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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의 불편한 진실

디지털 전환 시대, 디지털화 전략에서 실행까지(Digital Transformation)
 
 
글 : 정성훈 강원대 지리교육과·지역산학협력학과 교수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적 파기
 
디지털 전환의 시작

21세기에 인류는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는 DX 시대와 이전 시대의 분기점을 마련해 주었고, 이로 인해서 우리는 '정보 전자화(digitalization) 시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시대'와 'DX 시대' 간 차별성을 파악하고, 그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즉, 정보 전자화시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동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디지털화 시대는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작업방식을 간소화·신속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DX 시대를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신산업의 창출을 동반하는 자본 축적의 새로운 전환과정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전환은 산업생산 방식에 초점을 둔 자본주의 축적 체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즉, 이는 20세기 대량생산에 기초한 축적체제(포디즘)에서 20세기 말 생산의 자동화와 이에 따른 노동 방식의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유연적 축적체제(포스트 포디즘)로, 그리고 21세기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의 자본 축적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서 생활의 편리를 경험했으나, 이 편리함 이면에 놓여있는 다양한 불편함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생태계의 전환으로 인한 혼란을 체험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점은 너무 거대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고, 그래서 간과하고 싶기도 한 '지역의 문제'라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도전력을 상실한 DX 시대의 지역의 문제는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지역발전정책은 어디에? 

DX 시대는 현실적으로 매우 비공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매우 공간적이고, 지리적인 시대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가상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그러하며, 이를 보다 기술적으로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메타버스가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이 첨단산업에서 공간이 갖는 중요성과 확장된 개념에 기초할 때,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 DX와 관련된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점은 불편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이는 DX 시대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적 공백이자 방치를 의미한다. 

산업적으로 DX의 중요한 영역인, '공장 건축과 설비 조립라인 설계 및 공정 작업'을 살펴보자. 이의 대표적 사례가 BMW와 NVIDIA 간 협업이다. 이 기업들은 Omnivers라는 툴(tool)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각자 접속하여 공장 건축과 설비 조립 라인 설계 및 공정 작업 설계 진행하고 있다.(김태영, 2022, 해외기업의 디지털 플랫폼 활용 사례, BISTelligence 내부자료 참조. 이에 대한 폭넓은 정책적 제안은 '정성훈, 2022. 4. 25, 디지털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부속 경제지리 정책 연구·교육센터 내부 자료' 참조)  

문제는 이러한 3D 디자인 협업 방식을 '추격'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작업방식 변화 과정에서의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기업들 간 기술격차가 현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격차와 더불어 국내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격차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국내 DX 전문 공급기업들의 약 90% 이상이 수도권에 입지해 있다. 비수도권의 지역산업 정책에서는 DX의 핵심 기술과 관련된 지역산업클러스터의 형성이 중요한데 이와 같은 사항은 우리나라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적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신설 법안은 이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배진원·이두희·김지수, 2021, 디지털전환 핵심기술 관련 지역산업클러스터 분석과 활용 방안 연구, 산업연구원) 

지역의 DX 전문 인력 양성 분야는 더욱 암담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반도체, 이차전지, 데이터 등 DX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의 정책 효과는 앞으로 5년 이후에나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책 효과가 다소 느린 이유는 이 정책의 추진 기간이 5년이기 때문이며, 또한 비수도권 지역의 DX 연관 기업들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DX 전문인력 양성 정책 역시도 신설 법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에서 늘 새로운 산업이나 사업은 수도권의 몫이었고, 정치가들이 생각하는 국력은 수도권의 발전을 의미한다. 부지불식간에 말이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다시 지역발전이라는 쟁점에 광분한다. 

기업은 어떠한가?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구축된 스마트 공장을 살펴보면, 이중 74.5%가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이는 공장 스마트화 5단계(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한다. 이와 더불어 더욱 불편한 진실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숙련 인력들의 혁신적 지식을 저장·전수할 수 있는, 지식 이전·전수에 관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윤환, 2022. 2. 21., 스마트제조 테스트베드 기반의 중소·중견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방안, STEPI Insight, 제288호) 

필자가 심층 인터뷰를 한, 수도권 산업집적지의 담당자에 의하면, '우리는 숙련공의 전문 지식을 공책에 기록하여 전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아날로그적 미학(美學)이다. 신규 법안에는 매우 '두루뭉술'하게 '간접적'으로 중소기업 창업 여건에만 초점을 두어 기술되어 있다. 

“제14조(지역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촉진) ④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산업의 육성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활동 지원, 정보통신 진흥 및 지역특성에 맞는 중소기업의 창업 여건 개선 등에 관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지역발전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 수립의 필요성 

대안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 DX 시대의 핵심내용들을 고려하여 수정·보완해 줄 것을 부탁한다. 현재 각 부처가 내놓은 유사 정책이나 법률도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발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지만, 특정분야에서는 지역적 처방을 언급하고 있다(표 참조). 우선적으로 이들을 참조하여 수정·보완하기 바란다. 

다음을 상기해 보자. AI와 관련된 교육 처방은 중국보다 30년이나 뒤져있다.(박동, 2021, 중국의 AI융합교육 동향, 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AI융합교육과정 강의)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를 수용하려고 한다. 이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디지털 능력을 고령화된 한국 사회가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정책에서 DX와 관련된 지역적 중요성은 의식적 파기 상태다. 이제 소멸되어가는 지역이 디지털 연결성마저 뒤쳐져서 수도권을 조금이라도 쫓아가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우리나라 비수도권 지역에도 지원해야 할 '국가재난의 시대'가 되었다. 필자는 정부에게 지역발전 비전을 다시 설정하고, DX 기반 지역발전을 위해서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거북이 경주법을 권장하고 싶다. 

▲표. DX 정책 사례 ⓒ정성훈
 

■ 필자소개

정성훈은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지역산학협력학과 교수이며 (前) 한국경제지리학회 회장이다. 현재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차기 대한지리학회 회장에 당선되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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