미를 되짚은 책이다.

 

동아시아 냉전을 연구한 세계적 석학들이 모두 모여 역사, , 국제조약, 국제정치 등 여러 차원에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의의를 짚고, 그 문제를 서술했다.

 

저자들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출발부터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조약의 목표는 전쟁(2차 세계대전)의 결산이었으나, 정작 전쟁의 핵심 당사자이자 연합국의 중요 동맹이었던 중국은 중화민국이나 중화인민공화국 어느 쪽도 협정에 초대받지 못했다.

 

역시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소련은 조약의 내용과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서명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일제 침략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 역시 협정에 초대받지 못했다. 일본과 영국 등이 반대한 결과다. 이에 따라 협정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세계를 가르는 기준이 제국주의/자유주의에서 공산주의/자본주의로 변화한 결과였다.

 

이처럼 급박한 '동맹의 역전'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일본은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보상 문제와 이를 둘러싼 공방, 아직 진행 중인 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더 극심해지는 일본의 극우주의를 낳은 원인이 샌프란시스코 체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만이 피해자는 아니다. 한국과 함께 일본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인 중국 역시 일본의 책임을 묻고 배상을 요구할 기회를 일방적으로 잃었다. 이처럼 피해 당사자는 참여하지도 못한 협정이 만든 조약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고, 이제 한국과 중국은 마지못해 이 조약을 지켜야만 하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극복의 대상이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원인이다.

 

책은 이처럼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현실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데도 "이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우리 사회는 아직 한 번도 정면으로,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를 본격적으로 다룰 필요가 책을 낳았다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본격적으로 팽창한 기원을 다뤄야만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은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청일전쟁 시기부터 을사늑약, 한국전쟁, 전후 성장 시기를 거쳐 최근 일본 오키나와의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 문제, 한국의 위안부 및 징용자 소송 문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르기까지 넓고 깊게 현대 세계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규정한다.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중요성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책이 이제야 나왔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마침 불행히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7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한 연원을 뒤늦게라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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